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클릭진단] ‘미운오리’ 황정음, ‘백조’가 되다

[Ki-Z 클릭진단] ‘미운오리’ 황정음, ‘백조’가 되다

기사승인 2011-04-23 13:04:00

[쿠키 연예] “지난 2007년 연기자로 데뷔해 오디션에서 많이 떨어졌어요. 연기자로 변신한 뒤 ‘발 연기’ 논란으로 자신감을 많이 잃었죠. 일이 없어서 1년을 쉬었고요. 더 이상 연기를 하면 안 되나 고민했어요.”

황정음이 MBC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으로 스타덤에 오른 뒤인 지난해 4월20일 SBS ‘강심장’에 출연해 눈물을 흘리면서 한 말이다. ‘지붕 뚫고 하이킥’을 만나기 전 연기력 논란으로 마음고생을 했던 시간을 회상했다.

지난 2002년 걸 그룹 슈가 멤버로 활동하면서 연예계에 데뷔한 황정음은 2007년 SBS 드라마 ‘사랑하는 사람아’를 통해 연기자로 전향했다. 이후 MBC ‘겨울새’ 케이블채널 CGV ‘리틀맘 스캔들’ MBC ‘에덴의 동쪽’ 등을 거치면서 차근히 연기 경험을 쌓아갔지만 칭찬보다는 비난이 쇄도했다. 황정음도 아이돌 그룹 출신 연기자들이 흔히 겪는 ‘연기력 논란’이라는 성장통을 피해갈 수 없었던 것이다.

체계적으로 연기 훈련을 받지 않은 데다 연기 경력에 비해 자신의 성격과 상당히 동떨어진 캐릭터라는 난이도 높은 과제를 떠안게 되면서 ‘억지 연기’를 남발하게 된 것이다. 황정음도 예외가 아니었다. 국어책을 읽는 것처럼 딱딱했고, 표현 방법이 서툴렀다. 시선 처리도 불안정했고, 몸짓도 어색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부족하다는 지적이 빗발쳤다.

이러한 비난은 ‘가수 출신으로 특급 열차를 탔다’는 편견이 맞물리면서 더욱 혹독하게 가해졌다. 황정음에게도 변화가 필요했다. 하지만 대중의 질타는 그를 무기력하게 만들었고, 점점 더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불러주는 이 없던 그가 MBC 예능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라는 호재를 만나게 된다. 실제 연인인 SG워너비 김용준과 함께 출연하면서 정극에서 보여줬던 억지스럽고 무거운 모습이 아닌 발랄하고 톡톡 튀는 매력으로 시청자에게 호감형으로 다가가게 됐다. 이를 눈여겨 본 김병욱 PD가 MBC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에 캐스팅하게 됐고, 이 시트콤을 통해 연기자로서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지붕 뚫고 하이킥’은 황정음의 재발견”이라고 거론될 정도로 그의 연기력은 대중을 단숨에 매혹시켰다.

인기를 얻고 자신감을 되찾은 황정음은 두 번째 도전에 나섰다. SBS 드라마 ‘자이언트’다. SBS가 ‘자이언트’ 주연급 배우로 황정음을 캐스팅했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 대중은 반신반의했다.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는 실제 성격과 비슷한 캐릭터로 몰입이 쉬었지만 ‘자이언트’는 달랐다. 1960년대 말 서울 강남 개발을 다룬 시대극 ‘자이언트’에서 황정음은 ‘이미주’ 역을 맡았다. 순진했던 시절, 한 남자와 사랑에 빠졌고 모든 것을 포기했다. 배신을 당하고 상처를 입으면서 성숙해져가는 입체적 캐릭터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한 캐릭터를 유지하는 평면적 인물이 아니라는 점에서 황정음에게는 다소 버거운 짐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뚜껑을 열어보니 또 다시 연기력 논란이 불붙었다. 연기 데뷔 초 굉장히 미흡한 모습을 보였던 ‘겨울새’만큼은 아니었지만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보여준 연기가 ‘인기 거품’이라는 지적도 나올 정도로 비난이 일어난 것이다. 하지만 연기파 배우 이범수, 박상민과 호흡을 맞추면서 서서히 안정을 찾아가더니 드라마 인기가 높아질수록 연기력도 상승했다. 결국에는 ‘자이언트’를 통해 황정음은 “연기자로서 제 색깔을 잡아가고 있다”는 호평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이번에는 ‘캔디’로 돌아왔다. MBC 주말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에서 정신연령 일곱 살짜리 아빠 ‘봉영규’(정보석)를 돌보며 살아가는 씩씩한 여자 ‘봉우리’ 역을 맡았다. 지난 16일 5회 방송에서 첫 등장한 황정음은 기대 이상의 연기력으로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보여준 연기력이 우연히 나온 게 아님을 입증할만한 모습이었다.

말썽쟁이 ‘이승철’(이규한)이 자신의 아빠에게 잃어버린 아들 ‘마루’(남궁민)를 찾아주겠다며 건네준 주택 보증금 500만 원을 다시 받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연기에 대한 열정을 느끼게 해줬다. 또 ‘차동주’(김재원)를 친오빠 ‘마루’로 착각하면서 얽히는 모습은 극적 긴장감을 높여주고 있다. 황정음과 주연배우들의 열연에 힘입어 ‘내 마음이 들리니’는 시청률 상승세를 타고 있다. 방송 관계자는 “조만간 20% 고지를 돌파할 것”이라며 흥행 청신호를 예상하고 있다.

황정음은 ‘지붕 뚫고 하이킥’ ‘자이언트’ 그리고 ‘내 마음이 들리니’를 통해 ‘미운오리’에서 ‘백조’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내 마음이 들리니’ 30부작이 끝날 무렵에는 어떤 색깔의 연기를 보여줄 수 있을 지 주목해 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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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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