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김효석 의원 “이명박 정부 상징적 인물과 승부하겠다”

민주당 김효석 의원 “이명박 정부 상징적 인물과 승부하겠다”

기사승인 2011-07-12 21:23:00

[쿠키 정치] 호남 3선인 민주당 김효석(사진) 의원(전남 담양·곡성·구례)의 전격적인 수도권 출마 선언이 정치권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말 그대로 ‘기폭제’다. 민주당 내에서는 종전 간헐적으로 나오던 ‘호남 물갈이론’이 증폭되는 모습이고, 한나라당에도 불씨가 옮겨 붙어 ‘영남 물갈이론’으로 점화하고 있다. 심지어 박근혜 전 대표의 수도권 출마론, 이상득 의원의 불출마론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대부분 중앙 언론에서도 김 의원의 결심과 그 의미를 기사 및 사설을 통해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 의원을 향해 의심의 눈초리도 보낸다. 현 지역구 사정이 어려워 공천 받기가 여의치 않을 것 같으니까, 또는 여권에 대한 민심악화로 수도권 선거가 해볼만하니까 그럴듯한 명분으로 포장해 지역구를 옮기려 한다는 시각이다. 특히 호남 의원들 사이에서 “김 의원 때문에 우리가 졸지에 물갈이 대상이 됐다”는 불만도 터져 나온다. 김 의원을 만나 그를 둘러싼 여러 설왕설래에 대한 입장을 물어봤다. 12일 국회 의원회관 김 의원 사무실에서다.

-수도권 출마 선언하고 나서 반응들이 어떤가.

“너무나 과분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 사무실로 전화가 아주 폭주하고 있다. 당원들이나 일반 시민들이 전화해서 ‘우리 지역으로 오라’는 것이다. 어떤 지역에서는 한 시민단체 관계자가 전화를 해왔다. 자기들이 저녁 내내 회의를 했는데 여러 지역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김효석 의원을 영입하자는 결론을 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지역 주민 몇만명의 서명을 받아오겠다고 하더라. 허허.”

-그런데 사실 김 의원이 현 지역구 내 입지가 안 좋아서 옮기려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내 고향이 장성인데 18대 총선 때 지역구 조정으로 담양·곡성·장성이었던 지역구에서 장성이 떨어져 나가고 담양·곡성·구례로 조정됐다. 그래서 아마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 그러나 장성이 그대로 유지됐다고 하더라도 내 결정에는 아무 변함이 없을 것이다. 현 지역구에서 사실 내가 끝까지 고집하면 (경쟁자가 누가 나와도) 나를 꺾을 수 없다. 지역구가 1개군으로 이뤄졌다면 그 지역 출신이 나와 표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3개군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나를 이기기 어렵다. 내가 16대 총선 때 전국에서 최고득표율(92.4%)을 기록했다. 17대 때는 탄핵 열풍이 불어 민주당에서 전국적으로 겨우 5명 당선됐는데, 그 중 1명이 나다. 18대 때는 말할 것도 없다.”

-일각에서는 김 의원의 현 지역구 임기가 8개월이나 남았는데 이제 수도권에 출마한다고 지역구 알아보고 기반 다지고 하면 사실상 현 지역구는 버리는 거 아니냐고 한다.

“전혀 잘못된 얘기다. 나는 지역위원장으로서 18대 임기가 끝날 때까지 책임을 다 할 거다. 지역 행사에 다 참석한다. 내일도 내려가고 금요일에도 내려갈 계획이다. 지역위원장으로서의 역할은 임기가 끝날 때까지 충실하게 해야지.”

-또 하나 부정적으로 나오는 얘기가, 수도권이 선거하기 쉬워져서 옮기려고 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미 18대 총선 때 수도권에서 출마하려고 했었다. 그 때는 수도권에서 야당이 선거를 할 수 없을 정도로 환경이 굉장히 어려웠다. 그러나 나는 당시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변호사)을 만나서 ‘나라도 서울에 와서 싸우겠다’고 했다. ‘시골의사’ 박경철씨도 공천심사위원이어서 그 내용을 잘 알고 있다. 그 때 관련 기사도 여럿 나왔으니 찾아보면 알 것이다. 그런데 당시에는 당내 속사정이 있어서 내 요구가 수용이 안 됐다(김 의원은 그 속사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했지만, 관계자들 명예가 훼손될 수도 있어 기사에는 밝히지 않는다). 그때부터 이미 수도권에 올라와서 승부를 걸 결심이었다. 19대 총선에서 수도권이 쉬워질 것 같으니까 느닷없이 옮기려는 게 아니다.”

