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문화] 주크박스 뮤지컬은 안정선과 위험성을 동시에 안고 있다. 이미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노래들로 뮤지컬 넘버가 구성되었기에 지루해 할 틈이 없이 관객과 같이 호흡할 수 있다는 장점과 동시에 자칫 노래에 묻혀 스토리나 배우들의 연기가 관객들의 눈에 안 들어올 수 있다는 단점도 안고 있다. 뮤지컬 ‘광화문 연가’가 대표적이다. 고 이영훈 작곡가의 곡들이 너무나 유명하기에, 사람들은 뮤지컬을 보러 온 것이 아닌 들으러 오는 기이한 상황이 벌어졌다.
DJ DOC의 노래들로만 구성된 뮤지컬 ‘스트릿 라이프’ 역시 제작 단계서부터 이런 양면성을 내포했다. ‘DJ DOC의 노래로 뮤지컬을 만들 수 있을까’ ‘너무나 흥겨운 노래들로 이어진 DJ DOC의 노래에 인지도가 낮은 배우들과 스토리가 묻히는 것이 아닌가’라는 걱정과 의문은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지난 3일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CGV 아트홀에서 뚜껑을 연 ‘스트릿 라이프’는 이 같은 걱정이 기우였고, 의문은 과민반응이었음을 증명했다. DJ DOC의 노래는 공연장을 가득 채웠고,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춤, 노래, 퍼포먼스는 무대를 불태웠다. 배우들과 관객들이 교감하는 열정의 강도는 상상 이상이었다.
이야기는 음악에 대한 열정 하나로 가수의 꿈을 꾸고 있는 세 명의 청년들인 재민, 수창, 정훈이 나이트클럽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도 꿈을 잃지 않는 모습에서 시작한다.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던 이들은 홍대 힙합클럽에서 활동하기 시작하고, 대형기획사와 계약까지 맺게 된다. 자신들의 곡을 연이어 히트시키며 승승장구하던 이들은, 대형기획사 사장의 악덕적인 실체를 보게 되고 기획사를 나오지만 재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 그들은 다시 자신들이 활동했던 힙합 클럽으로 돌아오게 되지만, 이미 클럽은 폐쇄되기 일보 직전. 이들은 홍대클럽을 되살리기 위해 의기투합하고, 성공인 아닌 자신들의 음악과 행복을 위해 다시 마이크를 잡게 된다.
무대 위 배우들이 부르는 노래는 관객들이 모두 환호성을 지르며 자연스럽게 따라 부를 수밖에 없다. 전 국민의 애창곡이라 할 수 있는 ‘DOC와 춤을’ ‘런 투 유’ ‘여름이야기’에서부터 최근 DJ DOC가 부른 ‘나 이런 사람이야’까지 22곡 모두가 귀에 익숙할뿐더러, 한번쯤은 노래방에서 불러봤을 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순히 노래가 익숙하다고만 해서 관객들이 들썩이는 것은 아니다.
곡을 연결시켜주는 스토리와 배우들의 열연은 DJ DOC의 노래를 전혀 다른 느낌으로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주인공 역을 맡은 이재원, 정원영, 강홍석은 뮤지컬이 진행되는 내내 브레이크를 밟지 않은 상태로 질주해 나간다. DJ DOC의 노래는 콘서트 현장에서도 두 세곡 정도를 연이어 부르면, 지칠 정도로 격렬하다. 음도 흥을 돋우기 위해 고음에 위치해 숨을 돌릴 시점을 자주 만들어놔야 한다. 그러나 무대 위에서 이들 배우들은 이러한 노래를 춤과 퍼포먼스, 연기와 함께 수행해 나간다.
DJ DOC의 노래가 뮤지컬의 50%를 만들어줬다면, 이들 배우들의 열정이 나머지 50%를 채워서 관객들에게는 120%를 전달하는 희한하지만 이해되는 결과물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공연 재미있게 보는 몇 가지 팁. 무대 위에 세 명의 인물이 등장하지만, 굳이 이를 기존 DJ DOC 멤버들과 캐릭터를 일치시키려 하지 않아도 된다. DJ DOC라는 그룹의 성향이 이들 세 배우들 모두에게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또 가만히 앉아서 팔짱끼고 앉아서 보려하다가는 팔만 아프다. 콘서트 장처럼 박수 치며 머리를 흔들어도 아무도 서로를 의식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마지막, ‘DJ DOC가 나오면 재미있겠다’라는 생각을 버려라. DJ DOC는 자신들의 노래를 능숙하게 부를 수 있지만, 무대 위 배우들처럼 2시간 동안 노래하고 춤출 수 있는 체력이 안된다. 뮤지컬 ‘스트릿 라이프’는 지금 무대 위에서 열정을 쏟아내는 배우들이 있어서 가능하다.
오는 28일까지 공연되며, 이재원, 정원영, 강홍석, 오소연, 정수한, 함승현, 나미희, 김지민, 최선희, 곽호웅 등의 출연한다.
사진=CJ E&M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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