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문화] “신세대? 구세대? 서로를 이해 못하면 결국 퇴물세대”
[줄거리]1958년 미국. 추상표현주의 화가 마크 로스코(Mark Rothko, 강신일))는 비싸고 배타적인 포시즌 레스토랑으로부터 거액을 받고 벽화를 그려주기로 한다. 그는 자신의 조수를 자처한 켄(Ken, 강필석)에게 애초 물감을 섞고, 캔버스를 짜는 단순한 일을 시킨다. 그러나 원래 화가의 길을 걷고 있던 켄은 스승이 시키는 일을 잘 해내며 놀라운 습득력을 선보인다. 게다가 당차게 마크 로스코의 예술 이론과 상업적인 프로젝트를 수락한 것에 대한 질문을 거침없이 쏟아내며 로스코를 자극한다. 결국 로스코는 켄의 자극으로 그가 점점 잃어가고 있는 ‘레드’ 즉 열정과 믿음을 찾아가게 된다.
[Good] 오경택 연출은 로스코 역을 떠올릴 때 배우 강신일을 바로 떠올리고 캐스팅했다. 그만큼 극중 강신일의 비중을 높으며, 이 연극의 최대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구세대를 대표하며 신세대의 모습을 보여주는 강필석과의 에너지 충돌은 대립인 아닌 융합의 형태로 보여준다. 음식을 끊임없이 먹으면서까지 완벽한 대사 처리를 보여주는 관록이 ‘달인’을 떠올리게 한다. 연극이 주는 메시지 역시 만만치 않다. 연극은 기존의 것과 새로운 것이 어느 한쪽을 죽이거나 살리는 것이 아닌, 서로의 존중을 위해 또다른 새로운 것이 나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자식은 아버지를 몰아내야 해. 존경하지만 살해해야 하는 거야’라는 대사는 세대 간의 이해와 소통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극장 안에 마련된 세심한 작업실 모습과 강렬한 레드의 질감은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길 것이다.
[Bad] 박학다식했던 로스코의 캐릭터 때문일까. 연극에서는 미술가와 철학가 그리고 전문적인 미술사 이론들이 쏟아진다. 연출과 배우들은 이런 디테일한 것에 신경쓰지 말라고 말하지만, 최소한의 지식이 없으면 전체를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레드의 강렬함을 설명할 때 대사에 등장하는 ‘마티스의 레드 스튜디오’를 모르면, 로스코와 레드의 관계의 한 축을 모르고 지나갈 수도 있다.
11월 6일까지 서울 동국대 이해랑 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공연시간은 100분.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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