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김태훈 “‘당신 참 예쁘다’는 대중과의 소통 알게 해준 작품”

[쿠키人터뷰] 김태훈 “‘당신 참 예쁘다’는 대중과의 소통 알게 해준 작품”

기사승인 2011-09-07 13:15:00

"[쿠키 연예] “영화 ‘아저씨’가 배우로서의 전환점이라면, 드라마 ‘당신 참 예쁘다’는 대중과의 소통을 알게 해준 소중한 작품이죠.”

처음 출연을 결심했을 때만 해도 드라마가 이토록 인기를 얻게 될지 몰랐다. MBC 아침드라마 ‘당신 참 예쁘다’는 16.5%라는 놀라운 시청률을 세우며 저녁 시간대 포진해 여느 드라마 못지않는 인기를 끌고 있다. 그 인기 가운데에는 여심을 흔드는 남자주인공 김태훈이 있다. 인터뷰를 위해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만난 그는 드라마의 인기와 그 파급에 대해 어리둥절해하면서도 기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확실히 드라마의 힘을 실감했죠. 정말 요즘에는 거리에서 많이들 알아보세요. 좋다기보다는 교과서적인 이야기일지 몰라도, 더 좋은 작품을 출연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절대적이지는 않지만 대중과의 호흡은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죠.”

독립영화를 비롯 스크린에서는 익숙한 그이지만 아직 브라운관은 낯설다. KBS ‘근초고왕’에 출연하긴 했었지만 타이틀롤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 그는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고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들 바로바로 알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컸다”며 “매일매일 반응을 보면서 호평에 눈길이 가기보다는 혹평에 스스로 자극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당신 참 예쁘다’에서 김태훈은 성공과 출세만이 삶의 목표인 박치영 역을 맡았다. 조건과 배경을 맞춰 선을 본 후 결혼한 안나(박탐희)와 난생 처음 사랑을 느낀 유랑(윤세아) 사이에서 갈등하지만, 결국 시한부 판정을 받게 된다. 초반 ‘나쁜 남자’로 뭇 여성들의 질타를 받던 그는 지나온 인생에 대한 회한과 후회가 가득한 연기를 선보여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있다.

연극 무대에서 활동하다 2006년 영화 ‘달려라 장미’로 스크린에 데뷔한 그는 주로 독립영화에서 발군의 연기를 선보이다 지난해 ‘아저씨’를 통해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아저씨’에서 형사 역로 출연하며 첫 상업영화에 발을 디딘 그는 “영화 ‘아저씨’가 배우로서의 전환점이라면, 드라마 ‘당신 참 예쁘다’는 대중과의 소통을 알게 해준 작품”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보니까 화면과 다르다는 얘기를 자주 들어요. 내가 화면에 그렇게 안 나오나? 실물이 훨씬 낫다는 말은 칭찬인지 아직도 구분이 안갑니다.(웃음) 초반에는 두 여자 사이에서 갈등하면서 ‘나쁜 남자’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는데요, 공감할 수 없으면 연기를 할 수 없을 것 같아 박치영이라는 인물을 이해하기 위해 많은 생각을 해봤어요. 인간으로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느냐 감추느냐의 문제인 것 같아요. 누구나 다른 여성에게 눈길을 돌릴 수는 있지만, 감정 조절의 문제이기도 하니까요.”

김태훈은 극중 6개월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된 암환자다. 지나치게 대본만 생각하다보니 예민해지고 실제로 몸이 이유 없이 아프기 시작했다. 그는 “실제로 시한부 판정을 받는다면 분명 분노하고 슬퍼했을 것”이라며 “조용히 산에 들어가 자연 치료를 선택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배우로서 조급하지 않게 걸어온 그는 마치 산책을 하듯 필모그래피를 하나씩 하나씩 쌓아왔다. 2009년 영화 ‘6시간’으로 칸 국제영화제를 방문하기도 했고, 지난해에는 아시아나 국제단편영화제의 특별심사위원으로 참여했었다. 그는 “인기에 대한 야욕이 있었다면 배우를 그만 뒀을 것”이라며 “예나 지금이나 인기나 평가에 대해 개의치 않는 것 같다. 연기 잘해서 인정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극 무대에 오르던 시절은 배우로서 잊을 수 없는 시간이다. 그는 생업을 위해 연기는 물론 무대 장치 스태프로도 함께 일을 했는데, 막이 내리고 배우들이 쫑파티를 하러 가면 그는 무대에 남아 장치를 정리해야 했었다. 그는 “당시 힘들기는 했지만 비관적인 생각은 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고 바빠지면서 마음은 그때보다 더 행복하다고 할 수는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번이 세 번째 악역이다. 강한 캐릭터를 줄곧 맡아온 탓에 한 번쯤은 ‘바보 같은 역’을 해보고 싶다고 털어놓는다.

“억지스러운 바보 말고, 그냥 못난 사람 있잖아요. 너무 착하거나 계산할 줄 몰라서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모르는 사람. 그런 캐릭터면 재밌을 것 같아요.”

드라마 ‘당신 참 예쁘다’가 지칭하는 ‘당신’이 누군지 문득 궁금해졌다.

“모든 사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제가 연기하는 박치영은 나쁜 캐릭터이기도 하지만 연민을 느낄 수 있는 캐릭터이고, 그래서 매력 있는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저도 예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웃음)”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사진=이은지 기자"
두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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