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뮤지컬 왕자’ 조정석이 드라마로 온 이유

[쿠키人터뷰] ‘뮤지컬 왕자’ 조정석이 드라마로 온 이유

기사승인 2011-01-25 16:44:01

"[쿠키 연예] 뮤지컬계에서는 이미 유명한 스타다. 뮤지컬 마니아라면 한 번쯤 그가 무대에 선 모습이나 그의 연기력에 대한 소문을 들었을 것이다. 지난 2004년 뮤지컬 ‘호두까기 인형’으로 데뷔해 유명 공연의 주연을 꿰차며 ‘뮤지컬계의 왕자’로 군림한 조정석(32).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폭발적 에너지와 어떤 캐릭터가 주어지더라도 기필코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집요한 노력은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조승우, 신성록, 엄기준, 오만석, 김무열, 송창의 등 뮤지컬 출신 유명 배우가 스크린과 안방극장으로 전진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듯 조정석도 지평을 넓힐 때가 됐다. 아니 오히려 다소 늦은 감이 있다. 조정석에 대한 평가와 성장 가능성은 이미 뮤지컬 시장을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좀 더 영역을 넓혀도 될 만큼 그의 미래는 밝다. 첫 번째 출발로 드라마를 선택한 조정석. 그는 왜 드라마에 출연하게 됐을까.

“사실 제 관심은 처음부터 영화에 있었어요. 뮤지컬 배우로 첫 발을 들이게 된 것도 영화계 진출에 꿈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어린 시절부터 수중에 돈이 생기면 극장으로 향했을 만큼 영화를 정말 많이 좋아했거든요. 영화계 데뷔에 대해 꿈을 꾸다가 대학시절 우연히 시작한 뮤지컬이 제 삶을 바꿔놨죠. 특히 ‘오페라의 유령’을 보면서 뮤지컬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갖기 시작했어요. 실제로 무대에 서면 설수록 강렬한 매력이 저에게 다가왔어요. 그렇게 한 해 두 해 뮤지컬에 집중하다 보니까 어느덧 7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게 됐네요. 드라마와 영화에 진출한 선·후배에 대한 부러움과 조급함이 있었다면 진작 다른 곳에 눈을 돌렸겠죠. 전 제 안의 능력이 차오르길 기다렸습니다.”

그의 바람이 성사될 기회도 있었다. 지난 2007년 개봉한 영화 <바람 피기 좋은 날>과 2008년 <고고70>과 인연이 닿을 뻔 했으나 당시 뮤지컬 스케줄로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일단 드라마로 주어진 끈을 잡게 됐다. 그의 안방극장 첫 번째 행선지는 ‘왓츠업’이다.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 ‘카이스트’ ‘태왕사신기’로 유명한 송지나 작가가 펜을 잡아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조정석이 발탁된 것은 송지나 작가와 송지원 PD의 눈에 들어서다. 지난 2009년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 무대를 본 두 사람이 조정석에게 먼저 러브콜을 보낸 것.

‘왓츠업’은 대학교 뮤지컬학과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다. 조정석은 ‘왓츠업’을 데뷔작으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뮤지컬 배우라는 이미지와 거리가 멀지 않아서”라고 답했다. 뮤지컬 배우 조정석에서 완전히 다른 생경한 모습이 아닌 현재 이미지와 중첩되는 모습으로 대중에게 편하게 다가가기 위해서다.

“작가와 감독을 만나 미팅을 한 다음 2장짜리 분량의 드라마 줄거리를 봤는데요. 흥미가 있더라고요. 뮤지컬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는 작품이라 저를 모르는 시청자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실 것 같았어요. 뮤지컬에서 익힌 감각을 바탕으로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도 있었고요.”



조정석이 극중에서 맡은 인물은 혼자 있을 때에는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나 무대 공포증으로 인해 대중 앞에서는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김병건’ 역이다. 조정석은 ‘왓츠업’에 전념하기 위해 지난 1년 동안 뮤지컬 무대를 마다하고 드라마 촬영에만 몰입했다. 온전한 전념을 통해 캐릭터를 확실히 구축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실 제가 드라마에 진출한다고 했을 때 팬들의 반응은 크게 둘로 나뉘었어요. ‘드디어 활동 범위를 넓히나보다. 반가운 소식’이라며 환호하는 팬들이 있는가 하면 ‘무대에서 자주 볼 수 없다’고 언짢아하는 팬들이 있더라고요. 반대하는 팬들에게 가장 미안했던 것은 드라마 준비를 하느라 뮤지컬 무대를 1년 정도 쉰 건데요. 뮤지컬 무대에 굉장히 서고 싶었지만 첫 드라마인 만큼 온전히 작품에만 집중하고 싶었어요. 처음에는 카메라를 앞에 두고 대사를 하고 표정을 짓는 게 어색했는데 여러 번 하다가 보니까 익숙해지더라고요. 나름 편안하게 캐릭터를 표현했는데 시청자 여러분은 어떻게 느끼실지 모르겠네요(웃음).”

하지만 조정석의 첫 출발은 그리 순탄해보이지 않는다. ‘왓츠업’이 편성의 난항을 겪으면서 첫 방송일이 잡혀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로 예정된 일정이 어느 덧 4개월 정도 지났다. 현재 16부작 중에서 14부까지 촬영이 완료됐다. 이렇게 될 경우 사전제작드라마로 촬영될 가능성이 크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조정석은 조급해하지 않는다. ‘왓츠업’은 어떤 형태로든지 대중 앞에 선보여질 거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자기 자신이다. 어떤 배우로 평가를 받을지가 가장 두려우면서도 설렌다고.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고 큰 기대는 갖고 있지 않아요. 단지 시청자에게 ‘저 배우는 누구지?’ ‘연기가 자연스럽다’라는 평가를 받고 싶어요. 저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게 주어진 과제라고 생각해요. 이제 또 다른 시작이니까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앞만 보고 달릴 거예요. 뮤지컬이든 드라마든 영화든 나이가 들어서도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는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조정석은 연내에 일본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체계적 매니지먼트를 구상하는 드림스타엔터테인먼트에 새 둥지를 틀었기에 다방면으로의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것. 지금 당장 조정석의 연기가 궁금하다면 서울 대학로 컬처스페이스 엔유를 찾아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무대가 좋다 네 번째 연극인 ‘트루웨스트’가 상연 중이다.

‘트루웨스트’는 정반대의 성격을 지닌 오스틴-리 형제의 삶에 대한 통찰을 다룬 작품으로, 조정석의 무대는 다음 달 2,9,19,27일 네 차례가 남아 있다. 지난해 11월 말부터 ‘오스틴’으로 쉼 없이 달려온 조정석은 폭발적 연기력으로 내공을 품어내고 있다. 초반 느릿느릿하면서도 조용한 듯 존재감이 미미했던 할리우드 극작가 ‘오스틴’에서 이야기의 흐름과 캐릭터의 변화에 따라 후반부로 갈수록 뛰어난 집중력과 파괴력으로 관중의 시선을 끌어 모은다. 뮤지컬에서 연극으로 여기에서 드라마로 판을 옮긴 조정석의 연기는 이제 시작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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