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걸 그룹 핑클 출신의 옥주현이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에 출연해 청중평가단의 마음을 훔쳤다.
지난주 탈락한 김연우에 이어 29일 방송부터 ‘나가수’에 합류한 옥주현은 이승환의 노래 ‘천일동안’을 불렀다. 크고 작은 무대, 특히 라이브로 노래를 부르는 뮤지컬 무대에 숱하게 올랐던 그이지만 이날만큼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극도의 긴장감에 흐르는 땀을 주체하기 어려워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를 가장 괴롭힌 것은 실력파 가수들이 노래로 진검 승부를 벌이는 ‘나가수’라는 무대 자체가 주는 중압감이었다.
마지막 순서에 등장한 옥주현은 그간의 긴장감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전주가 흘러나오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평정심을 되찾았다. 학창시절의 추억, 그 상당 부분을 차지했던 각별한 노래임을 입증하듯 가사를 음미하며 여유롭게 부르기 시작했다. 원곡자 이승환의 애절한 음색과는 달리 차분한 목소리와 절제된 감정으로 자신만의 ‘천일동안’을 만들어 갔다.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폭발적 성량을 뽐내며 좌중을 압도했다. 시원하게 올라가는 고음과 풍부한 곡 표현력에 매료된 일부 관객은 눈물을 쏟기도 했다. 옥주현도 혼신의 힘을 다해 불렀다는 듯 노래가 끝나자마자 탈진한 모습으로 무대를 내려 왔다. 진심 어린 노래가 청중평가단 가슴에 가 닿았던 것일까. 첫 출연에 1위의 영예를 안았다.
이날 1위는 옥주현에게 값진 성적이 아닐 수 없다. ‘나가수’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 심한 마음고생을 했기 때문이다. 몇 주 전부터 ‘나가수’에 출연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부터 온갖 비난에 휘말렸다. 출연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일부는 아이돌 출신 이력을 문제 삼아 ‘나가수’ 멤버들과 실력 차이가 현격하게 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호감 이미지도 비난 여론을 부추긴 원인이 됐다. 화통하고 솔직한 성격으로 인해 비호감 연예인 부류에 들었던 그는 아군보다 적군이 많았다.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비난과 악성댓글을 감당하기 어려웠던 옥주현은 결국 감정이 폭발했다. 지난 26일 KBS 라디오 ‘옥주현의 가요광장’에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게시판 의견을 확인하던 중 ‘나가수’와 관련된 악성댓글에 눈물을 흘리며 라디오 부스 밖으로 뛰쳐나간 것이다.
출연을 하기도 전에 자질 논란과 하차 요구에 시달렸던 그이기에 ‘나가수’ 출연은 쉽지 않은 선택이자 도전이었다. 옥주현은 “같이 나오는 가수들의 실력이 부담스럽다”며 “인터넷에 내 이름이 나오는 게 가장 싫다. ‘옥’자만 보여도 컴퓨터를 끈다”며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대해 솔직한 심경을 토로했다.
여러 가지 악조건 속에서도 용기를 내 출연하게 된 것은 자존감을 회복하고 편견과 맞서 싸우기 위해서다. “뮤지컬 배우로만 활동하다 보니까 내가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다시 가수로 돌아갈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을 때 ‘나가수’ 출연 제의를 받았다”며 “아이돌이라 안 된다는…(편견을 깨고 싶다) 꿈을 향해 달려가는 아이돌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고 싶다”며 포부를 드러냈다.
노래를 향한 열정과 가수로서의 자존감 회복, 아이돌을 위한 희망이 되고픈 그의 바람이 ‘천일동안’에 간절하게 녹아나면서 1위 왕관을 쓰게 된 옥주현. 첫 출연에 1위를 거머쥔 그의 행보는 임재범과 사뭇 닮아 눈길을 끈다. 지난 1일 1위를 차지한 임재범은 이후 시청자로부터 ‘나가수가 재발견한 보석 같은 가수’라는 극찬을 받으며 부르는 노래마다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악성댓글과 편견으로 얼룩져 온 옥주현도 ‘나가수’를 통해 가요계의 보물로 거듭날 수 있을지 향후 행보를 주목해 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