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생활] “투박한 네가 좋아.”
최근 젊은 여성 사이에서 못난이 슈즈의 인기가 뜨겁다. 몸에 착 달라붙는 스키니 진에는 물론 나풀거리는 치마에도 투박한 신발을 기꺼이 신는다. 날렵한 킬 힐만 사랑하던 그들의 취향에서 이 같은 변화가 감지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투박한 신발이 여성의 발에 신겨진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편안한 착용감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한 번 신으면 힐은 쳐다보기 싫다는 것이 여러 여성들의 증언이다.
하지만 발이 편안하다는 것은 패션의 충분한 요건이 되지 못한다. 신발은 일단 예뻐야 한다.
못난이 슈즈는 디자인이 단순하다. 하지만 색상은 다양해서 취향별로 고를 수 있다. 무난한 외형은 어떤 의상과 매치해도 그럭저럭 어울리지만 확 튀는 색상으로 충분히 포인트를 줄 수 있다.
미국에서 날아온 탐스슈즈는 언뜻 봤을 때 중·고등학교 때 신었던 실내화 같다. 고무바닥 창에 천을 대서 만들어졌다. 가격은 6~9만원 선으로 저렴하지 않다.
하지만 반응은 예상외다. 최근 붉은색 기본 스타일은 홈페이지에 올렸는데, 5분 만에 모두 팔려 나갔다.
올해 여름 시즌을 겨냥해 웨지힐(밑창과 굽이 연결된 형태의 여성용 힐)이 나왔지만 대세는 굽이 없는 기본 디자인이다. 업체도 디자인에 변화를 주기보다는 패턴과 컬러를 다양화해서 구미를 맞추고 있다. 올 봄, 여름동안 색상과 무늬가 다른 신상품이 90가지 정도가 출시됐다.
디자인이 평범하기 때문에 튀는 색상은 용인된다. 온라인에는 금색과 은색 등 화려한 색을 구입해 만족했다는 후기 글이 많다. 자칫 실내화 같아 보일 수 있는 디자인을 색상으로 막는 셈이다.
한 켤레는 사면 다른 하나를 어려운 아이들에게 나눠준다는 1대1 기부 방식도 구매력을 높이는 데 한몫했다.
영국 브랜드 헌터도 투박하지만 여성에게 인기 패션 아이템으로 꼽히고 있다. LG패션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몇몇 편집 숍에서 팔리던 헌터를 정식 수입해 유통하고 있다.
헌터는 레인부츠다. 물 댄 논에서 일하는 농촌 아저씨나 초등학생이 우비와 함께 신던 고무장화를 연상시킨다. 그것과 디자인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길이와 컬러가 다양하다.
LG패션 관계자는 “검은색, 남색 등 어두운 컬러 위주로 출시되었던 레인부츠의 출시경향이 최근에는 분홍색과 노란색 등 밝은 컬러의 출시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비가 오는 날 발이 젖지 않기 위해 신는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겨울에도 판매가 좋았다. 여성들은 장화 안에 형형색색의 양말을 신어 보온성을 높이고 동시에 패션 아이템으로 활용했다.
LG패션 관계자는 “일부 모델은 100번에 달하는 대기 순번을 받고 기다려 구입해야 했다”고 전했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신어 ‘촌티 나는 신발’로 화제가 됐던 크록스도 투박한 디자인으로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크록스 관계자는 “딱딱한 힐에 익숙한 여성이 한번 신어보면 편안한 매력에 푹 빠진다”고 말했다.
크록스도 굽이 있는 디자인을 내놓고 있지만 가장 많이 팔리는 것은 굽이 전혀 없고 닌자거북이 발 같이 생긴 투박한 모델이다.
신발 전문 매장 ABC마트에서는 크록스 제품 중 디자인이 변형되지 않은 채 투박한 디자인을 고수하고 있는 이른바 ‘오리지널’ 모델의 판매 비중이 가장 높다. 3~5월간 크록스 판매량은 기본 디자인이 전체 판매 비중에 약 35%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