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국민의 눈과 귀가 돼 세상 안팎의 소식을 전달해 주는 아나운서. 반듯한 이미지에 교양 있는 언행으로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일부 아나운서의 몰지각한 행동이 방송계에 파문을 일으켰다. 바로 MBC 스포츠 플러스의 송지선 아나운서(30)와 KBS 김기만 아나운서(36)가 불명예를 안은 주인공들이다.
◇‘바쁜 여자’ 송지선, 자살소동→야구선수 임태훈 루머→전 남친과 트위터 싸움
지난 7일 새벽, 방송계가 발칵 뒤집혔다. 송지선 아나운서가 트위터에 “하느님, 도와주세요. 뛰어내리려니 너무 무섭고 목을 매니 너무 아파요, 제발. 나는 비 오는 창밖을 향해 작별인사 다 했어요. 이제 그만 편안해지게 해 주세요”라며 자살을 암시하는 내용의 글을 올린 것. 심상치 않게 여긴 한 팔로어의 신고로 송 아나운서의 자택에 경찰과 119구조대가 출동했다. 송 아나운서는 다행히도 자살을 시도하지 않았다.
이 글을 두고 일부 누리꾼은 “방송인으로서 자살을 암시하는 글을 쉽게 쓰다니…, 아마도 해커의 소행일 것”이라며 해킹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서울 서초경찰서에서 조사한 결과 송 아나운서가 직접 작성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줬다. 이에 송 아나운서는 “소란을 일으켜 죄송하다”는 글로 사과했다.
자살 소동이 마무리되는가 싶었다. 하지만 이내 ‘스캔들 쓰나미’가 되어 돌아왔다. 송 아나운서가 자살을 암시하는 글을 올리기 2시간 전, 미니홈피를 통해 이번 소동을 빚게 만든 인물로 두산 베어스 간판투수인 임태훈 선수가 지목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송 아나운서는 임태훈은 아무 잘못이 없다며 “태훈이와 저는 워낙 친한 누나 동생 사이다. 가까이 살다보니까 친해졌다. 태훈이를 비난하지 말아 달라. 싸이(미니홈피)에 올린 글은 내가 작성한 게 아니다”라며 해커의 소행으로 돌렸다. 적극적 해명에도 누리꾼은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이번 루머에 휘말리기 전부터 부진한 성적을 냈던 임태훈 선수는 진위 여부를 떠나 ‘스캔들 메이커’의 주인공이 돼 버렸고, 2군으로 강등되는 쓴맛을 봤다.
송 아나운서의 불운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자살 소동이 일어난 지 이틀 뒤, 전 남자친구였던 그룹 소울다이브의 멤버 디테오(본명 이성수)와 다시 얽히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디테오는 “오늘 오후 7시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솔로 곡 하나를 공개한다. 어디에도 수록될 계획이 없지만 꼭 지금 해야 하는 이야기들이라 무료로 풀기로 했다”는 글을 올렸다.
이에 일부 누리꾼은 “지금 시점에서 공개해야 하는 걸 보니 전 여자 친구인 송 아나운서와의 관계를 폭로하는 디스(폄하)곡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했다. 그러나 디테오는 자신이 작성한 글이 아니라 남이 적은 글을 옮긴 리트윗일 뿐이라고 해명하며 “전 여자 친구를 비난할 생각이 없다”고 논란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며칠 새 소동과 소문으로 만신창이가 된 송 아나운서. 대중의 거센 비난을 받으며 진행을 맡고 있던 케이블채널 야구프로그램 ‘베이스볼 투나잇 야’를 떠나게 됐다.
◇“김기만, 훈남 이미지였는데…” 만취운전으로 무기한 출연정지
KBS 김기만 아나운서는 기복 없이 활동해 온 방송인이다. 지난 2001년 27기 KBS 공채 아나운서로 발탁돼 안정된 진행력과 성실함을 인정받아 ‘생방송 세상의 아침’ ‘싱싱 일요일’ ‘토요영화탐험’ ‘웰빙 건강테크’ ‘러브 인 아시아’ ‘행복한 교실’ 등 KBS 안팎을 누리며 활약해 왔다. 서글서글한 인상에 붙임성 있는 성격으로 ‘훈남 아나운서’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술이 화근이었다. 지난 7일 혈중 알코올 농도 0.172%의 만취상태로 자신의 BMW 차량을 몰고 가다 서울 강변북로에서 경찰에 적발됐다. 10년 동안 공들여 쌓아온 성실한 이미지가 한꺼번에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KBS는 바로 칼을 빼들었다. 12일 방송된 ‘해피투게더3’ 출연 분량도 통으로 들어냈다. 방송 내내 풀 샷(전체 화면)을 제외하고, 최동석-박지윤 아나운서 부부가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만 전파를 탔다. 또 내부 논의를 거쳐 방송 무기한 출연정지라는 중징계가 내려졌고, 진행 중이던 ‘러브 인 아시아’와 ‘행복한 교실’ 마이크도 내려놓게 됐다.
◇아나운서의 본분 잊지 말아야…
대중을 실망시킨 방송인 송지선과 김기만 아나운서. 이들은 여느 연예인이나 유명인사에 비해 더욱 큰 질타를 받고 있다. 이러한 비난의 저변에는 반듯한 이미지의 상징인 아나운서라는 직업과 그에 대한 동경 어린 시선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정보를 명확하게 전달해 주는 신뢰감 높은 직업인데다 두루 평판도 좋았기에 대중의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상태다.
아나운서는 단순한 방송인이 아니다. 국민의 눈과 귀를 대변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책임감 있고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 사건 사고로 신문 1면을 장식하는 아나운서보다는 카메라 앞에서 활약하는 아나운서로서의 본분을 다하는 모습을 기대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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