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2003년 12월, 아시아의 별 동방신기(東方神起)가 화려한 등장을 알렸다. 미소년 외모에 파워풀한 퍼포먼스, 여기에 아이돌 가수답지 않은 뛰어난 가창력은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고, 2005년 KBS 가요대상에서 올해의 가수상을 차지하며 정상에 우뚝 솟았다.
국내무대를 장악한 이들은 일본으로 눈길을 돌렸다. 동방신기 다섯 명의 멤버들은 자신들을 알리기 위해 길거리 공연부터 시작하며 일본 활동을 시작했고, ‘고진감래’라고 두터운 일본 음반 시장도 이들의 매력으로 물들였다.
이들의 행복도 잠시. 지난 2009년 동방신기 멤버 김재중, 박유천, 김준수가 소속사 SM 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 해지를 선언했다. 곧 이들의 분쟁은 법정공방으로까지 이어졌고, 결국 동방신기 다섯 명은 JYJ 세 멤버와 정윤호·심창민 두 멤버로 나눠져야만 했다.
최근 멤버들의 소속사 분쟁에 따른 2년 3개월의 공백에 유노윤호와 최강창민이 마침표를 찍었다. 이 두 사람은 동방신기의 이름으로 ‘왜’(Keep Your Head Down)라는 타이틀곡으로 화려한 컴백을 알렸다. 음원차트는 물론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하며 동방신기의 저력을 과시했다.
◆ SM타운 콘서트 통해 용기 얻어
두 사람은 지난 7일 첫 방송 보다 더 떨렸던 자리가 처음으로 2인조 동방신기로 팬들 앞에 섰던 SM타운 콘서트였다고 말한다.
최강창민은 “수많은 팬들이 우리 둘의 무대를 어떻게 바라볼까하는 초조, 불안, 걱정이 있었고, 회사 식구들도 우리의 무대에 대해 기대 반 우려 반인 시선이 있었다”며 “SM타운 콘서트 무대를 갖고 나서 우리 둘보다도 주변 분들의 반응이 뜨거웠고, 둘이 해도 충분하겠다는 의견을 내리게 됐다”고 말했다.
유노윤호는 한 꼬마를 만나 들었던 이야기를 통해 “동방신기를 지켜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길을 가다가 일곱 살 꼬마아이를 만났는데 가수 중에서 누구를 제일 좋아하냐고 물으니 소녀시대와 샤이니라고 하더라. 그런데 동방신기를 아냐고 물으니 모른다고 말했을 때 누군가는 동방신기를 지켜야한다고 느꼈다”고 이야기하며 “2년3개월 동안 동방신기 활동을 자제하고 세 친구들 기다렸는데 돌아오지 않은 상태에서 계속 기다리고 있기에는 동방신기가 잊혀져가고 있기에 누군가는 지켜야한다고 생각했다”며 활동하게 된 배경에 대해 솔직히 털어놨다.
◆ 윤호·창민이 기다리는 사이, JYJ는?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유노윤호와 최강창민은 나머지 세 멤버를 기다렸고 행동조차 조심스러웠으나 세 멤버 재중, 유천, 준수는 지난해 9월 동방신기가 아닌 JYJ로서 가수 활동을 본격화했다.
JYJ는 첫 월드와이드 음반 ‘더 비기닝’(The Beginning)으로 미국 유명 음악 매거진 빌보드 홈페이지의 선택을 받았고, ‘빌보드 독자들이 뽑은 2010 최고의 음반 BEST’ 내 5위에 이름을 올리며 카니예 웨스트, 레이디 가가 등 세계적 팝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 일본, 아시아를 포함한 세계무대. 미국 중심의 팝 시장으로 목표를 상향 조정하고, 월드 쇼케이스 투어를 진행하는 등 엇갈린 행보를 보였다.
◆ 2년 3개월의 기다림 후 2인 동방신기로 새로운 출발
2년 3개월 동안 무대에 서지 못했던 두 사람도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더욱 돈독해진 두 사람의 관계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정통성을 추구하기 위해 강력한 퍼포먼스와 라이브를 추구하는 ‘SM P’(SM Performance) 스타일의 음악, ‘왜’를 타이틀곡으로 정했다.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두 명이서 세 명의 빈자리를 채워야하기 때문에 각자의 부족한 점을 채우면서 변화를 줬다고 한다. 유노윤호는 “창민이는 이전에 하지 않았던 랩 연습에 치중했고, 저 같은 경우에는 고음처리에 신경을 쓰면서 파트를 바꿔서 불러보기도 하고 많은 변화를 주었다”며 나머지 멤버들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한 노력을 설명했다.
동방신기만의 진한 색깔은 무대에서도 분명히 드러났다. 유노윤호는 “기존의 동방은 파워풀한 것에 중점을 뒀는데 두 명이 중심이 돼서 하다 보니 댄서들과 연결해서 보여주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며 “비트버거 댄서 형들과 블랙비트의 심재원, 황상훈 형, 이효리 선배 ‘유고걸’의 나나스쿨 단장 형 등 많은 분들이 무겁고 빠른 비트 속에 동작을 더 잘게 넣으려고 도와줬다”고 말하며 “완성도 높은 댄스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고 자평했다.
◆ 동방신기 ‘침묵’… JYJ ‘외침’
전속계약 분쟁으로 소속사 SM 엔터테인먼트와 갈등을 겪는 사이 2인, 3인으로 나눠진 동방신기는 힘든 시간을 보내는 태도 또한 다른 모습을 보였다.
