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벳궁녀 최나경 “‘뻥’ 터지고 나서… 인생역전 운명처럼 느껴졌다”

티벳궁녀 최나경 “‘뻥’ 터지고 나서… 인생역전 운명처럼 느껴졌다”

기사승인 2010-10-28 20:51:00


[솔직 토크] 누구나 한번쯤 신데렐라를 꿈꾼다. 인기리에 막을 내린 케이블방송 슈퍼스타K2에서 돈도 빽도 없는 ‘평범남’ 허각에게 보낸 뜨거운 열광 속엔 '나도 언젠가 인생역전 할 수 있다'는 소망이 담겼을 게다. '인생 별 거 있나'라는 자조적인, 그러면서도 쿨한 '루저'들은 '평범남' 허각을 통해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꼈을지도 모른다.

‘티벳궁녀’란 별명으로 유명해진 최나경(29)씨. 그녀의 솔직토크를 들어본다. 그녀의 삶도 동화 속 공주에 비견할 만하다. 지방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별다른 직업 없이 ‘백조’로 지냈다. 업종을 가리지 않고 일하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꿈 꿀 여유는 없었다.

그러다 알바로 시작한 드라마 보조출연. 3개월 만에 시트콤 고정 출연을 하게 됐다. 인기 스타만 한다는 화장품 모델로도 최근 발탁됐다. 전담 매니저에다 전용 차량도 생겼다. 네티즌들조차 “역시 인생은 한방”이라며 부러워한다.

화장품 모델된 티벳궁녀, "역시 인생은 한방, 운명처럼 느껴진다"

27일 오후 서교동 한 스튜디오에서 최씨를 만났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포토그래퍼, 방송국 카메라맨까지 스튜디오 안 모든 사람이 그녀를 기다렸다. 의상부터 분장까지 챙겨 새벽 5시까지 촬영장에 나가던 시절에 비하면 신데렐라가 분명하다.

-‘티벳궁녀’라는 별명이 생기게 된 장면은 불과 1~2초에 불과하다. 너무 튀던데 의도했던 것 아닌가?


“저도 방송보고 깜짝 놀랐다. 이전 까지 야외 촬영만 해봤었는데 그날은 첫 세트장 씬이었다. 카메라가 눈에 띄지 않고 숨겨져 있더라. 나름대로 시선처리를 한다고 했는데... 본방송을 보니깐 임성민씨를 너무 빤히 봐라봤더라. 잘해서 튄 게 아니라서 좀 민망했다. 보조 출연자는 병풍과 같은 존재인데 나중에 온라인에서 너무 화제가 되서 당황했다. 제작진에 피해를 준 것 같았다.”

- 촬영 당시 상황은?

“5월부터 보조 출연 알바 시작했다.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보통 스케줄에 따라 방송국에 나갔다. 그날은 쉬는 날이었는데 아는 동생이 일산 야외 세트장에서 사람이 급히 필요하다면서 'sos'를 쳤다. 피부과를 가려고 화장도 안하고 있었다. 대강 옷을 입고 부랴부랴 촬영장으로 갔다. 평소에 바르던 파우더도 그날은 못 발랐다. ‘티벳궁녀’ 그 장면은 100% '쌩얼'이다. 그전에도 3개월가량 동이에 출연했는데 단 한 컷으로 그렇게 화제가 될 줄 은 몰랐다. 게다가 땜빵으로 나간 거였다. 다 지나고 나니 운명처럼 느껴진다.”




티벳궁녀 마음에 든다. 내가 봐도 티벳여우와 많이 닮았더라



-티벳 궁녀, 미친 존재감 등 네티즌이 지어준 별명은 맘에 드나?

“좋다. 방송에서 비춰진 모습은 내가 봐도 티벳여우와 많이 닮았더라. 자꾸 보니깐 티벳여우가 귀엽기 까지 하더라.

‘미친 존재감’은 잠깐 나왔는데도 눈에 튄다는 얘기 아닌가. 아까도 말했지만 보조출연자는 튀면 안된다. 그래서 기사가 ‘동이보다 눈에 뛰는 미친 존재감' 등으로 기사가 나올 때 창피했다. ”

- 동이 주인공 한효주씨가 공식석상에서 "동이에서 가장 위협적인 존재는 티벳궁녀”라고 말 한 적이 있다.


“정말? 말도 안 된다. 보조 출연이 주인공보다 튀는 게 말이 되냐. 그냥 재밌으라고 한 얘기 같다. 내가 나간 방송이 온라인에서 ‘빵’터지고 나서 한 2주간을 집에서만 지냈다. 제 역할을 넘어서 온라인에서 너무 화제가 되다보니, 보조 출연을 못하는 되는 사태까지 이르게 됐다. 집에서 요리해 먹으면서 놀았다. 인터넷 기사도 간간히 봤다. 이러다 말겠지 싶었다. 그런데 다른 드라마에 나온 것 까지 화제가 됐다.

