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아이돌 가수들의 노래 실력은 어떨까. 지난 4일 첫 방송된 KBS 2TV ‘자유선언 토요일-불후의 명곡2: 전설을 노래하다’(이하 ‘불후의 명곡2’)가 궁금증 해결에 나섰다. 아이돌 가수들이 ‘전설’로 불리는 베테랑 가수의 노래를 리메이크해 우승자를 가리는 프로그램이다. 가수 아이유, 씨스타 효린, 슈퍼주니어 예성, 샤이니 종현, 비스트 요섭, 2AM 창민이 첫 실험대에 올랐다. ‘전설’로 나온 심수봉의 노래를 재해석해 평가단과 시청자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경연 끝에 화려한 퍼포먼스와 시원한 가창력으로 실력을 뽐낸 씨스타의 효린이 첫 우승자가 됐다.
방송이 나가자마자 다수의 시청자들은 MBC 서바이벌 프로그램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와 비교하며 “자유곡 경연 부분은 ‘나가수’와 똑같다. 프로그램을 베꼈다”며 원색적 비난을 가했다. 논란이 잦아들기도 전에 아이유, 종현, 예성, 요섭의 하차 소식이 전해지면서 ‘불안한 첫 출발’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연이은 악재에 ‘아이돌에 치이는 프로그램’으로 전락하면서 프로그램의 정체성에 대한 지적마저 잇달았다. 과연 ‘불후의 명곡2’는 방송 첫 회 만에 위기에 선 것일까. 권재영 PD와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불후의 명곡2’를 들여다봤다.
“‘나가수’ 베꼈다? 출발부터 다르다”
권 PD는 ‘나가수’를 표절했다는 의혹에 대해 ‘불후의 명곡2’와 ‘나가수’는 “출발부터 다른 프로그램”이라고 선을 그었다.
“‘나가수’와 비슷하다고 지적하는 분들의 의견을 보면 크게 두 가지로 모아지더라고요. 청중평가단의 반응과 노래 중간에 삽입되는 인터뷰인데요. 청중평가단과 인터뷰는 예전부터 해 오던 방식이라고 할 수 있어요. 특히 청중평가단의 모습은 20~30년 전부터 가요 프로그램에서 시도했던 규칙이에요. 참고로 저희가 잡는 청중평가단의 카메라 앵글은 지난 2009년부터 방송된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 각도와 똑같고요. 특히 (비스트) 요섭이가 자유곡 경연에서 라디의 ‘엄마’를 부를 때 눈물 흘리는 관객을 넣은 것에 대해 말이 많은데요. 아마도 ‘나가수’에서 임재범 씨가 노래를 부를 때 감동하는 관객의 모습이 시청자의 뇌리에 깊게 남았나 봐요.”
“또 ‘불후의 명곡2’는 ‘나가수’와 출발 자체가 다릅니다. ‘나가수’의 출발은 뮤지션들의 실력을 가리고 ‘탈락’과 ‘잔류’라는 제도를 통해 긴장감을 주는 거라면 우리는 ‘우승자’를 가려 아이돌의 성장 과정에 집중하는 프로그램이에요. 만약 탈락 제도를 넣었다면 ‘나가수’를 베꼈다고 비판해도 할 말이 없지만요. 아마도 ‘노래’와 ‘가수’라는 공통점 때문에 비슷하게 보이지만 엄연히 다른 프로그램입니다.”
“아이유 꼴찌해서 하차했다?”
‘불후의 명곡2’ 방영 전부터 기대를 모은 것 중에 하나가 아이유의 출연이었다. 아이유는 노래 ‘좋은 날’을 통해 ‘3단 고음’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냈다. 고운 외모 뒤에 가려져 있던 가창력을 뿜어내면서 ‘아이돌도 노래를 잘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준 가수다. 따라서 노래 실력을 평가받을 수 있는 ‘불후의 명곡2’를 통해 아이유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 대중의 관심이 뜨거웠다.
자유곡 경연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토이의 ‘좋은 사람’을 부른 아이유가 꼴찌인 6위를 기록한 것이다. 최종 경연에서는 효린에게 밀리는 설욕을 맛봤다. 곧이어 첫 회 만에 하차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를 두고 누리꾼들은 “자존심이 상해 떠나는 게 아니냐”며 하차 배경에 의혹을 제기했다. 아이유의 후임은 시크릿의 지은으로 정해졌다.
이에 대해 권 PD는 “스케줄 문제로 인해 첫 촬영 전부터 하차가 계획돼 있었다”고 털어놨다. 아이유는 가수 활동은 쉬고 있지만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 중이다.