유노윤호는 “나는 말을 아끼는 타입이다. 그 시간동안 나 자신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이 많았고, 나 혼자만의 생각을 정리할 것이 많았기에 힘든 상황에 있을 때 산도 타고 지하철도 타면서 나름 철학을 느꼈다”고 말한 뒤 그동안 JYJ 멤버가 연락을 했는데 유노윤호가 답을 하지 않았다는 내용에 대해 사실이 아님을 밝혔다.
그는 “강하게 이야기하겠다. 나에게 연락온 적 없다”며 “세 명의 멤버들이 먼저 번호를 바꿨기에 그들이 연락을 했어도 저장된 번호가 아니라 누군지 몰랐고 밝힌 적도 없다. 연락이 됐다는 기사를 본 적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고 언급했다.
반면 JYJ의 준수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우리가 떨어져 있어도 이건 아니었잖아 형. 우리 같은 생각이었잖아. 왜 왜 그러는 거야” “우리가 같이 적이라고 생각해 왔었던 것들에 감사를 표한다는 거... 같이 하지 못한 시간동안 많은 일이 있었나 봅니다”라며 유노윤호를 향한 메시지인 듯한 뉘앙스로 화제를 모은 적 있었다.
유노윤호는 이에 대해 “누가 봐도 그 형이 나 같은데 나에게 서운함이 있었을 수도 있으니 섭섭함을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준수의 트위터 글에 대해 그냥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일단 어르신이나 함께 했던 사람들에게 적이라고 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며 “나에게 직접적으로 말한 것이 아니라서 굳이 대응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말 안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며 심정을 고백했다.
◆ ‘왜’ 가사는 세 명을 향한 디스?
트위터로 그들의 에세이로 서운함을 표현해 관심을 모았던 JYJ만큼이나 동방신기도 타이틀곡 ‘왜’의 가사로 디스(diss)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대해 유노윤호는 “일단 동방신기 노래에 원래 강한 어조의 가사가 많았지만 ‘왜’는 보여지는 그대로 남자가 여자에 대해 말하는 의미가 맞다”며 “시기에 맞물려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디스’였으면 더 세게 나가지 않았을까”라며 반문했다.
최강창민도 “우리가 곡이 그렇게 해석되길 원치 않는다고 해도 부정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지만 곡을 만드는 과정에서 그런 의도로 만든 것은 아니다”며 주장했다.
◆ 동방신기 지상파 출연…JYJ 제재
다른 가수들이 온라인으로 티저 영상을 공개하는 것과 달리 동방신기는 이례적으로 TV 광고로 티저를 선보였고, KBS2TV ‘뮤직뱅크’로 화려한 신고식을 알렸다. 동방신기의 컴백 날, 팬들은 이들을 상징하는 빨간색 풍선을 들고 방송국 앞을 가득 메웠고, 이들도 변심하지 않고 기다려준 팬들에 대해 고마움을 무대 위에서 쏟아냈다. 조만간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으로 안방극장을 찾아올 예정이다.
반면 JYJ의 지상파 출연은 그리 녹록치 않아 보인다.
지난해 발매한 앨범 ‘더 비기닝’(The Beginning)이 각종 음원사이트에서 상위권을 기록하고 높은 음반 판매량을 선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지상파 3사 어디에서도 보기 힘들었고, 지난해 12월27일 녹화했던 SBS 아침 프로그램 ‘배기완 최영아 조형기의 좋은 아침’도 한 해가 지나 19일 오전 방영되는 등 이들의 출연은 거의 드물다.
이 배경에는 한국 대중문화 예술 산업 총연합회가 JYJ의 방송섭외 보류요청공문을 각 방송사와 케이블 방송국에 보낸데 있다. 협회는 “SM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대중문화업계에서는 JYJ가 이중 계약을 한 것으로 본다”며 “아직 SM과의 전속계약 해지가 법적 완료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공문을 보낸 것이다”고 주장했으나 대형기획사 앞에 방송국들이 눈치
보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샤이니, F(x) 멤버들은 가요 프로그램을 제외하고도 예능, 드라마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으므로 만일 방송국들이 이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JYJ를 캐스팅할 경우 SM 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나 연기자들의 출연을 거부하는 사태로 이어지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내심 담고 있는 건 아닌가하는 추측이다.
◆ 팬들을 향한 미안한 마음은 같아
동방신기였던, 동방신기인 멤버들의 법적 문제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는 사람, 가장 가슴아파할 이들이 바로 팬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
팬들을 향한 미안한 마음은 다섯 명 모두 한 마음이었다.
최강창민은 “팬 여러분들이 많이 기다리셨을 것 같은데 이에 대한 우리 둘도 죄책감을 갖고 있다. 우리 때문에 괴로워하는 분들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고,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열심히 하겠다”며 포부를 들려줬고, 유노윤호도 “우리는 진짜 열심히 하는 그룹이고 계속 열심히 할 것이다. 이번 앨범은 시간이 지나도 기억되는 앨범이 될 듯하다”며 소감을 들려줬다.
◆ 팬들의 마음은 어디로?
동방신기는 국내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80만의 팬을 보유하고 있으며 ‘아시아의 별’로 불리는 만큼 해외에서도 그 인기가 뜨겁다. 팬들은 동방신기와 JYJ로 나눠진 현재 상황에 대해 “가슴 아프다” “다섯 명은 영원히 하나다”는 의견을 보이며 이들의 엇갈린 행보에 안타까움을 표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최은화 기자 choieh@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