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드라마 결산] ‘막장’ 인기 여전…‘명품 사극’ ‘고전 비틀기’ 신선

[상반기 드라마 결산] ‘막장’ 인기 여전…‘명품 사극’ ‘고전 비틀기’ 신선

기사승인 2010-06-26 13:12:00

[쿠키 연예] 벼랑 끝에 몰리고 혀가 얼얼할 정도로 자극적일수록 ‘재미’는 상승되는 것일까. 올해 상반기도 ‘아찔하고 뜨거운’ 코드를 강조한 막장 드라마의 인기는 여전했다. ‘모로 가도 막장으로만 가면 뜬다’는 방송가의 속언이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상반기였다.

하지만 ‘막장’에 상심한 시청자가 ‘갈 곳’은 있었다. 탄탄한 극 전개와 감칠맛 나는 대사의 향연이 어우러져 완성도와 감동 두 마리 사냥에 성공한 작품들이 시청자의 마음을 달래준 것이다. ‘막장’과 ‘신선함’으로 시청자를 울리고 웃겼던 드라마를 짚어본다.

‘수상한 삼형제’ 막장으로 날다

지난해 10월17일 첫 닻을 올린 KBS ‘수상한 삼형제’(이하 ‘수삼’)는 시청률 조사기관 AGB 닐슨 미디어 리서치에 따르면 1,2회에 평균 시청률 21.2%를 기록하더니, MBC ‘선덕여왕’과 KBS ‘아이리스’가 퇴장한 지난 1월11일부터는 주간 시청률 1위를 독차지했다.

근 다섯 달 동안 다른 프로그램에 몇 차례 1위 자리를 내준 것을 제외하고 굳건하게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매회 얽히고 꼬이는 인물 갈등을 전개해 시청자의 시선을 붙잡았고, 비정상적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을 통해 묘한 쾌감을 선물했다.

‘수삼’은 드라마로서 지양해야 할 요소인 자극적 설정, 우연의 남발, 비정상적 고부 관계 등 ‘막장 코드’를 줄기차게 써 도마에 올랐다. 간간하고 달콤한 음식일수록 손이 가듯 ‘수삼’도 불륜 라인과 갈등 관계가 점입가경에 들어갈수록 시청률 탄력을 받았다. ‘막장’이 인기 있다는 말은 MBC ‘살맛납니다’에서도 입증됐다. 10% 초반 시청률에 머물렀던 ‘살맛납니다’는 ‘막장 코드’를 탄 후 시청률이 몰라보게 상승했다. 결국 마지막 회가 방송됐던 지난 4월30일 20.4%(전국 기준)로 일일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수삼’과 ‘살맛납니다’가 ‘막장 드라마의 최고봉’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퇴장했지만 안방극장에는 ‘막장’이 사라지지 않았다. 현재 방영 중인 SBS 일일 드라마 ‘당돌한 여자’와 MBC 일일 드라마 ‘분홍립스틱’은 지난 25일 방송분에서 22.9%, 21.8%를 각각 기록하며 일일시청률 1,2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추노’ 명품 사극을 열다

양반들의 허례허식을 비판하고 조선시대 신분 계급 타파를 다룬 작품 KBS 사극 ‘추노’. 2년 동안 방송사 편성이 되지 않아 끈 떨어진 망석중 마냥 이리저리 떠돌며 관계자로부터 괄시를 받았던 ‘찬밥’이 안방극장에 새로운 화두를 제시하며 하루아침에 ‘영웅’이 된 작품이다.

곽정환 감독에 의해 생명력을 얻은 ‘추노’는 뛰어난 영상미와 탄탄한 스토리가 시청자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배우들의 호연도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아름다운 영상은 8개월 동안 전국 오지를 떠돌아다니며 얻은 결과물이다. 대길(장혁)과 태하(오지호)가 갈대밭에서 칼을 겨누며 싸우는 명장면은 초고속 레드원 카메라에 의해 그림처럼 살아났다. 조연 배우들의 맛깔 나는 연기는 극의 재미를 더했고, 도망 노비를 쫓는 자들과 이들 머리 위에서 놀았던 노비들 그리고 신분제도의 부당함을 알린 부분에서는 각종 사건으로 얼룩진 우울한 사회 분위기를 단칼에 날려주듯 웃음을 선사했다.

시청자는 감동을 선사해준 ‘추노’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기라도 하듯 지난 3월25일 마지막 방송에서 전국 시청률 32.1%라는 자체 최고 시청률을 안겨줬다. ‘추노’의 성공은 높은 완성도에 있었다. 말 그대로 오래도록 이름이 남을 ‘명품 사극’이었다.

‘신언니’ 고전으로 떴다

고전을 색다른 시각에서 해석한 KBS ‘신데렐라 언니’(이하 ‘신언니’)는 ‘신선함’이라는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얻으며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다. 계모와 언니들의 괴롭힘을 당하며 어렵게 자라난 아이 ‘신데렐라’. 우리가 알고 있는 이 고전을 다른 측면에서 접근해 누구도 알지 못했던 신데렐라 언니의 성장 과정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고전을 차용할 때 이로운 점은 거부감을 줄일 수 있고 친밀도를 높일 수 있다. 반면 ‘신데렐라’ 고전은 베스트셀러로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내용이라 식상하게 다가갈 가능성이 높았다. 또 너무 과도하게 ‘신선함’을 추구할 경우 몰입력을 떨어뜨릴 수 있었다.

손예진과 이민호를 내세운 MBC ‘개인의 취향’과 ‘아이리스’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은 김소연의 주연작 SBS ‘검사 프린세스’도 만만치 않아 ‘신언니’의 독주를 예상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균형과 절제를 유지하다 보니 시청률 20% 고지를 가장 먼저 점령한 작품이 됐다.

하반기 대작들의 격돌…누가 살아남을까

‘추노’ ‘신데렐라 언니’ 외에도 ‘맑고 깨끗한 드라마’라는 호평을 얻은 SBS ‘그대 웃어요’는 시청자에게 산뜻한 감동을 선사했다. 시트콤에서는 MBC ‘지붕 뚫고 하이킥’(이하 ‘하이킥’)의 독주를 막을 자는 없었다. 청춘스타 윤시윤, 신세경, 황정음을 배출하며 화제 속에 막을 내렸고, 신세경과 최 다니엘의 죽음을 암시하는 듯한 결말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처럼 상반기 안방극장은 ‘사극의 새 지평을 열고’ ‘고전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들여다 본’ 시기였다. 하지만 여전히 막장 코드가 전체 시청률 1위를 독식하고 있어 안타까움으로 남는다.

하반기에는 스타들이 속속 안방극장을 찾는다. 오는 9월에는 ‘추노’의 곽정환 PD와 천성일 작가 그리고 가수 비와 탤런트 이나영이 주연하는 KBS ‘도망자’가 방송된다. 한 달 후에는 ‘아이리스’의 시즌2 격이자 차승원, 정우성, 수애, 이보영, 이지아 등 톱스타가 총출연하는 SBS ‘아테네:전쟁의 여신’이 출격한다.

젊은 연기자들의 행보도 눈길을 끈다. 동방신기의 믹키유천은 송중기, 유아인과 함께 출연해 조선시대 청춘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KBS ‘성균관 스캔들’로 오는 9월 안방극장에 데뷔하며, SBS ‘찬란한 유산’을 통해 ‘시청률 왕자’로 태어난 이승기는 오는 8월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로 안방공략에 나선다.

하반기에는 ‘막장 코드’ 대신 매끄러운 극 전개와 사실감 넘치는 표현을 담은 ‘청정 드라마’가 사랑받을 수 있을까.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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