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문화] 가을 햇살이 여름을 연상시킬 정도로 뜨거웠던 13일 오후 홍대 앞 카페에서 만난 혼성 듀오 밀크티(지우영. 레미). 홍대 거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대학생 커플로 보였지만, 음악에 대한 생각만큼은 뚜렷했다. 달콤한 사랑 노래로 밀크티라는 밴드 명보다 홍대의 ‘염장 밴드’로 더 유명한 밀크티. 처음에는 서로 호감을 느낀 남녀에서 지금은 음악적 소울메이트로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밀크티’의 만남부터 현재, 앞으로의 계획까지 들어봤다.
★달콤 쌉싸래한 밀크티
프로듀서 겸 기타 지우영(26, 본명 정우영)과 보컬 레미(22, 본명 남혜현))로 구성된 일렉트로닉 혼성듀오 밀크티. 지난 2008년 제대 후 작곡에 심취한 우영은 자신의 곡에 맞는 보컬을 찾아다니다 레미를 만났다.
“노래를 잘하는 보컬을 많았지만, 달콤하고 상큼한 보이스의 보컬은 없었어요. 어느 날 아는 후배 학교를 놀러갔다가 우연히 공연하는 평범한 신입생 레미를 봤어요. 이 목소리다 싶어 수소문해 레미와 한 팀을 이루게 되었어요.”(지우영)
팀명을 짓게 된 에피소드도 있었다. 레미가 좋아하는 차가 밀크티였던 것. 지우영은 “예전에 레미가 먹던 밀크티를 처음 먹어봤는데, 달콤한 맛이지만 홍차의 쓴맛이 우리의 의도와 잘 어울렸어요”라고 설명했다. 사랑에도 기쁨과 아픔이 있듯이, 사랑의 앞뒷면을 노래하고픈 두 사람의 생각이 잘 표현된 이름인 셈이다.
★사랑을 부르는 ‘러브 메신저’ 밀크티
지난해 발매한 정규 1집 타이틀곡 ‘초콜렛군 오렌지양’으로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밀크티는 1년 4개월 만에 정규 2집 ‘러브 트레블러’(Love Traveller)를 발매한다. 1집이 사랑의 시작이었다면, 2집은 ‘알콩달콩’하면서 아픔을 알아가는 사랑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앨범의 첫 문을 여는 강렬한 하우스 비트와 신시 사운드, 보컬 레미의 코러스가 돋보이는 ‘비 마이 러브’(Be My Love), 모든 여자의 로망인 백마탄 왕자님을 기다리는 소녀감성의 곡 ‘왕자, 백마탄’, 귀여운 안무가 돋보이는 일렉트로닉 곡의 ‘좋아’를 비롯해 ‘커플링’, ‘수줍은 고백송’ 등 제목만 들어도 달콤함이 묻어나는 곡들과 이별노래를 담은 ‘문자메세지 1건’, 복고적 색채가 가미된 발라드 곡 ‘너의 목소리’까지 다양하게 담고 있다. 그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곡은 타이틀곡 ‘라면왕’이다.
“어느 날 여자친구가 라면을 끓여 줬어요. 그 모습이 너무도 사랑스러워서 여자친구를 생각하며 ‘라면왕’을 만들게 되었어요.”(지우영)
‘라면왕’을 처음 들어본 사람이라면 문득 떠오르는 곡이 있을 것이다. 십년 전 유행되어 지금까지 여름이 되면 사랑받는 곡 윤종신의 ‘팥빙수’다.
“인터넷 댓글을 비롯해 주위 사람들에게도 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도입부에 레시피를 열거하고 곡의 운율이 비슷해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하지만 곡의 스타일이 다르잖아요.”(지우영)
★알콩달콩한 ‘염장 밴드’ 밀크티
‘둘이 사귀어요?’ 밀크티가 그동안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이란다. 기자가 밀크티를 본 첫 느낌 역시 평범한 대학생 커플이었다.
