[쿠키人터뷰] 린, 6집 전곡 작사…“제 이야기가 늘어나 행복해요”

[쿠키人터뷰] 린, 6집 전곡 작사…“제 이야기가 늘어나 행복해요”

기사승인 2010-06-04 14:27:00

"[쿠키 연예] 린은 섬세한 뮤지션이다. 스쳐가는 바람조차 그냥 흘러가게 두지 않는다. 며칠 전에 만났던 사람과의 기억의 단편이 되고, 헤어진 연인과의 아픔을 삭이게 해 준 자연 치료제가 된다. 그에게 모든 사물과 현상은 영감(靈感)이며 곧 이야기다. 풍부한 감수성을 지닌 그이기에 6집 앨범에 수록된 10곡을 모두 작사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도 아니다. 늘 하고 싶은 말이 많았던 ‘이야기꾼’ 린이 이제야 자신의 감성을 하나의 완성된 앨범으로 표현했다.

“틈날 때마다 긁적긁적 거렸는데 이렇게 하나의 이야기가 되고 하나의 노래가 됐네요. 곡을 하나 다 쓰고 나면 ‘아 내 이야기가 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행복했어요. 그렇게 하나 둘 쓰다보니 어느새 전곡을 다 썼더라고요(웃음). 무언가를 다 해냈다는 이 뿌듯함…. 얼마나 상쾌한지 몰라요. 그런데 사람 욕심이라는 게 작사를 하고 나니까 작곡에도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가수가 음악에 대해 욕심을 가지는 건 좋은 현상이지만 과연 언제쯤 전곡 작곡한 노래를 들려드릴 수 있을까요?”

린(본명 이세진 29)이 이번에 발표한 앨범 ‘캔디 트레인’(Candy Train)은 6집 두 번째 프로젝트다. 지난해 10월부터 두 번에 거쳐 6집 앨범을 발표했다. 첫 번째 앨범 ‘뉴 셀러브레이션’(New Celebration)에서는 애절한 음색을 벗고 댄스곡을 시도했다. 이번에는 서정적 가사와 잔잔한 멜로디로 구성된 앨범 ‘캔디 트레인’(Candy train)을 발표했다. 타이틀곡 ‘자기야 여보야 사랑아’는 아기자기한 사랑을 나누는 한 쌍의 연인을 떠올리게 만드는 따뜻한 가사에 R&B 리듬과 힙합 비트가 접목돼 경쾌하고 발랄하다.

‘캔디 트레인’(Candy train). 이름 그대로 ‘사탕을 실은 기차’처럼 달콤한 사랑 노래들만 모았다. 앨범 전체를 듣노라면 감미롭지만 저마다 약간씩 미묘한 맛을 내는 ‘종합선물세트’같다. 린은 이번 앨범명을 그림형제의 명화 ‘헨젤과 그레텔’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조카가 기차에 푹 빠져서 노는 걸 보니까 불현듯 ‘헨젤과 그레텔’이 떠오르더라고요. 헨젤과 그레텔이 빵과 설탕으로 만들어진 집에서 마음껏 먹잖아요. 제 앨범도 달콤한 이야기를 가득 담은 ‘사탕 노래 기차’처럼 역에 도착하면 사람들이 맛있게 즐겼으면 하는 상상을 했어요. 달콤 쌉싸래한 사탕처럼 제 노래를 듣고 입가에 미소가 번졌으면 좋겠습니다.”

산들바람에 흩날리는 따사로운 봄바람처럼 노래마다 포근한 색깔이 들어가게 된 것은 린이 가사에 어울릴만한 뮤지션에게 직접 러브콜을 보내고, ‘사랑’이라는 주제로 프로듀싱을 했기 때문이다.

린의 앨범 작곡은 메이트(Mate)의 정준일, 러브홀릭의 강현민, 허밍 어반 스테레오, 김현철, 황성제가 각각 맡았다. 결혼식이나 언약식에서 불려도 좋을 만큼 사랑스러운 노래 ‘스페셜 데이’(Special day)는 메이트를 만나 부드러운 멜로디 날개를 달았다. 또 다른 노래 ‘데이트 해줘요’는 러브홀릭에 의해 보드랍게 태어났다. ‘아.아!’(AH.AH!)는 영화 ‘내 사랑’ O.S.T로 유명한 ‘하와이안 커플’(Hawaiian Couple)의 허망 어반 스테레오 특유의 멜로디가 빛난다. ‘스위트하트’(Sweetheart)는 김현철의 감각적 멜로디를 힘입어 새 생명을 얻었다.

