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the 인디’s] 영화 속 인디밴드 찾기 ②

[Ki-Z the 인디’s] 영화 속 인디밴드 찾기 ②

기사승인 2011-06-04 14:01:00

[쿠키 문화] 인디밴드의 영화 진출이 이어지고 있다. 아직은 상업영화보다는 독립영화 출연이 대부분이지만 조금씩 대중들의 시선을 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최근 남성 3인조 밴드 메이트가 영화 ‘플레이’(감독 남다정)에 출연해 관심을 받고 있다. ‘플레이’는 자신만의 음악을 하기 위해 기획사의 제의를 뿌리치고 모던록 밴드를 결성한 세 남자의 뜨거운 음악적 열정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설렘을 담아낸 음악영화다. 인디 신의 팬이라면 인디밴드 출연 영화는 틈틈이 챙겨 봐야 하지 않을까? 지난주에 이어 인디밴드의 영화 진출 작을 모았다.


● 이소룡를 찾아랏!(2002년)

‘밤이 깊었네’ 뮤직비디오를 연출한 강론 감독의 장편 데뷔작 ‘이소룡를 찾아랏!’은 데뷔 14년차 록밴드 크라잉 넛이 밴드 초기에 출연한 작품이다.
영화는 크라잉 넛의 일상과 클럽 드럭에서의 공연, 이소룡 바이러스를 둘러싼 의문의 연쇄살인사건이 뒤섞여 진행된다.

크라잉 넛이 살고 있는 홍대 근처에서 의문의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살인 현장에는 불멸의 쿵푸 스타 이소룡의 흔적이 떠돌고, 베이시스트 한경록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홀로 동네를 탐문하기 시작한다.

영화는 시간이 흐를수록 주제를 잃고 방황한다. 초점이 ‘범인이 누구냐’가 아니라 범인을 찾아 나가는 과정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의 모습에 맞춰져 있다. 이건 선택의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연쇄살인사건을 추적하는 영화에 그 흔한 공포와 긴장감조차 느껴지지 않고, 엉망진창 흘러가는 스토리는 배우와 음악마저 작아지게 만든다. 거창하게 시작한 영화는 힘없이 무너진다. 그래도 2002년 당시의 크라잉 넛 모습을 다시 보고 싶다면 선택하라.


● 조금만 더 가까이(2010년)

‘조금만 더 가까이’는 젊은 연인들의 사랑에 대한 설렘과 시린 아픔을 전한다. 인디 음악으로 대변되는 홍대 앞을 배경으로 이 영화는 ‘고장 난’ 사랑에 대한 5가지 증상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이야기한다. 사랑의 넋두리를 늘어놓는 생면부지 외국인을 살갑게 대하는 여인을 비롯해 동성애를 마다치 않는 청년들의 모습까지, 이 시대 젊은 세대의 자유분방한 정서를 가감없이 보여 준다.

영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이야기’에서 객원보컬 역으로 출연했던 요조는 이번 영화에서도 보컬 역을 맡았다. 가을이 깊어가는 서울 남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에피소드의 주인공이다. 요조는 이 영화를 통해 뮤지션으로서의 매력은 물론이고 섬세한 내면 연기를 통해 배우로서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시킨다.

‘조금만 더 가까이’는 단순한 사랑 이야기를 넘어선다. 감성을 충실히 표현해 관객들로 하여금 꾸밈없는 감정 표현의 재미와 감동을 느끼게 하고, 저예산 영화임에도 따뜻한 색감으로 연출해 몰입을 배가시킨다. 그 아름답고 애잔한 다섯 남녀의 비밀스런 이야기에 함께 빠져 보는 건 어떨까?


● 나는 나비(2010년)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이하 ‘나는 가수다’)에서 한국 록밴드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록큰롤 베이비’ YB의 미국 ‘워프트 투어’ 록페스티벌 유랑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나는 나비’.

데뷔 15년, ‘국민밴드’ YB는 월드컵 응원가를 통해 한국 대표 록밴드로 등극한다. 2009년 8월 YB는 한국 밴드 최초로 미국에서 열리는 지상 최대 록페스티벌인 ‘워프트 투어’에 참가하게 된다. 들뜬 마음으로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 YB는 프로모션도 하지 않은 채 7개 주 공연을 계획한다. 시애틀에서의 첫 공연, 한국 최고의 록밴드가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고작 8명의 관객 앞에서 노래한다. 하지만 실망하지 않고 엽기적 홍보와 개성 넘치는 자신만의 음악으로 청중을 늘려 간다. ‘나는 나비’라는 노랫말처럼 날개를 활짝 펴고 세상을 자유롭게 날며 노래하는 그들의 모습에 미국의 록 마니아들도 마음을 연다.

YB는 국내에서의 인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끊임없는 노력과 열정으로 나이 사십 줄에 접어든 지금도 ‘나는 가수다’에서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이여! 두려워 말고 도전하라!


그리고 또…

이밖에도 요조를 만난 수 있는 또 다른 영화 ‘카페느와르’, 노브레인과 트랜스픽션이 활약한 ‘즐거운 인생’, 크라잉 넛, 킹스턴 루디스카, 문 샤이너스, 3호선 버터플라이가 대거 출연한 ‘라듸오 데이즈’도 찾아 볼 것을 권한다.

최근 영화 출연이 잦아지면서 인디밴드가 다양한 매체를 통해 대중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섰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극의 기둥 줄거리와 큰 관련 없이 마치 ‘배경’처럼 단순 밴드로 등장한다거나 인디밴드를 소재로 한 독립영화에 출연이 국한되어 있는 현실은 아쉽다. 다양한 역할과 소재를 통해 더욱 많은 인디밴드들을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효상 기자 islandcity@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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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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