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이름은 로널드 루이스. 동두천 제2보병 사단에 근무했다. 루이스가 본 소녀의 첫인상은 “늘 외롭게 혼자 앉아있는 아이”였다. 그는 동료들과 함께 소녀에게 입을만한 옷을 주면서 소녀를 위로했다. 소녀에게 너무나 자상했던 ‘미군 오빠’였다. 하지만 이들의 우정은 오래가지 않았다. 루이스가 1년 뒤 미국으로 귀환했기 때문이었다.
소녀는 커서 한국을 대표하는 가수로 성장했다. ‘인순이’라는 자신의 이름으로 당당히 성공했다. 기회가 날 때마다 그는 미군 오빠를 찾았지만 매번 허사였다.
기적은 일어났다. 한 미군 장성과 페이스북의 도움으로 최근 루이스의 소재를 알아낼 수 있었다. 미국 순회공연을 계기로 마침내 델라웨어주 노스이스턴 윌밍턴에 살고 있는 그의 집을 찾았다.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옛 추억들이 떠오르면서 눈물이 쏟아졌다.
가수 인순이(54)가 어린시절 자신에게 도움을 준 미군 로널드 루이스와 38년만에 만났다고 AP통신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순이는 “그를 찾게 돼서 너무나 행복하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이어 “그의 눈빛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면서 “그가 늘 나를 걱정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인순이는 이날 루이스에게 파도를 헤치고 나가는 오리 7마리가 그려진 조각상을 선물했다. 조각상에는 ‘당신 없이 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Without You, I Am Nothing)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