촬영장에 나가면 스태프와 배우도 나를 알아봤고 원 샷이 아예 없어졌다. 동이에서 아기를 안고 혼자 잡히는 컷이 있었는데 결국 다른 사람으로 교체됐다. 이상한 쪽으로 화제가 계속 되니깐 제작진도 ‘안 되겠다’ 싶었나 보더라.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많은 네티즌이 ‘로또 맞은 기분이겠다’고 했는데 난 오히려 밥벌이도 위협받고 오히려 힘들었다. ”

- 이후 드라마 황금물고기에서 나온 장면이 또 다시 화제가 됐다.

“보조 출연이 어려워서 계속 집에서 쉬다가 8월초 월급 받으러 사무실에 나갔다. 근데 사람이 너무 필요하다길래 긴급 투입됐다. 그때 황금물고기에서 발레리나 복을 입고 나가게 됐다. 분량도 짧았고 뒤에 작게 나와서 ‘이 정도면 모르겠다’고 안심하고 있었는데 곧바로 온라인에 ‘미친 존재감’으로 기사가 뜨더라.

동이에서도 단체 거지로도 또 나갔는데 분장해주시는 스태프가 ‘니가 티벳궁녀냐’라면서 재밌어하시고 좀 더 확실히 거지를 만들어 주셨다. (웃음) 어쨌든 안 튀려고 고개를 푹 숙이고 미친 듯이 밥만 퍼 먹었다.”

- 연기는 좀 어색하다. 그래서 화제가 된 거기도 하지만. ‘내가 왜 저렇게 했을까’ 후회는 안 해봤나?

"후회해도 소용없다는 거 알기 때문에 그런 생각은 안한다. 원래 무덤덤한 스타일이다. 유명세를 치르게 해준 동영상도 본방송으로 한번 보고 끝이다. 온라인에 동영상이 정말 많이 올라와 있지만 또 보면 뭐하나. 다 똑같은데. (웃음)”

먹고 살기 힘들어 불안할 틈이 없었다.

- 보조 출연자 아르바이트 왜 시작했나. 연기자가 꿈이었나?

"지하철 택배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돈이 너무 안 됐다. 다른 아르바이트를 찾아보던 중에 이 일을 재밌을 것 같고 돈도 될 것 같아 시작했다. 연기의 꿈은 전혀 없었다. 고향인 부산에서 상경한지 2년 정도 됐다. 그전에도 그렇고 올라와서도 여러 가지 알바를 했다. 이탈리안 식당에서 일도 해보고 카드사도 다녔다. 보수는 적었지만 열심히 살았다. 원룸 방값내고, 생활비 하고 남는 돈은 대부분 저금했다. 보조 출연 알바도 올해까지만 하고 어학 공부를 할 생각이었다."

- 제대로 된 직장에 정착하지 않고 알바만 하면서 불안했을 것 같은데.

“먹기 살기 힘들어서 불안할 틈이 없었다. 서울에 처음 올라왔을 때만 해도 모아놓은 돈이 좀 있었다. 처음에는 요리를 배우려고 올라왔다. 국비가 지원되는 학원을 수강한 뒤에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2달간 일했다. 하지만 내 길이 아닌 것 같더라. 돈벌이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내 꿈은 뭘까’ 생각하며 치열하게 살았다.

- 온라인에서는 본인 기사나 사진이 참 많다. 온라인에서는 유명 스타가 분명한데. 본인도 유명해졌다는 거 느끼나?

"나가면 아무도 못 알아보던데. (웃음) 가끔 알아보시는 분은 저를 빤히 쳐다본다. 제가 먼저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면 ‘어. 맞네’ 하고 도망가신다.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여러 매체에서 기사가 나간 뒤에 동이 촬영을 갔는데 '동이님(한효주)'이 '어, 언니. 인터넷~' 하면서 알아보더라.


어제(26일) 시트콤 촬영을 갔는데 보조 출연 학생들이 ‘티벳궁녀다’하면서 사진 찍어달라고 한다. 신기하다. 요즘 제일 많이 듣는 말은 ‘생각보다 예쁜데? 날씬한데?’다. TV에서 얼마나 이상하게 나왔으면. (웃음) ”



"어머니가 '너 시집 다갔다'며 걱정해서 마음 쓰인다"

-가족과 친구들 반응은 어떤지?