“많은 분들이 그렇게 오해하시는데, 저는 2집 준비하면서 여자친구가 생겼고요. 레미는 아직 솔로입니다. 처음에는 친해지려고 함께 영화를 보면서 실제로 데이트를 했어요. 데이트 이후로는 음악적인 부분을 제외하고 서로의 사생활을 존중하고 있죠. 여자친구가 질투는 하지 않아요.(웃음)”(지우영)
“(호감이) 있을 수도 있었지만 처음 만났을 때 그건 생각할 수 없었어요. 연상에 대한 관심도 없었고요. 그때는 갓 20살이었던 걸요.(웃음)”(레미)
가요계에 혼성듀오가 흔치 않은 터라 그런 오해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지우영이 만든 곡에 남자 목소리가 어울리지 않았고, 가사와 느낌 전달에 있어서 여자 보컬을 선택했다.
“제가 노래를 불러봤는데, 저희 곡에 남자 목소리가 어울리지 않았어요.”(지우영)
“남녀의 감정을 서로 알기 때문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누구나 공감하는 곡을 쓸 수 있어서 (동성 멤버보다) 오히려 더 좋기도 해요.”(레미)
밀크티는 ‘염장 밴드’라는 수식어로 더 유명하다. 자칫 솔로들의 ‘원망’(?)을 살 수 있는 애칭이다.
“(저희 곡이) 달콤함을 넘어서는 내용이다 보니 커플들이 들었을 때는 행복하지만 솔로 분들은 ‘염장 지르냐’라며 ‘염장 밴드’라는 수식어가 붙어 버렸어요. 모두 관심의 표현이니까 나쁘게 생각하지는 않아요.”(레미)
“저희가 만든 노래는 꼭 커플만을 위한 게 아니에요. 사람들에게 사랑을 불러일으키고자 만든 곡입니다. 사실은 솔로를 위한 음악이죠.”(지우영)
★‘라면가게’를 접수한 밀크티
밀크티는 요즘 특별한 공연을 하고 있다. 일주일에 하루정도 2집 타이틀 곡 ‘라면왕’ 홍보를 위해 라면가게 ‘게릴라 공연’을 펼치는 것. 사실 이제 기타 하나 들고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은 흔해졌다. 버스킹도 경쟁시대에 돌입한 지금, 이들의 특이한 발상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북적이는 식당에서의 공연이 쉽지 않음은 겪지 않고도 누구나 느낄 것이다.
“원래는 거리 공연을 생각했어요. 하지만 ‘기발한 발상을 해보자.’는 생각에 ‘라면왕’이니까 단순히 라면집에 가보자 했죠. 첫 공연을 일본식 라멘집에서 했는데, 일렬로 만들어진 테이블로 된 곳이었어요. 손님들의 등을 보며 첫 공연을 마쳤어요.”(지우영)
“반응은 극과 극이었어요. 앰프와 마이크 없이 공연해서 주방이 가까우면 시끄러워 노래가 잘 들리지 않았거든요. 노래만 하고 나온 적도 있었지만, 박수 보내주시고 반응이 좋을 때면 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레미)
앞으로 게릴라 공연뿐만 아니라 클럽 공연도 진행할 계획이다. 달콤한 색은 유지하되 록 적인 요소를 강화한 편곡으로 기타, 베이스, 드럼 등 세션과 함께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밀크티의 노래를 듣노라면 주류 가요를 듣고 있다는 착각이 든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인디와 대중가요를 구분 짓는 것을 거부한다. 단지 인생을 담는 음악을 할 뿐이라고 말한다. 대중가요가 대중을 위해 노래를 한다면, 인디 음악은 자신을 위해 곡을 부른다는 밀크티. 그들의 달콤한 노래는 본인은 물론, 음악 팬 한 사람 한 사람의 달달하고도 슬픈 사랑이야기를 담아내는 그릇이다.
“제가 할 수 있을 때까지 앞으로 계속 할 수 열심히 하고 싶어요.”(레미)
“작곡에 심취한 지 얼마 안 됐는데, 곡을 쓰는 것이 정말 즐겁네요. 할아버지가 되면 못하겠지만 감성이 다 할 때까지는 곡을 쓰고 싶어요.”(지우영)
사진=쥬스미디어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효상 기자 islandcity@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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