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리뷰 굿&배드] 연극 ‘보이체크’

[Ki-Z 리뷰 굿&배드] 연극 ‘보이체크’

기사승인 2011-08-27 13:22:00

[쿠키 문화] “인간의 존엄성과 사회적 모순…가끔은 진지하게 생각해볼 만도”

[줄거리] 이발병인 보이체크는 늘 바쁘다. 일하느라 바쁘고 실험용 대상이 되느라 바쁘고 돈을 벌어 마리와 아이를 먹여 살리느라 바쁘다. 그가 사는 세상은 의사와 장군이 지배하는 세상. 인간을 인간으로 보지 않고, 그저 기계적 도구로 구속당하는 세상이다. 보이체크를 단순한 실험 대상으로 바라보는 의사는 그를 가장 하등한 인간으로 평하고 완두콩만 먹이는 실험을 함으로써 인간을 과학적으로 검증하려 한다. 의사의 장기간 실험으로 보이체크는 환청과 환영에 시달리고, 마리가 군악대장과 바람을 피운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모든 희망을 버리게 된다. 독일의 극작가 게오르크 뷔히너 원작으로 1836년 당시 실업 상태에 있던 41세 이발사 보이체크가 46세 과부를 찔러 살해한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삼은 작품이다.

[Good] 이 작품은 인간의 존엄성을 비롯해 지배계급과 하층계급 간 사회적 모순을 통렬히 비판한다. 연극뿐 아니라 무용과 오페라 등의 형식으로도 공연돼 왔는데 국립극단은 원작에 충실하면서 국립극단 다운 작품성을 내세웠다. 이 작품은 1836년이라는 시간적 배경을 두고 있지만 지금 이 시대의 젊은이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권력과 착취, 비인간적이고 부당한 대우는 지금도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분명한 주제 의식을 바탕으로 생기와 유머, 페이소스를 이끌어내며 관객과의 호흡에 성공했다.

[Bad] 주제 의식과 높은 문학성은 이 작품의 미덕이지만, 자칫 무겁게 느껴질 수 있다. 공연을 보는 기준을 재미에 중점을 둔 관객이라면 하품만 하다 나올 가능성이 크다. 다소 난해한 상황 설정과 은유와 비유, 상징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작품을 보는 큰 의미가 없는 것과 다름없다. 미리 작품에 대한 정보를 알고 관람하는 것이 실패를 줄이는 방법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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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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