18대 총선 때 김 의원의 수도권 출마 의사에 대한 기사를 찾아보니 박경철 당시 통합민주당 공천심사위 홍보간사의 인터뷰 기사가 있었다. 기자가 “공천 심사하면서 좋게 기억되는 정치인도 있나요”라고 묻자 박씨는 즉각 다음과 같이 답했다. “김효석 의원요. 호남 출신 유력 정치인들에게 서울 출마 의사를 물어봤는데 받아들이는 사람이 없었어요. 그런데 김 의원은 ‘정치적으로는 죽음이나 당의 명령이면 따르겠다’고 하더군요. 갑자기 가슴이 벅차 오르는 감동을 느꼈습니다.”

-그렇다면 내년 총선 때 염두에 두고 있는 수도권 지역구는 어디인가.

“세 가지 기준을 갖고 있다. 첫째, 민주당이 잃어버린 텃밭이 많은데 실지(失地) 회복을 할 수 있는 지역을 택하려고 한다. 두 번째, 서울 선거에는 남북벨트 강북벨트 강남벨트 등이 있는데 그 벨트의 거점이 되는 지역에서 출마해 바람을 확산시키고 싶은 욕심이 있다. 세 번째는, 기왕이면 상징성이 있는 한나라당 후보를 상대하고 싶다. 예를 들면 이명박 정부에서 상당한 의미를 갖고 있는 인물, 또는 MB노믹스를 앞장서 주장했던 인물이 있는 지역을 택하려고 한다. 그런 기준에 맞는 지역 몇 군데를 검토하고 있다. 가능하면 서울 지역을 택하려고 하는데, 한 달 안에 결정하겠다.”

당내에서는 김 의원이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의 지역구인 서울 동대문을, 정몽준 전 대표의 동작을, 그리고 이재오 특임장관의 은평을 중 한 곳에 출마하려고 검토 중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나중에 지역 결정하면 경선 다 치를 건가, 아니면 전략공천 쪽으로 생각하시나.

“아, 당연히 경선해야죠. 경선룰에 따라서 경선 다 하겠다.”

-그런데 호남 의원들은 반응이 부정적인 것 같다.

“그분들 충분히 이해하고 그분들 주장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인위적인 물갈이는 성공할 수 없다. 그리고 매번 호남에 대해서만 물갈이를 거론하는 건 공정하지 않다. 그러나 나는 호남 물갈이 차원에서 수도권에 나가려는 게 아니다. 한나라당과의 최전선에서 중원을 지켜내는 선봉장이 돼보자는 게 내 취지다.”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서라는 대승적인 차원도 있겠지만 개인적인 큰 꿈, 정치인으로서 업그레이드하려는 야심도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솔직히 그렇다. 정치인은 늘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한다. 그걸 통해서 크는 것이고 안주하면 안 된다. 호남에서 한 번 더 하는 것보다는 수도권에서 의미 있는 싸움을 통해 새로운 정치인생을 걸어보고 싶다. 그 도전의 일환으로 18대 총선 때도 수도권으로 오려고 한 것이고, 그 때 와서 성공했으면 서울시장 후보로도 우선적으로 거론됐을 것이다. 내가 18대 때 서울에 와서 어려운 지역에서 당선됐으면 서울시장 후보로도 비교적 어드밴티지를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도전을 해보려고 했는데 꿈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른 호남 중진의원들의 연쇄적인 수도권 이동 가능성이 있을까.

“다른 분들까지 압박하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내가 자꾸 ‘호남 중진 차출’하고는 다르다고 강조한다. 그분들한테 압박이 안 되게 하기 위해서. 본인들이 알아서 판단할 문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호경 기자 hkkim@kmib.co.kr
김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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