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talk] 크라운 제이 유감, 왜 대마초와 힙합 연관 짓나

[Ki-Z talk] 크라운 제이 유감, 왜 대마초와 힙합 연관 짓나

기사승인 2011-05-28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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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권의 댓츠 베리 핫] “대마초 흡연이 친분 과시하는 힙합계 관행이라고?”

[쿠키 연예] 잊을 만하면 우리 곁을 찾아오는 대마초 사건이 또 터졌다. 평소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구속되고 심하게는 연예계 생활에 종지부를 찍는 이들을 볼 때마다 난 두 가지 안타까움이 들곤 했다. 하나는 여전히 대마초와 (순식간에 인생을 망치는) 마약을 동일시하는 언론과 대중의 태도에, 다른 하나는 그러한 세간의 인식 아래 결국 직업을 잃고 엄청난 범죄자로까지 분류되는 그들에게. 그렇다. 이성과 담배에 눈뜨기 시작하는 사춘기 시절부터 이제껏 여자에게 혼을 뺏긴 적은 있어도 담배에는 눈길조차 준 적 없지만, 난 이른바 ‘대마초의 비범죄화’ 주장에 공감하는 편이다.

진실에 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지만, 대마초를 통해 쉽게 강성 마약에까지 손댈 위험이 있다는 ‘관문이론’이나 (매우 과장되고 잘못된) 환각성에 대한 문제는 이미 의학적으로나 실질적으로 설득력이 없는 근거들이라는 것이 증명된 상황이다. 특히, 전자는 대마초에 대한 법적 규제가 가장 강력한 국가 중 하나인 미국이 가장 심각한 마약 문제를 안고 있다는 사례만 봐도 얼마나 아이러니한 이론인지 알 수 있다.

게다가 그 법적인 규제라는 것도 공공장소가 아닌 이상 단순 흡연자가 아니라 판매자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바로 유통 과정에서 일어나는 폭력 사건이나 불법적으로 소득을 노리는 이들을 막기 위해서다. 대마초 자체에 대한 위험이 우선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 정도면, 앞서 언급한 ‘안타까움’에 대한 배경이 무엇인지 설명되었으리라 믿는다. 노파심에 강조하자면, 뼛속까지 비흡연자로서 ‘우리나라도 이제 대마초 마음껏 피게 해~주세요!’라는 건 아니다. 다만, 세상에 몹쓸 짓을 한 범죄자로 낙인이 찍히는 웃지 못 할 현실이 씁쓸할 뿐(아, 물론, 법을 어긴 건 명백한 잘못이다).

그래서 이번 크라운 제이 사건을 보며 난 또 한 번 몹시 안타까웠다. 더구나 미국에서 한창 힙합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며 조금씩이나마 무언가를 이루어 가는 것이 보이던 그였기에 더더욱…. 여전히 ‘대마초=강성 마약’이라는 공식에 사로잡힌 이들은 손가락질 할지 모르지만(담배 피우는 이들은 정말 이러면 안 된다), 굳이 따지자면, 난 법이 아닌 그의 편이었다. 적어도 그 말이 나오기 전까지는.

‘대마초 흡연이 미국 힙합계에서는 친분을 과시하는 관행이다. 흡연을 거절했지만, 분위기상 몇 차례 흡연하게 됐다’ (언론 보도를 참고한 것이기 때문에 발언 자체가 100% 정확하진 않을 수 있다).

크라운 제이 측의 이 한 마디는 그가 사랑하는 음악, 더 나아가서는 세계 대중음악계의 흐름을 이끌고 있는 문화적 키워드인 ‘힙합’의 위치를 국내 대중 앞에서 땅바닥으로 곤두박질 시켜 버렸다. 가뜩이나 유독 힙합에 대한 음악적 편견이 강한 우리나라 대중음악계에 아주 좋은 ‘씹을 거리’를 선물(?)한 셈이다. 도대체 미국의 어느 힙합 뮤지션이 대마초를 피우는 것으로 친분을 과시한다는 말인가? 랩을 잘하거나 비트를 잘 만들고, 인기 많은 동료와 친분을 과시하는 건 봤어도 대마초 함께 피운 걸 과시했다는 말은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분명히 국내 여론과 법적인 제재를 의식하여 급하게 찾아낸 변명거리였을 것이다. 그런데 경솔해도 너무 경솔했다.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어쩔 수없이 피웠어요’는 중고생 시절 담배를 피우다가 선생님 혹은 부모님에게 걸렸을 때나 할 얘기지 성인이 할 만한 변명이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거기에 애꿎은 힙합을 끌어들였다는 점이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러다가 국내 힙합뮤지션이 미국에 진출한다는 소식이 들리면 약물검사부터 받게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물론 실제로 미국의 힙합 뮤지션들이 대마초를 즐겨 피우는 건 맞다. 하지만 이건 힙합 뮤지션들뿐만 아니라 대부분 장르의 뮤지션에 해당한다. 더구나 대마초는 힙합 형제들이 ‘친해지기 위한’ 필수 요소가 아니다. 대마초 말고도 어울릴 수 있는 거리는 많다.

문제의 발언이 크라운 제이로부터 나온 것인지 아니면 변호사의 단독 발언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매우 유감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천 냥 빚도 말로 갚는다’는 속담이 있다. 그만큼 말 한마디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국내에서의 인기를 과감히 뒤로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최고 인기 래퍼 중 한 명인 티아이(T.I.)가 이끄는 그랜드 허슬(Grand Hustle)과 인연을 맺는 등 열정적 모습을 보여 주며 자신에 대해 편견을 가졌던 힙합 팬들의 맘까지 돌려놓았던 그는 이번 말실수로 그동안 쌓은 호감 이미지를 단번에 무너뜨렸다.

만약 그가 다시 국내 연예계로 돌아온다면, 가장 먼저 사과해야 할 대상은 이 땅의 많은 힙합 뮤지션과 힙합 팬들이 되어야 할 것이다.

강일권 흑인음악 미디어 리드머 편집장(www.rhythmer.net)

*외부 필자의 기고는 국민일보 쿠키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Ki-Z는 쿠키뉴스에서 한 주간 연예/문화 이슈를 정리하는 주말 웹진으로 Kuki-Zoom의 약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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