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델리스파이스, 2011년에 1997년을 담다

[쿠키人터뷰] 델리스파이스, 2011년에 1997년을 담다

기사승인 2011-10-04 00:15:01

[쿠키 문화] 한국 모던록을 대표하며, 인디 밴드 1세대인 델리스파이스가 9월 29일 7집 앨범 ‘오픈 유어 아이스’(Open Your Eyes)를 발표하면서, 다시 대중 앞에 섰다. 2006년 6집 ‘봄봄’이후 5년 만이다. 1997년 평단과 대중의 극찬을 받은 ‘차우차우’가 담긴 1집으로 데뷔한 후, 아무리 늦어도 새 앨범 발표가 3년을 넘지 않았던 델리스파이스로서는 굉장히 긴 기간이었다.

물론 이들은 쉬지 않았다. 5년 동안 개인적인 활동을 했고, 음악적 고민도 깊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5년의 시간이 이들의 삶과 음악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9월 28일 만난 이들은 ‘비움’을 강조했다.

“저의 경우에는 비우려고 노력을 많이 했죠. 사람이 기존에 하던 것을 계속 하다보면 사람이 확 바뀌기 쉽지 않잖아요. 컴퓨터도 새로 포맷하고 설치하는 것이 확실하죠. 그래서 저희도 포맷하려 노력했어요. 또 개인적으로 그런 생각도 했어요. ‘이제는 못하겠다’. 밴드라는 것이 새로운 곡이 있어야 앨범도 내는 거잖아요. 다른 가수들처럼 우리의 곡을 누가 써주는 것도 아니고, 연주를 해주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러다보니 자신감 없이 섣불리 활동을 못하겠더라고요.”(김민규)

“저도 비슷해요. 뭔가를 찾아야 다시 시작을 할 수 있는데, 뭔가를 못 찾으면 못할 수도 있겠구나라고 막연히 생각을 했죠. 저 혼자만의 생각은 만일 다시 하게 된다면 내년(2012년)쯤 하게 된다고 생각했죠. 더 시간이 필요하겠다고 느꼈어요. 그런데 민규가 준비를 많이 해놔서 생각보다 (앨범 발매가) 많이 앞당겨졌죠.”(윤준호)

“2년 전부터 물밑 작업을 했죠. 사실 뭔가를 만들어도 멤버에게 들려주기 힘들어요. 팬들이나 대중들보다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들려줘서 ‘아 좋다’라는 소리를 들어야 될 것 같아요. 그래서 물밑 작업을 하고, 그림이 그려질 때쯤에 앨범 작업을 하기 시작했죠.” (김민규)

5년 만에 돌아온 이들에게 대중들이 ‘변화됐다’고 가장 빨리 느낀 것은 음악에 앞서 공개된 재킷 사진이다. 드럼을 담당했던 최재혁이 다른 밴드인 옐로우 몬스터즈 활동에 집중하다 결국 델리스파이스를 떠났고, 그 자리에 보드카레인 서상준과 이요한(키보드)가 녹음을 위해 객원 멤버로 합류했다. 멤버의 변호가 혹 델리스파이스의 색깔이나, 대중에게 던지는 느낌의 변화로 이어진 것은 없을까.

“그 부분은 음악적 색깔보다는 활동할 때 더 밀접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저희가 원래 4인조였거든요. 하지만 데뷔 전에는 2인조였던 적도 있었어요. 둘이 활동하면서 다른 멤버 오디션을 보기도 했죠. 그러다가 멤버가 바뀌고 그랬죠. 멤버가 나가면 활동할 때 힘들어요. 색깔도 분명 달라지고요. 저희는 기왕이면 현재의 멤버들이 같이 가줬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하지만 선택은 그 친구들의 몫이죠. 자기들이 소속된 밴드가 있으니까요.”(윤준호)

5년의 시간이 걸렸다고는 하지만, 이들이 본격적으로 앨범 작업에 들어간 것은 2년 전이다. 김민규가 ‘별의 목소리’ 전주를 만들고 나서, 본격적인 움직임에 들어갔다. 100여 곡을 만들었고, 이후 추리고 추려 나온 것이 이번 7집 앨범이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델리스파이스의 음악은 초반에 듣자마자 ‘델리스파이스 맞아’라는 생각을 먼저 줬다.

전자음으로 입력한 드럼과 화려한 신시사이저로 무장한 첫 곡 ‘오픈 유어 아이스’는 이들의 곡이라기보다는 몽환적 느낌을 선사하는 댄스클럽의 곡이 아닌가 싶었다.
‘변신’이라기보다는 ‘배신’이라는 생각을 갖는 순간, 델리스파이스는 자신의 자리로 한 걸음씩 옮겼다. ‘세 개의 태양’에서 ‘1997년 델리스파이스’와 ‘2011년 델리스파이스’를 절묘하게 매칭시키더니, 이내 ‘슬픔이여 안녕’과 ‘무지개는 없었다’에서 ‘1997년 델리스파이스’에 ‘2011년 델리스파이스’를 담았다. 그리고 다시 이들을 ‘런 포 유어 라이프’(Run For Your Life)와 ‘레인메이커’(Rain maker)에서 다시한번 섞어 놓는다.

“앨범에는 저희의 과거, 현재의 모습이 있고, 이런 것들에서 가지를 뻗어서 미래의 모습이 된다고 말씀드릴 수 있는 것 같아요. 미래에 하고 싶은 음악 스타일이 조금씩 들어있죠. 그게 일렉트로닉 느낌일 수 있고, 정말 더 해괴한 음악을 할 수도 있고요.”(김민규)

디지털 싱글과 미니앨범이 판치는 시대이기에 정규 앨범의 참 맛을 느끼기 쉽지 않다. 노래와 노래가 연결되고 하나의 영화처럼 스토리가 만들어지는 느낌은 어느 덧 잊혀져 가고 있다. 델리스파이스의 7집 앨범은 이런 이음새를 짜임새 있게 구성했다. 그리고 이에 대한 기대치는 예약주문 1만 장 판매라는 기록으로 드러났다. 이런 현상에 대해 델리스파이스는 어떻게 생각할까.

“사실 체감하지 못해요. 앨범이 많이 팔려나가고, 음원에서 어떤 반응이 보인다고 해도 저희는 무대에서 느끼기 전까지는 모르죠. 아마 쇼케이스를 해봐야 팬들이 저희의 새로운 음악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요.”(델리스파이스)

델리스파이스는 인터뷰 다음날인 9월 29일 서울 홍대 KT&G 상상마당 라이브 홀에서 가진 쇼케이스에서 5년 6개월이라는 공백이 무색할 정도의 뜨거운 공연을 펼쳤고, 팬들 역시 이런 델리스파이스의 ‘왕의 귀환’을 반겼다.

사진=뮤직커밸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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