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닉쿤 닮은 신지호, “뉴에이지 차트 1위…진정성 통한 것 같아”

[쿠키人터뷰] 닉쿤 닮은 신지호, “뉴에이지 차트 1위…진정성 통한 것 같아”

기사승인 2010-09-15 16:43:00

[쿠키 연예] ‘거품’이라고 했다. 이러다가 잠잠해질 ‘바람’이라고 했다. 혹자는 ‘방송용 스타’라며 재능을 폄하했다. 비난도 뒤따랐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몸을 숙이고 침묵하는 법을 배웠다. 작품이 세간의 우려를 씻겨줄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데뷔 정규 앨범 ‘에보니 앤드 아이보리’(Ebony And Ivory) 타이틀 곡 ‘왈츠 온 선데이’(Waltz on Sunday)가 온라인 뉴에이지 차트 1위에 오른 것이다.

작품으로 자신을 알리고 있는, 피아니스트 신지호(23)를 여름의 끝자락에 마주 대했다. 데뷔 전인 지난 6월말 만났을 때보다 한층 여유로워진 모습이었다. 팬의 사인공세와 사진촬영 요청이 아직은 얼떨떨하지만 대중의 관심에 호응하는 법도 배웠다. 데뷔 정규 앨범도 온·오프라인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뉴에이지계에서 주목하는 ‘샛별’이 됐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첫 술에 배부를 수도, 걸음을 늦출 수도 없다.

“음악 잘 나왔다고 주변에서 격려해주시던데 전 반응이 좋은지 잘 모르겠어요. 여러 가지 일들이 한꺼번에 다가와서 정리할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일단 데뷔 앨범이라 제 스스로에게 ‘잘 끝냈다. 대견하다’ 말을 해주고 싶어요. 만약 결과가 좋지 않았더라도 전 제 자신을 독려했을 것 같아요. 물론 이제 진짜 시작이고, 정말 많이 성장해야겠죠. 겸손한 자세로 열심히 임하고 싶어요.”

신지호의 실력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미국 보스턴에 위치한 버클리 음악대학교에 입학한 뒤 2008년 ‘버클리 베스트 어워드’(작곡상), ‘ 버클리 피아니스트 어워드’(피아노 연주상) 2관왕에 올랐으며, 미국 3대 클래식 음악 명문인 인디아나 주립대학교에서 2년 동안 현대음악 작곡 과정을 배웠다. 2002년부터 2005년까지 미국 테네시 주에서 주최한 클래식 피아노 부문에서 4년 연속 1위를 거머쥐었다. 당시 4년 동안 오케스트라 리더와 피아니스트 활동을 겸하기도 했다. 지난 2007년에는 동영상 사이트 ‘유투브’에 KBS 드라마 ‘황진이’ O.S.T ‘꽃날’을 피아노로 편곡해 화제를 모아 ‘피아노 치는 남자’ ‘UCC 스타’로 등극했다.

그러던 중 이름 석 자를 제대로 알린 계기는 SBS ‘스타킹’에 출연하면서부터다. 지난 6월19일과 7월17일 두 차례에 걸쳐 ‘닉쿤 닮은 피아니스트’로 얼굴을 알렸다. 갸름한 턱선에 커다란 눈망울, 부드러운 미소는 인기 그룹 2PM의 닉쿤과 흡사하다. 신지호는 가만히 피아노에 앉아서 연주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격렬하게 몸을 흔들면서 피아노를 다루는 화려한 퍼포먼스는 쉽게 눈을 뗄 수 없다. 부드러움 속에 강함이 묻어난다.

“처음 ‘스타킹’에 출연했을 때는 카메라가 어디에 있는지, 몇 번에 불이 들어오는지 보이지 않았어요. 스태프의 사인이나 강호동 씨의 질문도 귀에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죠. 하지만 두 번째 무대에 섰을 때에는 편안한 느낌이 들었어요. 어릴 적부터 사람들 앞에서 주목받는 것을 좋아했는데 한 번 무대에 섰다고 두 번째에는 긴장감이 조금 풀리더라고요(웃음). 즐기는 기분으로 무대에 섰는데 시청자도 편안하게 봐주신 것 같아요.”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 TV 출연 후 ‘인기’를 얻었지만 그에 상응하는 ‘비난’이 뒤따랐다. 주로 외모와 관련된 비판이 많았다. 미소년 같은 이미지로 인해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된 만큼 악성댓글이 생겨난 것이다.

