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회장은 대규모 정리해고 등에 따른 극심한 노사분규 사태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17일 업무상 출장을 이유로 일본으로 떠난 뒤 이날로 37일째 귀국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그가 여론의 시선 및 국회 청문회 등을 피해 ‘도피성 출국’을 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 정권교체를 하면 조남호씨와 같은 악덕기업주에 대해 사법처리도 불사한다는 것을 천명해야 한다”며 “재벌 대기업들이 야당도 무서워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정 최고위원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멋대로 국회를 무시하고 능멸하고, 자기들은 배당잔치하면서 노동자들 정리해고 하는 부도덕하고 잔인한 재벌대기업에 대해, 민주당이 정권을 잡으면 개혁하겠다는 것을 보여줄 때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영춘 최고위원은 “악덕기업주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생각해봤다”며 “기업주가 나서서 적극 해결해야 할 문제를 도외시하고 국회가 요구하는 청문회 출석도 거부한 채 해외로 장기 도피하는 이런 사람, 국무총리나 여당 의원도 문제가 많은 기업주라고 규탄하는 이런 사람이 악덕기업주가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청문회 출석을 거부하고 특별한 이유도 없이 귀국을 미루고 있는 조남호 회장은 국회의 권위까지 짓밟는 작태를 벌이고 있다”며 “민주당은 온 당력을 다해서 조 회장의 청문회 출석을 관철시킬 것”이라고 다짐했다.
조 회장의 소재를 정부가 당장 파악해야 한다는 요구도 제기됐다. 박영선 정책위의장은 “조 회장이 외국에 나간 지 한달이 넘었다”며 “정부당국은 조 회장이 도대체 어느 나라에 가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한편 손학규 대표는 국회에서 이채필 노동부장관을 면담하고 조 회장이 청문회에 나올 수 있도록 협조해줄 것을 당부했다. 손 대표는 “한진중공업 사태는 한진과 노조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제 사회적 문제가 되었다. 따라서 정부가 적극 중재해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며 “특히 청문회가 조 회장 출석 하에 조기에 열릴 수 있도록 협조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이 장관은 “앞으로 사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중재와 대화 주선에 나서겠다”면서도 “다만, 당사자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정치적 개입을 자제해 주셨으면 한다”고 야당에 대한 주문을 잊지 않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호경 기자 hk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