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영혼을 움직이는 노래를 하는 가수가 몇 명이나 될까. ‘슈퍼스타K2’(이하 ‘슈스케2’) 출신 김보경은 어린 나이인데다 무대 경험이 많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노래를 부를 줄 아는 가수다. 지난해 8월에 치러진 Mnet 오디션 프로그램 ‘슈스케2’ 예선전 ‘슈퍼위크’에서 켈리 클락슨의 ‘비코즈 오브 유’(Because of you)를 소화하는 모습에서도 그 재능을 충분히 인정받았다.
경쟁자 김그림에게 밀려 본선행인 TOP11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면서 가수 데뷔가 좌절되는 듯했다. 하지만 ‘기적을 노래하라’는 ‘슈퍼스타K’의 구호처럼 그에게도 이변이 일어났다. 탈락된 뒤 집으로 돌아가 이틀 동안 펑펑 눈물을 쏟던 그에게 언제 슬픔이 밀려왔냐는 듯 여러 곳의 매니지먼트사에서 러브콜을 보낸 것이다.
그 중에서 롤 모델로 삼고 있는 ‘작은 영웅’ 켈리 클락슨과 마이클 잭슨이 소속된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의 러브콜은 그의 삶을 흔들어 놨다. 여러 매니지먼트사 중에서 이곳과 계약을 하게 된 것도 상품성에 치중한 가수가 아닌 진정한 뮤지션으로 키워줄 거라는 믿음이 갔기 때문이다. 그렇게 ‘슈스케2’에서의 탈락 고배를 마신 지 3개월. 자신의 이름을 내건 ‘비코즈 오브 유’ 디지털 싱글을 내놓게 됐고, 2개월 후에는 데뷔 미니 앨범 ‘더 퍼스트 데이’(The first day)를 들고 나왔다. ‘슈스케2’ 우승자 허각이나 준우승자 존박도 부러워할만큼 거침없는 행보다.
“이번 미니앨범을 내기까지 5개월 정도 걸렸네요. 떨어지고 나서는 모든 게 절망스럽게 다가왔는데, 데뷔를 하고 미니앨범까지 내다니…. 정말 모든 게 꿈만 같아요. 이렇게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정말 감사하고 기쁩니다.”
진심 어린 마음을 담아 노래했기 때문일까. 타이틀 곡 ‘하루하루’는 지난달 24일 공개되자마자 각종 온라인 음원 사이트 1위를 휩쓸었다. SBS 인기 드라마 ‘시크릿가든’에 출연한 배우 현빈이 불러 음원 차트를 석권한 노래 ‘그 남자’를 제칠 정도로 뜨거운 호응이었다. 김보경은 이 같은 인기가 “믿겨지지 않는다. 얼떨떨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음원 차트에서 1위를 한 것도 친구랑 가족에게 전화가 와서 알았어요. 저도 ‘어머 진짜? 내가 어떻게 1위야?’ 되물었죠. 기분이 정말 얼떨떨했습니다. 저 같은 사람을 알아봐주시고, 제 노래를 들어주신다는 게 생각할수록 신기합니다. 그래도 노력은 배반하지 않는 것 같아 보람차기도 했고요.”
미니앨범 수록곡 ‘널 생각하며’는 김보경이 작사·작곡한 노래다. ‘슈스케2’ 탈락한 직후 만든 노래다. 좌절감과 상실감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진 것처럼 모든 게 부정적으로 느껴졌다. 더 이상 추락하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에 일부러 밝고 명랑한 분위기의 곡을 썼다. 집에서 기르고 있는 애완견 ‘이글이’를 떠올리면서.
“떨어지고 나서 한두 달 동안은 주위에서 말이 많았어요. 잊을 만하면 ‘슈스케’ 얘기를 물어보고, 잊을 만하면 또 묻고…. 그런 날의 연속이었죠. 가뜩이나 힘든데 주위에서 하도 그런 걸 물어봐서 괴로웠거든요. 그러다가 마침 대학교 졸업 오디션에 사용될 자작곡을 만들라고 해서 우울한 마음을 전환하기 위해 밝고 명랑한 곡을 썼어요. 비글 종류인 ‘이글이’를 집에서 기르는데요. 귀를 팔랑거리면서 뛰는 모습이 정말 귀엽거든요. 그 모습을 상상하면서 만들었어요. 다들 독특한 분위기가 난다며 좋아해주시더라고요.”
김보경을 지금의 자리에 있게 해준 노래 ‘비코즈 오브 유’. 그는 이 노래를 만나게 된 것도 운명적이었다고 털어놨다. 고교 시절 밴드를 결성해 활동했을 당시 수도 없이 불렀던 노래였는데 ‘슈스케2’ 슈퍼위크 경합 때 자유곡 선정 과정에서 또 다시 만났다.