“방송이나 기사를 통해 얼굴이 알려지다보니 외모와 관련된 악성댓글이 상당하더라고요. 특히 ‘닉쿤 닮은 피아니스트’라는 별명 때문에 비난이 많았죠. 물론 제가 봐도 닉쿤 씨가 훨씬 멋지고 잘생겼지만요. 음악에 대해 비난했다면 전 충분히 공감하면서 수용했을 거예요. 그런데 외모로만 평가하시니 좀 속상하더라고요.”

음악보다는 외모가 돋보이는 뮤지션이라는 편견을 깨기 위해 데뷔 정규 앨범 작업에 매달렸다. 신지호의 음악은 아름답고 따뜻하다.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기도 하고, 평온한 휴일 오후의 햇살이 가득한 공원처럼 아늑함을 주기도 한다. 전곡 작곡·편곡에 프로듀싱까지 참여해 제대로 실력을 발휘했다.

“어린 시절부터 만들어 놓은 멜로디를 조금씩 다듬은 곡이 4~5개 정도 되요. 대부분 피아노로만 완성된 멜로디였는데 바이올린으로 섬세한 슬픔을 표현했고, 첼로로는 웅장함과 격정적 리듬을 넣었죠. 한 가지 색깔이 아닌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도록 악기를 추가해서 여러 가지 음을 만들어냈습니다.”

노래에 바이올린이나 첼로를 넣을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직접 다룰 수 있는 악기이기 때문이다. 바이올린은 초등학교 재학 시절 6년 동안 배웠고, 첼로는 버클리 음대에서 익혔다. 악기의 화음을 조율할 수 있었던 것도 음대에서 정통으로 배운 지휘 덕분이다.

타이틀곡 ‘왈츠 온 선데이’(Waltz on Sunday)는 일요일 오후의 왈츠처럼 나른한 느낌을 표현한 음악이다. 바이올리니스트 서승연이 참여해 한층 풍부한 멜로디가 됐다. 이 곡은 온라인 음악 사이트 뉴에이지 부문 3주 연속 1위에 올랐다. 특히 유키 구라모토, 히사이시 조, 이루마 등 쟁쟁한 국내·외 거장을 앞지른 결과라 값지다.

“이루마 선배를 정말 존경하고 좋아해요. 꼬마였을 때 콘서트 가서 사인 받은 적도 있고요(웃음). 당시 ‘저 신지호인데요. 나중에 같은 무대에서 연주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말한 기억이 나는데…. 참 당돌했던 것 같아요.(웃음) 전 아직도 이루마 선배의 음악을 들으면 가슴이 설레요. 이루마 선배를 비롯해 유키 구라모토, 히사이시 조 등은 오래 전부터 이름을 알린 분들이기 때문에 감히 제가 넘볼 수도 없는 존재죠. 언젠가 기회가 되면 무대에 같이 서보고 싶어요. 제 평생 꿈인데 실현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피아니스트로 살고 있는 요즘이 행복하다고 털어놨다.

“음을 최대한 순수하게 살리려고 노력했어요. 악기 소리에 최대한 귀를 기울이면서 만들다보니 제 진심도 담겨진 것 같아요. 그런 진정성이 팬에게 따뜻하게 다가간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제 안의 여러 가지 색깔을 진솔하게 담아내는 음악을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에보니 앤드 아이보리’(Ebony And Ivory). 흰색 건반과 검은색 건반을 의미한다. 극과 극인 두 가지 색을 통해 무한대의 소리를 내고 싶다는 신지호의 열망이 담겨있다. 앞으로 하나씩 펼쳐갈 그의 음악에 무한한 기대감이 부풀어 오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김은주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