가족들은 호들갑을 떠는 스타일이 아니어서인지 시큰둥하다. 처음에 온라인에 떴을 때 부모님이 걱정이 많으셨다. 특히 어머니가 '시집 다갔다'면서 걱정을 많이 하셔서 마음이 쓰였다. 딸이 우스운 이미지로 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동생은 '언니가 예뻐서 좋아하는 게 아니다. 비웃는 거다"라고 아픈 소리를 하더라. 나도 잠시 불안했다. 하지만 지금은 좋아하시고 많이 지지해준다.

가까운 친구도 마찬가지다. 만나도 '온라인에 떴던데 요즘 뭐하고 다니냐' 정도? 별로 관심 없다. 하지만 오랫동안 연락 없었던 지인한테 전화가 많이 온다. 취재 당하는 기분이다. 몇몇은 '니가 티벳 궁녀라는 걸 친구들이 안 믿는다"면서 화상통화를 하자고 하기도 한다. ”

- 보조출연에서 고정출연으로 쉽게 말해 신분 상승했는데.. 시트콤 촬영해보니 어땠나?

“어제(26일) 첫 촬영했다. 오후 5시부터 새벽 2시까지. 보조출연때는 보통 새벽 5시30분에 모여 촬영 준비를 하고 밤샘도 잦다. 그거에 비하면 노동 강도는 적다.


하지만 카메라도 바로 앞에 있고 대사도 쳐야 하고 또 다른 스트레스가 있다. 선배 연기자분이 ‘자심감 갖으라’고 조언을 해주셔서 감사했다. 감독님도 편안하게 하라고 최대한 배려를 해주신다. 시트콤 제작 발표보다 티벳궁녀 캐스팅 기사가 더 많이 나왔다고 치켜 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다.

극중 역할은 학원 선생님이다. 이름도 ‘정궁녀’(웃음). 나중에 캐릭터가 만들어지고 투입된 만큼 재밌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카메라가 돌아가고 ‘티벳궁녀’의 무표정한 모습을 보여주니 감독님이 좋아하시더라. 원하는게 뭔지 하나씩 감을 잡아가고 있다. “



- 사람들이 왜 티벳궁녀에 열광하는 것 같냐?

“재미있기 때문인 것 같다. 내가 봐도 웃기고 재밌다. 요즘 웃을 일이 없지 않냐. 내 모습 보고 웃는다는데 감사할 따름이다. 못생기게 나온 장면인데 전혀 속상하지 않다. 오히려 유명 연예인에게만 있다는 합성사진이란 게 있어서 기분좋다. 처음부터 예뻐서 화제가 된 것 아니지 않냐. 무표정하고 엉뚱한 표정 때문에 다들 재밌어 해 주신 거다.

네티즌이 이 자리를 만들어줘서 여기까지 오게 됐다. 일일이 만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을 정도다. ”

- 네티즌 의견 중 기억 남는게 있다면.

“제가 웃긴 이미지로 활용돼 혹시 상처 받은 건 아닌가 걱정해주는 댓글이 참 고마웠다.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그 마음 씀씀이가 고마웠다.

친척 동생이 인터넷에 '제가 티벳 궁녀 조카인데요. 언니는 잘 살고 있다'는 식으로 댓글을 달았는데 네티즌들이 안 믿는다더라. ‘니가 티벳궁녀 조카면 나는 동생이다’ 이런식으로 댓글을 올라왔다러다.”

- 아르바이트 했을 때보다 살기 좋아졌는지?

“아르바이트 할 때보다 금전적으로 많이 좋아졌다. 정확히 언급하기는 어렵다.”

즐기면서 하고 싶다.


- 티벳궁녀를 만들어준 네티즌에게 한마디 해달라.


“지금 자리는 네티즌이 만들어 준 것이나 다름없다.
이제는 하기 싫다고 안 할 수 없는 상황에 와 있다. 어쨌든 방송활동을 시작하게 됐으니 즐기면서 하고 싶다. 주위에서 ‘기대 갖지 말라고, 그러면 나중에 실망과 아픔이 클 거다’라고 조언을 많이 해주신다. 나도 부담을 느끼지 않고 즐기면서 하려고 한다.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이런저런 일을 하는 것에 대해 안 좋게 생각하시는 분도 있는 걸 안다. 내가 봐도 지금 이 상황은 어이없다. (웃음) 그분들의 마음을 이해한다.

하지만 제 무표정한 얼굴을 보고 ‘재밌다. 걱정이 있었는데 그런 생각이 없어졌다’ 등의 의견도 있어 너무 기분이 좋고 힘이 난다.

한 네티즌이 ‘티벳궁녀 표정을 보면 아무 생각없이 사는 것 같아 부럽다’고 적어놨던데(웃음). 나도 노후에 뭐 먹고 살까. 걱정이 많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신은정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