“고등학교 시절에 처음 알게 됐는데 불렀던 노래 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이었어요. 매일 울면서 불렀을 정도로 가사가 제 경험과 비슷해 가슴에 와 닿았거든요. 부를 때마다 ‘내 노래 같다’ 생각을 참 많이 했어요. ‘슈스케2’에서는 이틀 동안 한 시간 정도 자고 나서 부른 거라 목 상태가 정말 안 좋았어요. 아니나 다를까 무대에서 정말 힘겹게 부르게 됐고, 그게 패인이었죠.”
134만 경쟁률에서 벗어나 ‘가수 김보경’으로 다시 부른 ‘비코즈 오브 유’는 편안하게 다가왔다. 대중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린다는 마음으로 즐겁게 불렀다.
“싱글 녹음을 할 때에는 경쟁이 하는 게 아니라서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부르게 됐어요. 목 상태도 좋았고, 무엇보다 성윤용 교수가 디렉팅을 봐줘서 안정된 상태에서 할 수 있었죠. 성 교수는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절 많이 아껴주셨던 스승이거든요. 지난 10여 년 동안 여자 보컬을 한 명도 안 받았는데 제가 첫 여제자가 됐거든요(웃음). 정말 ‘비코즈 오브 유’는 대중에게 저를 알릴 수 있게 해 준 고마운 곡이에요. 이 노래 아니면 전 지금 뭐하고 있었을까요?(웃음).”
두 손으로 감싸면 폭 안길 정도로 작은 체구의 김보경. 여리한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폭발적 가창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궁금해서 물었다. 그랬더니 그의 입에서는 ‘진심’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아마도 제 가슴 속에 진심이 있기 때문에 좋게 들리는 게 아닐까요. 전 영혼을 울리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요. 제 과거처럼 어려운 상황에서도 뮤지션을 꿈꾸는 친구들에게 희망이 됐으면 좋겠어요. 앞만 보고 달려가면 언젠가는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는 믿음을 가졌으면 하고요.”
켈리 클락슨이 ‘슈스케2’ 심사위원으로 참여한다는 이유만으로 뛰어든 오디션 무대. 그는 이 무대를 통해 제2의 인생을 살게 됐다. 탈락 과정에서 가슴 아픈 가정사가 드러나면서 시청자로부터 따뜻한 시선을 받았다. 하지만 동정보다는 냉철한 시선으로 평가해주길 바랐다.
“누군가는 이러더라고요. ‘넌 행복하겠다. 악성 댓글도 없고 다들 좋게 본다’라고요. 전 그 말을 듣고 전혀 기쁘지 않았어요. 학창시절부터 자존심이 세서 그런지 누군가의 동정을 받는 걸 싫어하거든요. 뜻 깊은 경험이었고, 절 성장하게 만들어준 프로그램이긴 한데…. 절 불쌍하고 안타깝게 바라보는 시선은 별로예요. 이제는 어엿한 가수로 평가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좋지 않은 부분은 아낌 없이 질타해주시고요.”
김보경은 “‘슈스케’ 출신 가수들은 유통기간이 1년”이라는 쓴 소리에도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오히려 “‘슈스케’ 출신이라는 수식어를 떼고 싶은 심정”이라고 털어놨다. ‘신인가수’ 김보경으로 인정받고 싶기 때문이라고.
“쉬는 동안 ‘사람들이 날 잊지 않을까’ 걱정은 안 했어요. 주위에서 ‘너도 빨리 데뷔해야 하지 않냐. ‘슈스케3’ 나오면 너도 묻힐 텐데 괜찮냐’ 걱정을 하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전 ‘왜 네가 더 두려워해? 난 아무렇지 않는데’라고 말했어요. 오히려 ‘슈스케’의 기억을 잊어줬으면 했죠. 그냥 저는 ‘신인가수 김보경이 데뷔했대’ 이렇게만 말해줬으면 좋겠거든요. 제 생각은 그래요. 노래를 잘 부르면 대중은 알아봐주신다고 믿거든요. 문제는 제가 얼마나 열심히 성실히 하느냐에 달린 거죠.”
지난달 29일에는 생애 첫 팬 미팅을 열었다. ‘슈스케2’ 출연을 계기로 돈독한 우정을 쌓은 가수 홍경민이 게스트로 참여해 자리를 빛냈다. 첫 걸음은 서울 홍대의 작은 클럽이지만, 언젠가는 전 세계를 누비는 가수가 되고 싶어 했다.
“인간미 넘치는 홍경민 선배와 ‘슈스케’에서 절 응원해준 엄정화 선배, 예능 프로그램에서 만났던 이은미 선배에게 데뷔 앨범을 전해주고 싶어요(웃음). 데뷔 무대를 하고 이런 저런 일을 하느라 아직 찾아뵙지 못했는데요. 이번 달이 가기 전에는 꼭 인사드리고 싶어요. 저와 우리 가족을 위해 매일 눈물로 기도해주시는 배혜진 사모님께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이번 앨범이 제 첫 걸음인데요. 나중에는 전 세계를 돌며 월드 투어를 하고 싶어요. 넓은 무대에 서는 그날을 그리며 오늘도 열심히 달려보려고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사진 이은지 기자 kim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