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issue] 157일간의 밀고 당기기…김미화의 ‘블랙리스트’가 남긴 것

[Ki-Z issue] 157일간의 밀고 당기기…김미화의 ‘블랙리스트’가 남긴 것

기사승인 2010-11-13 13:03:00

[쿠키 연예] 출연자 금지 문건을 의미하는 일명 ‘블랙리스트’의 존재 여부를 두고 대립각을 세웠던 KBS와 방송인 김미화가 극적으로 화해했다. 김미화가 지난 7월6일 자신의 트위터에 “KBS에 블랙리스트가 실제로 존재하는 지 밝혀달라”는 글을 올린 지 157일 만이다.

양측의 대립은 누가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미느냐에 있었다. KBS는 김미화가 공식적으로 사과를 하고, 화해 의사를 밝힌다면 언제든지 고소를 취하할 의도가 있다고 말했고, 김미화도 KBS가 사과한다면 기나긴 법정 싸움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양측 모두 기자회견을 열면서 첨예한 갈등을 빚었던 KBS와 김미화.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둘이 어떻게 극적으로 화해할 수 있었을까.

이에 대해 KBS는 9일 “우리는 김미화 개인에 대한 대응 차원이 아니라 블랙리스트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고소를 통해 보여줬고, 어느 정도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했기에 고소를 취하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김미화도 자신의 트위터에 “‘다행스럽게도’ KBS가 먼저 고소를 취하했다. 본의와 다르게 사회적 파장이 일어난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KBS도 저도 이번 일로 상처를 많이 입었다. 저도 KBS도 성숙해 졌으리라 믿는다”고 글을 남기며 법정 싸움으로 번져 마음고생을 했음을 털어놨다.

김미화가 글을 올린 날부터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 ‘블랙리스트’ 언급 파문. 157일간의 과정이 남긴 메시지는 무엇일까. 일단 이번 사태에서는 승자도 패자도 없었다. KBS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수면 아래 맴돌았던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상당 부분 해소하는 목적을 달성했다.

KBS는 정부 외압으로 인해 여당과 대치되는 정치관을 가진 연예인이 방송에 출연할 수 없다는 일종의 “블랙리스트가 존재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던 게 사실이다. 이것은 공교롭게도 정치계와 관련된 색깔을 냈던 YB의 윤도현, 김제동 등이 KBS 프로그램에서 줄줄이 하차하면서 ‘블랙리스트’ 존재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듯 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생산되고 파생된 소문을 듣던 KBS로서도 “어떻게 해서든 뿌리 뽑아야 할 것”이라는 각오로 답답한 감이 있었던 때에 김미화의 발언이 터진 것이다.

사실 KBS가 한 명의 방송인을 상대로 고소를 하고 긴급기자회견을 연 것은 이례적 행보가 아닐 수 없다. 이는 KBS가 ‘블랙리스트’라는 문건이 기정사실화된 것처럼 떠돌아다니는 것에 대해 이번 기회를 통해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겠다는 의지가 강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김미화의 공식 사과가 없는 이상 법정 싸움까지 불사하면서 결백함을 주장했던 KBS는 시간이 흐르면서 대중의 인식 속에 ‘블랙리스트’라는 게 사라진 것에 대해 동감하게 됐고, 고소 취하를 결정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블랙리스트와 연관 있다”는 소문이 돌았던 김제동이 KBS 프로그램 ‘승승장구’에 출연함에 따라 의혹이 해소되는 역할을 했다.

김미화는 이번 일로 인해 MBC 라디오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로서 언행의 중요성을 깨달았을 것으로 사료된다. 지금의 상황을 촉발시킨 트위터의 파급 효과도 절감했을 것이며, 공인으로서 앞으로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도 고민거리이자 숙제가 됐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본인을 비롯해 가족과 지인은 말할 수 없는 상처와 근심을 얻었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블랙리스트’ 파문이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지난 10월 26일 진행된 대질심문 과정에서 김미화가 KBS 2TV ‘연예가중계’ 작가가 ‘블랙리스트’를 의미하는 “출연 금지 문건에 대해 말했다”고 주장하면서 새 국면을 맞고 있다. 현재 김미화와 KBS 사태에서 제3자였던 ‘연예가중계’ 작가가 휘말리면서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연예가중계’ 작가는 “그런 말을 한적도 없고, 경찰 조사 과정에서 처음 들었다”며 강력히 반박하고 있다. ‘연예가중계’ 작가도 김미화에게 공식 사과를 요청하고 있어 누군가는 숙제를 풀어야 하는 상황에 놓여졌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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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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