“자유곡 경연과 최종 경연을 2주에 걸쳐 촬영했고, 최종 경연을 찍기 전에 지은의 출연이 결정됐습니다. 아이유는 예정대로 하차한 겁니다. 아이유와 소속사는 ‘불후의 명곡2’에 대한 애착이 강했습니다. 아이유에게 삼촌 팬이 많아지면서 ‘불후의 명곡2’보다는 ‘나가수’에 어울린다고 생각되는, 나이 들어 보이는 가수의 이미지가 강했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불후의 명곡2’에 출연해 어린 가수들과 어울리는 모습도 보여 주고 풋풋한 매력을 드러내고 싶었다고 하더라고요. 이번에는 아쉽게 떠나게 됐지만 여건이 되면 언제든 합류할 수 있으니까 다시 한 번 만나고 싶습니다.”
노래 실력이 기대 이하였다는 일부 시청자의 평가에 대해서는 “본인은 상당히 만족했던 무대”라고 설명했다. “아이유가 노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를 불렀을 때 국내 최정상 기타리스트 샘리가 연주를 했습니다. 아이유의 목소리가 기타와 잘 어우러졌죠. 비록 우승은 못했지만 본인도 굉장히 만족해했고요. ‘나가수’처럼 음원이 풀렸다면 아마 폭발적 인기를 얻었을 겁니다.”
“청중평가단이 스포일러?”
‘불후의 명곡2’ 우승자는 200명 청중평가단의 득표에 의해 결정된다. 자유곡 경연에서 1위 한 가수는 최종 경연에서 자신이 원하는 순서를 정할 수 있다. 2~6위를 한 가수들은 MC 신동엽의 추첨에 의해 무대 순서가 정해진다. 최종 경연은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된다. 한 명씩 차례대로 탈락하기에 청중평가단이 촬영장에 마지막까지 남아 있다.
마지막까지 함께하니 자연스레 ‘스포일러’ 문제가 동반된다. 더구나 최종 경연의 녹화가 매주 월요일 진행돼 토요일 방송까지 꽤 긴 시간이 남는다. 각종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 스포일러가 나돌 가능성이 높다. 청중평가단에 의해 결과가 노출돼 긴장감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에 대해 권 PD는 “청중평가단을 비롯해 언론인이 함께 노력해 준다면 스포일러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후의 2인이 남았을 때 청중평가단에게 투표할 시간을 준 뒤 내보냅니다. 객석을 다 비운 다음 제작진과 출연진이 남아 우승자를 가려내기 때문에 청중평가단은 사실 누가 승자가 되는지 알 수 없어요. 물론 ‘최후의 2인이 누가 됐더라’ ‘중간에 누가 떨어지더라’ 식의 스포일러는 가능하겠지만요. 다행히 첫 방송이라 그런지 다들 잘 지켜 주셨더라고요. 매니저를 통해 결과를 전해들은 일부 기자들이 있었다고 하던데 다들 기다려 줬고요. 솔직히 청중평가단보다 언론인의 신중한 보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인이 ‘누가 이랬다더라’ ‘이런 스포일러가 있다더라’ 식의 보도를 통해 재미를 반감시키는 경우가 많거든요.”
“아이돌의 성장을 지켜봐 달라”
권 PD는 프로그램을 연출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에 대해 “가수들의 스케줄을 조합하는 일”이라고 털어놨다. 국내외에서 활동 중인 아이돌 6명의 스케줄을 한날한시로 맞추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매회 스케줄을 조절하면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지만 이들의 성장 모습을 보면 피로가 가신단다.
“‘뮤직뱅크’ 연출자로 오래 있어 봤지만 가수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게 이렇게 어려운 건지 몰랐습니다. 이리저리 치일 때가 많은데요. 아이들이 실력파 가수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고생한 기억이 싹 사라지더라고요. 특히 효린의 경우 지금까지 총 4번의 경연을 했는데요. 첫 무대에 설 때랑 최근 녹화했을 때를 비교하니까 눈에 띄게 성장했더라고요. 젊은 친구들이라 발전하는 속도가 엄청 빠르더라고요. 내실이 꽉 찬 가수가 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세대를 아우르는 프로그램으로 성장하고 싶다는 바람을 남겼다. “심수봉 씨의 노래를 듣고 자란 중장년층이 아이돌이 노래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모습을 볼 때마다 보람을 느낍니다. 아이돌이 자신들의 노래를 부를 때 연출될 수 있는 모습은 아니라고 자신합니다. 노래로 하나 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습니다. 전 세대를 아우르는 프로그램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테니 지켜봐 주십시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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