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이수혁 “김민희 덕분에 연기?…모델보다 배우 먼저 꿈꿔”

[쿠키人터뷰] 이수혁 “김민희 덕분에 연기?…모델보다 배우 먼저 꿈꿔”

기사승인 2010-11-04 10:59:01

"[쿠키 연예] 이수혁은 어떤 옷을 걸쳐도 폼이 나는 ‘모델’이다. 184cm에 조막만한 얼굴, 호리호리한 몸매는 어떤 디자이너의 옷도 맵시 있게 소화해낸다. 그가 런웨이를 벗어나 ‘배우’라는 명함을 달고 스크린에 섰다. 동화처럼 순수한 사랑을 꿈꾸는 ‘소년’으로 변신한 <이파네마 소년>을 통해서다.

4일 개봉한 <이파네마 소년>은 첫 사랑에 대한 아픔을 간직한 소년과 소녀가 우연히 만나 두 번째 사랑을 키워간다는 이야기로 애니메이션 기법과 실사를 오가며 판타지 분위기가 연출됐다. 극중에서 이수혁은 상상 속 해파리에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는 순수한 ‘소년’으로 나온다. ‘소년’이 해파리에게 읊조리듯 독백하는 부분은 굵직한 음색을 지닌 이수혁의 목소리로 판타지한 분위기가 더욱 짙어졌다. 첫 주연 작품으로 <이파네마 소년>을 선택한 이유는 뭘까.

“내레이션의 독특한 느낌이 좋았고 무엇보다 시나리오 속 ‘소년’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어요. 상상 속에서 해파리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도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닌 살갑게 다가왔고요. 제 안의 또 다른 저를 표현한다는 느낌으로 연기에 임했습니다. 판타지 요소 때문에 작품을 어렵게 느끼시는 분들이 더러 있으신데요. 이 작품은 느낌이 오는 대로 이해하시면 돼요(웃음).”

김기훈 감독은 몽환적 분위기를 풍기는 이수혁이 맑은 느낌을 간직한 ‘소년’ 캐릭터와 상당히 흡사해 러브콜을 보냈다. 김 감독의 판단대로 이수혁은 스크린에서 태곳적 아름다움을 간직한 신비로운 소년의 느낌이 그대로 묻어난다. 웃을 듯 말 듯 입을 살짝 벌린 무표정한 모습에서 간간히 흔들리는 눈빛, 바다 속 신비로움을 품은 ‘소년’의 모습이 화면에서도 꾸밈없다. 이수혁은 이번 캐릭터를 작품에서 어떻게 표현했을까.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캐릭터의 귀여운 감성과 작품이 주는 쿨한 느낌이 동시에 다가왔어요. 판타지 요소가 가미됐지만 ‘소년’이 저처럼 20대 초반인데다 상황이나 설정이 공감할 만한 것들이 많아서 캐릭터에 접근하기 쉬웠고요. 제가 ‘소년’이 된다는 기분으로 촬영에 임했습니다.”

이수혁은 이번이 스크린 첫 나들이가 아니다. 지난 2006년 <투사부일체>에서 3학년 8반 학생 중 한 명으로 출연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비중이 크지 않았고, 연기력을 선보일 만한 장면이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별다른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 그러다가 운명처럼 그에게 다가온 ‘소년’ 그리고 <이파네마 소년>. 4년 만에 돌아온 이번에는 예전과 다르다. 주연 그것도 타이틀 롤을 맡아 여주인공 김민지와 작품을 끌고 갔다.

“주연으로 등장해서 영화를 찍는 건 처음이라 떨리기도 하고 많이 긴장됐어요. 민지 씨도 처음 만나서 어떻게 교감을 나눠야 할지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거든요. 다행히 민지 씨가 작품에 몰입할 수 있도록 감정을 키워줬고 별 어려움 없이 촬영을 마칠 수 있었어요.”

극중에서 ‘소년’은 서핑을 즐기는 청년이다. 한 마리 물고기처럼 바다 속을 유유히 헤엄칠 정도로 물에서 능하다. 어느 것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처럼 물에 자신을 맡긴다. 이수혁은 능수능란하게 서핑을 타는 ‘소년’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하기 위해 대부분의 시간을 바닷가에서 보냈다.

“서핑 타는 건 원래 시나리오에 없었던 설정이었어요. 수영을 오래 해서 그런지 배우는데 크게 힘들거나 어렵지 않더라고요. 문제는 날씨였죠. 여름인데도 햇볕이 얼마나 뜨거운지 눈을 뜨고 있는 것도 어려웠죠. 게다가 물속은 차가웠고요. 위로 나오면 뜨겁고 아래로 들어가면 추워서 날씨와의 싸움이었어요. 또 영화 촬영이 들쭉날쭉하다보니까 피부 톤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게 힘들었습니다. 모래사장에서 주로 촬영했던 민지를 보면서 부러운 눈길을 보냈죠(웃음).”



이수혁의 연기를 보기 전까지 지인들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첫 주연인데다 쌓아온 필모그래피가 적어 캐릭터를 밀도 있게 표현해내기 어려울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일게다. 하지만 스크린에 비친 이수혁의 연기는 기대 이상이다. 주변 사람들의 반응도 혹평보다 호평이 더 많다. 이만하면 첫 출발치고는 나쁘지 않은 평가다.

“주연으로서 처음 영화를 찍게 됐는데 오래 기다려온 것 같아요. 그만큼 한 컷 한 컷 신중하게 찍었죠. 공들여 찍은 만큼 주변 반응이 나쁘지 않아 다행이고요(웃음). 배우로서 가능성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기쁩니다.”

사실 그가 유명세를 탄 계기는 배우 김민희의 남친으로 알려진 뒤부터다. 이에 일각에서는 “모델로 잘 활동하다가 여친 영향으로 배우가 된 게 아니냐”며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는 이 같은 시선에 대해 “섭섭하다”는 말로 속내를 드러내며 ‘김민희 남친’으로 알려진 뒤 “연애 이야기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 속상하다”는 마음도 털어놨다.

“‘여자친구의 덕을 봐서 배우가 된 게 아니냐’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제 원래 꿈은 모델보다 배우였어요. 중학교 시절부터 연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배우라는 목표를 세웠죠. 그런데 당시에는 배우라는 꿈을 어떻게 이뤄야 하는지 몰라서 기회를 얻지 못했던 것 같아요. 제 오랜 소망을 지금이라도 이룰 수 있게 돼 기쁩니다.”

그렇다면 여자친구이자 선배인 김민희의 연기 조언은 어땠을까. “요즘 영화 <모비딕> 촬영하느라 바빠서 아직 제 영화를 보지 못했어요(웃음). 대신 촬영하기 전에 이런 저런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줬죠. 그런데 괜히 저로 인해 기사화되고 본의 아니게 피해를 주는 것 같아 걱정스럽네요.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보도될 때 정말 속상해요. 잘 만나고 있으니 응원해주세요.”

<이파네마 소년>으로 관객에게 따뜻한 감성을 선물해 줄 이수혁. 대학교 뮤지컬학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캠퍼스 드라마이자 ‘모래시계’ 송지나 작가가 집필을 맡아 주목받고 있는 ‘왓츠업’에서도 당당히 주연 자리를 따냈다. 스크린에 이어 드라마까지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는 이수혁의 성장 가능성은 어디까지일지 주시해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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