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드라마 ‘로드넘버원’, 시청률에 무릎 꿇다…‘쓸쓸한 퇴장’

명품드라마 ‘로드넘버원’, 시청률에 무릎 꿇다…‘쓸쓸한 퇴장’

기사승인 2010-08-27 11:30:00

[쿠키 연예] MBC 특별 기획 드라마 ‘로드 넘버 원’(연출 이장수 김진민, 극본 한지훈)이 화려한 영상미와 배우들의 호연에도 불구하고 저조한 성적표로 아쉬움을 남기며 퇴장했다.

26일 ‘로드 넘버 원’ 마지막 회에서는 영촌교 건너편으로 갔던 ‘장우’(소지섭)와 ‘수연’(김하늘)의 안타까운 이별을 그렸다. ‘장우’가 부상당한 ‘만용’(진선규)을 데리고 오다가 ‘수연’과 헤어지게 된 것. 폭파되는 영촌교를 사이에 두고 울부짖는 두 사람. 이후 60년이 흘러 노년의 ‘장우’(장민호)는 한국으로 돌아와 전우였던 ‘태호’(최불암)를 만나고 ‘수연’의 빈자리를 그리워하면서 막을 내렸다.

지난 6월23일 첫 방송을 시작한 ‘로드 넘버원’은 6개월 동안 사전 제작된 드라마로 방영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드라마로서는 이례적으로 극장 시사회를 열 정도로 제작진과 출연진 모두 작품에 대한 자부심이 컸고, 빼어난 영상미와 흡인력 있는 배우들의 연기는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라인업도 화려했다. 한류스타 소지섭, 김하늘, 윤계상을 필두로 최민수, 손창민, 최불암 등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작품 완성도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었다. 소지섭은 전쟁의 한복판에서 치열하게 싸우는 거친 남자 ‘장우’로 분해 카리스마 연기를 선보였고, 김하늘은 청순하고 성숙한 여인의 향기를 뿜으며 섬세한 내면 연기를 선보였다. 윤계상은 남성적 매력과 열정적 연기로 시청자의 큰 호응을 얻었다. 7회에서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던 최민수는 중대장 ‘윤삼수’ 역을 맡아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부대원들을 통솔해 눈길을 끌었다. 손창민은 2중대의 터줏대감 ‘오종기’ 역을 맡아 기존 작품과는 다른 악역 캐릭터를 개성 있게 표현했다.

주연 배우들뿐만 아니라 조연 배우들도 탄탄한 연기력을 선보였다. 2중대의 ‘달문’(민복기) ’만용’(진선규) 콤비는 처참한 전쟁 상황에서도 잔잔한 웃음을 전해주며 극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안타깝게 전사한 ‘장두식’(김동현), 동료를 지켜주다 목숨을 잃은 ‘권진철’(이관훈), 중공군 소년과 눈물겨운 우정을 보여줬던 ‘허찬식’(노영학) 등 부대원의 가슴 아픈 사연과 2중대의 따뜻한 우정은 휴머니즘의 진수를 보여줬다. ‘수연’의 동생 ‘수희’ 역으로 출연한 남보라와 ‘수연’의 친오빠로 등장한 ‘수혁’ 역의 김진우, 평양 처녀 ‘인숙’을 연기한 김예리도 탄탄한 연기력으로 눈길을 끌었다.

화려한 영상미는 백미였다. 13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블록버스터급 드라마다 보니 수려하고 박진감 넘치는 장면들로 채워졌다. 눈으로 덮인 평야가 한 번에 폭파되는 장면, 치열했던 다부동 전투를 사실적으로 재현한 다부동 전투 장면,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만들었던 평양 시가 전투 장면, 탱크 폭파 장면 등은 일반드라마에서는 시도하기 어려운 명장면들이었다. 특히지난 1~2월에 촬영한 겨울 장면은 무더위와 싸우는 시청자에게 청량감을 선사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하지만 시청자의 반응은 냉담했다. 20회 동안 평균시청률은 6.2%(AGB 닐슨 미디어 리서치)에 그쳤고, 자체 최고 시청률은 고작 9.2%(6월24일 2회)였다. 한국전쟁 60주년을 기념하는 작품들이 브라운관과 스크린에 쏟아지면서 대중은 ‘전쟁물’에 대한 호기심을 잃어갔다. 또 방송 초반 빠른 극 전개로 인해 몰입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을 받으면서 휘청거렸고, 주연배우들이 시대극과 맞지 않는다는 질타가 이어지면서 점점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대진운도 좋지 않았다. KBS 2TV ‘제빵왕 김탁구’가 40% 높은 시청률로 수목극 왕좌의 자리를 선점하면서 틈새가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남았던 파이도 김남길이 주연한 SBS ‘나쁜 남자’와 이승기와 신민아가 바통을 이어받은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가 차지하면서 설 자리를 잃어갔다.

화려한 라인업에 대규모 제작비로 공을 들여 시작한 ‘로드 넘버 원’. 결국 용두사미로 끝난 형국이 됐지만, 낙담하기에는 이르다. 해외 시장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일본 선판매에 이어 미국, 캐나다, 프랑스 등과 수출 논의 중이며, 내달 중순부터는 일본에서 대대적 홍보에 돌입할 예정이라 한류 붐을 이끌 드라마로 점쳐지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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