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talk] 예술이 밥 먹여 주나, 기부는 무슨 !

[Ki-Z talk] 예술이 밥 먹여 주나, 기부는 무슨 !

기사승인 2011-09-17 13:09:01
<용가리의 문화적 노가리>

[쿠키 문화] ‘문화적 노가리’가 본의 아니게 이상한 길로 빠지고 있는 것 같다. 애초 의도는 공연 하나를 본다는 게 우리들에게,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이득이 있는 것인지 하는 정도의 그야말로 가벼운 잡설에 있었다. 그런데 전편을 다시 읽어 보니 그만 어찌 하다가 어려운 길로 들어서 버린 감이 있다. 허나 어쩌랴. 어차피 갈 길을 정하지 않은 ‘노가리’ 일뿐 아닌가.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지난번 노가리를 이어가야겠다.


예술이 시장의 경쟁에서 실패할 수밖에 없는 상품이라면, 그냥 그러도록 내버려 두면 되지, 왜 굳이 정부가 나서서 지원을 하라든가, 개인더러 기부를 하라 마라 난리 브루스인가? 안 그래도 국민의 세금으로 써야 할 곳이 좀 많으며, 예술에 앞서서 기부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데가 어디 한 두 군데인가. 당장 먹고 사는 자체가 문제인 인구도 적지 않은데다 88만원 세대는 둘째 치고라도 일자리조차 얻지 못한 젊은이들이 또 얼마인가 말이다.

그렇다면 이런 어려운 것들이 모두 해결이 된 다음에나 예술을 돌아봐야 하는가?

예술계에서 자주 회자되는 일화가 있다. 워싱턴에 이어 미국의 2대 대통령이 된 존 아담스가 파리대사 시절에 부인에게 보냈다는 편지의 글귀가 그것이다. 요지는 “우리가 정치와 군사를 공부해야 하는 세대라면 다음 세대는 과학과 기술, 경제이고 그 다음 세대는 예술이다”라는 것이다. 당시는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하여 자신들의 국가를 세우기 위해 동분서주할 때임을 감안하면 이 글귀가 한 국가의 장기적인 갈 길을 암시해 준 것으로 십분 이해가 간다.

이 글귀는 논쟁하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다르게 해석이 되기도 한다. 우선 짐작하다시피 문화나 예술이란 정치나 안보, 경제 문제가 해결되고 난 다음의 일이라는 것. 그래서 그런지 오늘날까지도 국가의 지도자가 되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의 공약집을 보면 문화와 예술은 맨 나중에 아주 작은 자리를 겨우 차지하거나 아예 그마저 찾아보기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결국 인간에게 궁극적으로 필요한 것은 정신적인 풍요이며 예술을 통해 그것이 충족된다는 다른 해석이 곧 뒤따른다. 이 두 가지 해석을 종합해 보면 결국 국가의 발전 단계별로 풀어 가야 한다는 논리로 타협이 되기도 한다. 말하자면 정치나 경제적으로 기초가 없을 때는 그 문제에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이 옳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문화와 예술에 대한 국가의 계획도 있어야 한다는 것일 게다. 그러나 이런 논리는 미국과 같이 허허 벌판에서 국가를 처음 세워야 하는 경우에나 맞을 법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5천년의 역사를 가진 우리가 그런 논쟁을 한다는 것은 사실 허망한 일일 것이다. 경제란 생리적으로 부침을 거듭하는 것이고 자본주의 체제가 지속되는 한 상대적으로 가난한 계층은 늘 있게 마련이다. 미국도 가난한 사람 많다.

이제 예술에 왜 지원이나 기부를 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지만, 사실 예술이 우리에게 뭔가를 주는지는 모두 알법한 일이니 구구절절 사족을 더 늘어놓지는 않겠다. 한 나라의 격이나 자존감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삶의 질을 높이고, 우리 아이들의 감성, 창의성을 북돋아 주며, 국가나 도시의 경제적 유발효과를 가져오기도 하고, 또 예술 그 자체가 국가의 경쟁력이니 하는 말들은 우리가 수없이 들어왔으니까.

그러나 하나만 짚고 마무리하자. 이렇게 의미 있는 일을 하면서도 먹고 사는 걱정을 늘 달고 있어야 하는 가난한 예술가들이 많다는 것, 그들도 건강, 고용, 연금 보험 등 사회복지 차원에서 돌봐야 할 우리 국민이라는 것이다. 곰곰 생각해 보면 밥 먹여 주기가 어려운 분야이므로 이들의 예술이 위축되지 않고 꽃을 피우도록 기부도 더 필요하지 않은가!

이용관(한국예술경영연구소장/경희사이버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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