“앨범 색깔을 정해놓고 작업하니까 원했던 방향대로 곡이 나오더라고요. 맑은 멜로디를 잘 만들어내는 작곡가들을 찾아보니까 하나같이 제가 평소에 좋아했던 뮤지션들이었고요. 제 가사를 십분 살려준 뮤지션들이 있었기에 이번 앨범 정말 만족스럽게 잘 나온 것 같아요.”

린의 팬 사랑은 전곡 작사와 프로듀싱에 그치지 않는다. 손재주를 발휘해 앨범에 직접 손으로 가사를 꾸미는 정성을 발휘했다. 컴퓨터 자판의 기호나 숫자들을 조합해 만든 이모티콘처럼 아기자기한 그림과 말 풍선도 넣었다. 린의 손재주는 이미 유명하다. 지난 2007년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싸이월드’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손 글씨체를 출시했다. 싸이월드 이용자라면 한 번쯤 봤을법한 눈에 띄는 귀여운 글씨체다.

“제가 만든 음악을 빨리 들려드리고 싶은 마음에 하루를 꼬박 새서 손 글씨를 적었어요. 앨범에 보이는 크기랑 똑같은 공간에 작은 글씨를 적어 넣으려니 팔이 아파서 힘들더라고요. 앨범이 주는 달콤함을 좀 더 살릴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에 기쁘게 작업했습니다.”



화보 컷 한 장도 앨범에 수록된 디자인 하나도 소홀하지 않았다. 하나부터 열까지 린의 체온과 애정이 박혔다. 생사를 오가는 고통의 순간을 지나 생명을 지닌 아기를 출산하는 것처럼 린도 몇 달 동안 가슴에 품은 이야기를 노래로 키워내 하나의 앨범으로 낳았다. 창작의 고통 끝에 내놓은 앨범이라 어느 음반보다 애착이 간다고 덧붙였다.

“전곡을 작사하고 하나하나 신경 써서 앨범을 내놓고 보니 음악에 대한 폭넓은 꿈을 꾸게 된 것 같아요. 지난 9년 동안 ‘무엇이 어울릴까’ 고민했다면 이번 앨범은 ‘아 이런 게 나에게 어울리는구나’하는 자신감을 얻게 됐어요. 앞으로도 다양한 음악, 새로운 도전으로 저만의 목소리를 내고 싶어요.”

린, 아니 이세진의 일상과 꼼꼼함을 더 느끼고 싶다면 오는 9월을 기대해도 좋다. 자신의 일상과 주변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집을 발표할 계획이다. 2년 전부터 틈틈이 작성해 벌써 100개의 글이 완성됐다. 최근에는 미국 뉴욕에 다녀온 여행담도 추가해 마무리 작업에 한창이다. 정교하기로 유명한 출판사 직원들도 린의 섬세함에 반했다는 이야기가 들릴 정도다. 10년 가까이 음악 활동을 하면서 알게 모르게 쌓였을 ‘린에 대한 오해’라는 벽을 허물기 위해 책을 내놓게 됐다.

“제대로 글을 써보니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더라고요. 매일 쓰다 지우고 쓰다 지우고를 반복하고 있지만요. 술, 친구, 음식, 여행, 사랑, 취미 등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주제로 글을 썼어요. 서른 살이 된 저에게 ‘열심히 잘 살아왔다’며 스스로를 위로해 줄 수 있는 선물 같은 책이 될 것 같아요. 이번 작업이 저만 즐거운 게 아니라 독자들도 행복한 기운을 얻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린은 자신을 솔직히 드러내기 위해서라면 전곡 작사한 음반에 손수 작업한 책에 어떤 작업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리고 감각적 음악을 생산하기 위해 책을 통해 영감을 얻고, 흘러가는 시간에도 귀를 기울인다. 그가 좋아하는 일본작가 에쿠니 가오리의 책 ‘반짝반짝 빛나는’ 의 한 구절을 인용하자면 린은 민첩하고 재빠른 가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김은주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