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문화] 영하의 추위는 마음 역시 차갑게 만든다. 또한 새해부터 연이어 터지는 사건, 사고들은 이러 차가움을 한층 더 강하게 느끼게 한다. 그렇다고 마냥 겨울이 지나가기만을 바랄 수 없는 법. 한편의 따뜻하고 유쾌한 웃음을 안겨줄 공연을 찾아보는 것도 길고 긴 겨울나기에 한 방법일 수 있다.
대학로의 한 소극장에서 공연되는 연극 ‘룸넘버 13’은 수많은 연극 중에서 따뜻한 동반자를 자처하고 있다. 연극 ‘라이어’의 작가 레이 쿠니(Ray Cooney)의 작품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08년 초연된 바 있다.
연극은 여당 국회의원 리처드와 야당 총재 비서 제인의 스캔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불륜’이 아닌 ‘사랑’이라고 말하는 두 사람은 호텔 613호에서 일을 시작하려는 그 때 갑자기 시체 한 구가 발견되면서 그들의 사랑을 나누려했던 계획은 꼬이기 시작한다.
경찰에 신고할 경우 정치 스캔들에 휘말리게 될 것을 고려해 이들은 리처드의 비서인 조지에게 떠넘기려하지만 호텔 지배인과 웨이터는 쉴 새 없이 613호에 들이닥치고, 설상가상으로 리처드의 아내 파밀라와 제인의 남편 로니까지 호텔을 찾으면서 일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린다.
‘룸넘버 13’은 다루기 무거운 소재인 정치, 섹스, 스캔들을 풍자하는 정치 코미디다. 풍자의 요소가 강하기 때문에 공연이 진행되는 약 두 시간 동안 객석에서는 화통한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그 웃음 요소로 배우들의 연기를 들 수 있다.
연극 시작 전부터 등장해 긴장된 관객의 마음을 재치 있는 말로 풀어주는 웨이터와 ‘조지’ 역의 우영욱은 여성 관객들에게 ‘귀엽다’는 말을 터져 나오게 만들 정도로 애교스러운 동작을 연신 선보인다. 뿐만 아니라 극이 진행되는 동안 객석을 향해 던지는 음흉한 눈빛 또한 관객의 웃음 코드로 작용한다. 여기에 우영욱과 마찬가지로 ‘조지’와 웨이터 역의 박준혁도 등장부터 심상치 않다. 벌게진 눈, 불편한 걸음걸이, 손동작, 울부짖는 목소리로 관객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만든다.
‘13’이라는 숫자는 불운을 의미한다. 613호에도 진실이 무엇인지를 헷갈릴 정도로 거짓말로 가득하고, 황당한 상황들이 이곳저곳에서 터져 상황은 수습할 수 없을 정도로 최악의 상태로 이어지지만 결국 뒤끝 없고, 개운한 결말을 제공하면서 극장을 떠나는 이들의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요즘 대중에게 친숙한 연기자들이 연극 무대로 발길을 돌려 매진사례를 보이며 티켓 파워를 자랑하는 작품들에 비해 ‘룸넘버 13’은 연극무대에서만 활동했던 주석제, 양형석, 유수인, 우형욱, 박준혁, 김선경, 박중근 등으로 꾸려졌지만 관객들에게 끊임없는 러브콜을 받고 있다. 서울 동숭동 극장 가자에서 오픈런으로 공연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최은화 기자 choieh@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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