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talk] 좋은 공연 ? 나쁜 공연 ?

[Ki-Z talk] 좋은 공연 ? 나쁜 공연 ?

기사승인 2011-08-08 14:33:00

<용가리의 문화적 노가리>

[쿠키 문화] 직업상 공연을 자주 보게 되기는 하지만, 지난 주말에는 평소보다 많은 세편을 보게 되었다. 예술의전당서 열린 청소년음악회와 외국 발레단 공연, 그리고 인천에서 열린 펜타포트락페스티벌까지. 락페스티벌에서는 갤럭시익스프레스, Simple Plan 등 10개 가까운 국내외 팀들의 연주를 보았으니 엄밀히 따지면 무려 열 개가 넘는 공연을 이틀 사이에 본 셈이다.

이렇게 많이 보는 공연 중에서 그래도 ‘잘 봤다’라고 말 할 수 있는 것들은 사실 그렇게 많지 않다. 어떤 공연은 기대를 가지지 않았는데 의외로 만족을 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잔뜩 기대를 가졌는데 실망하는 것들도 있다.

이번 경우도 그랬다. 목관 5중주로 구성된 청소년음악회는 큰 기대를 갖지 않았는데, 연주력도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전문가의 재미있는 해설과 영상 서비스를 곁들여서 음악을 많이 접해보지 못했을 청소년 관객들에 대한 성의 있는 배려를 읽을 수 있었다. 그런가 하면 잔뜩 기대를 가졌던 외국 발레단 공연은 오케스트라 반주도 없고, 관객들을 공연의 세계로 안내하는 역할을 하는 팜플렛도 성의 없이 만들어져 있어서 괜히 화가 났다. 그나마 발레단 공연이 평균 수준 이상은 되어서 위안이 되기는 했지만 말이다.

서비스 상품의 특성 중의 하나로 ‘무형성’ 또는 ‘경험재’를 꼽는다. 공연도 서비스 상품이라서 이런 특성을 가지고 있다. 즉, 일반 상품처럼 어떤 형태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구매하여 사용하기 전에 상품의 기능이나 디자인, 장점들을 미리 확인하기가 곤란하다. 일정한 형태가 없으니 티켓을 사서 ‘관람이라는 경험’을 해 보고 난 후에나 상품의 가치를 알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 소비자들은 이 무형의 공연티켓을 구매하는데 그만큼 부담을 갖게 되는 것이다. 관객들의 이런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연기획자는 기량이 입증된 스타를 기용하거나, 작품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적절한 홍보를 한다. 이를 가리켜 무형의 상품을 ‘유형화’ 하는 전략이라고 마케팅 개론서는 가르친다.

지난 ‘노가리’에서 무대공연이 왜 관객들에게 남다른 감동을 주는지에 관하여, 그 요인들을 이야기 했지만, 사실 모든 공연이 다 그런 매력을 갖는 것은 아닌 만큼, 매력 있는 공연을 찾으려면 관객의 노력이 조금은 필요하다. 인터넷 등에서 공연자나 공연단체의 예술적 수준에 대한 평가를 미리 찾아보는 것이다. 먼저 공연을 본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방법도 있다. 그것 또한 ‘무형의 상품’을 ‘유형화’ 시켜 공연을 보기 위해 투자한 비용 대비 만족을 극대화 하는 관객 스스로의 현명한 행동인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성의 없는 공연들은 자연스레 설자리를 잃게 되므로 이는 곳 관객 스스로 시장을 정화시키는 역할도 되지 않을까 싶다.

사진 제공=펜타포트락페스티벌


이용관(한국예술경영연구소장/경희사이버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겸임교수)

*외부 필자의 기고는 국민일보 쿠키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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