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문화] MBC 인기 예능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나가수)’의 인터넷 유통 서비스 가격 정책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MBC측이 나가수의 인기와 거대 공급자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꼼수를 부려 소비자들만 골탕먹는 것 아니냐는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지상파 방송국 3사는 2009년말 국내 80여개 웹하드·P2P 업체들과 방송 프로그램 유통계약을 맺었다. 이를 통해 이용자들은 프로그램에 관계없이 드라마 700원, 그 외 장르 500원에 해당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해 시청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MBC는 웹하드·P2P 업체들에 갑자기 없던 기준을 요구했다. 프로그램이 100분이 넘게 구성됐을 경우 1000원을 받으라고 했다. 기존에 합의된 가격인 500원에서 단번에 2배가 인상된 것이다.

최근 MBC 주요 프로그램 중 100분이 넘는 콘텐츠는 나가수 밖에 없고, 지상파 방송국에서 단일 프로그램이 100분 넘게 구성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선 나가수의 가격만 2배 오른 셈이 돼 버린 것이다.


이에 따라 제휴를 맺은 업체들은 지난 3월 27일, 5월 1일, 6월 19일, 7월 3일, 7월 10일, 7월 17일, 7월 24일에는 1000원을 받았고, 갑작스런 인상에 이용자들의 항의가 쇄도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100분이 넘는 경우 울며 겨자먹기로 1000원을 받아야 한다.

이에 대해 MBC측은 프로그램의 시간이 늘어났으니 그에 따라 가격을 올린 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MBC 관계자는 “100분이 넘으면 아무래도 네트워크 자원도 많이 소모되는 등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꼭 나가수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 나가수를 하기 이전에 ‘일밤’에서 신입사원 코너만을 100분 넘게 구성한 적이 있을때도 1000원을 받았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제휴를 맺은 P2P·웹하드 업체들은 불만이다. 결국 ‘갑’이라는 위치를 이용해 이용자 불만에 개의치 않고 킬러콘텐츠로서의 수익만을 노리는 전략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는 시장에 보편적으로 형성된 시장가격과 소비자 가격저항을 고려해, 약속된 가격을 준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방송사의 사전조율이나 합의 없는 일방적 가격정책을 말없이 따라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지상파 콘텐츠 지배력이 높아진 상황에서 공급자인 그들의 일방적 통보에 서비스업체는 별다른 선택권이 없다. 방송사의 실리를 위한 일방적 가격정책은 결국 소비자의 가격저항과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는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