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베네 김선권(43) 대표 사무실은 아늑했다. 원목 책상과 책장, 가지런히 놓인 책과 머그잔에 은은한 조명이 더해져 카페베네 매장 한켠을 옮겨놓은 듯한 느낌이었다. 카페베네는 국내 토종 커피전문점 브랜드로 2008년 4월 서울 천호동에 1호점을 연 뒤 현재 전국에 70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올해 예상 매출은 2000억원. 매장 수로는 업계 1위다.
최근 서울 청담동 본사 사무실에서 만난 김 대표는 최근 다녀온 뉴욕 출장 이야기부터 꺼냈다. 카페베네는 다음달 6일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에 해외 1호점을 연다. 글로벌 커피 브랜드로의 도약을 결심하고 첫 출발지로 뉴욕을 택한 건 그곳에서 카페베네가 통하면 해외 진출도 탄력을 받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이후 베트남 중국 필리핀 등 동남아 3국에 진출할 계획이다.
“왜 하필 뉴욕이냐고 걱정하는 분이 많으시더라고요. 초기 투자액만 200만 달러에 달하다 보니 우려하는 분도 많고요. 하지만 매장 규모나 마케팅 방식이 기존 커피전문점과 같으면 무슨 경쟁력이 있겠습니까. 타임스스퀘어 광고판에 카페베네 브랜드 광고를 싣고 인근 직장인을 주요 타깃으로 해 사흘간 오픈 파티도 열 생각입니다.”
김 대표는 프랜차이즈 업계에선 꽤 유명 인사다. 군 제대 후 처음 도전한 호프집은 1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망했지만 1997년 게임장 프랜차이즈 ‘화성침공’을 시작으로 ‘행복추풍령’(감자탕) 등을 잇따라 론칭해 사업을 안정 궤도에 올려놨다.
김 대표가 커피전문점에 관심을 가진 건 2004년쯤이다. 해외여행을 가면 시내 중심가엔 항상 카페가 있다는 점이 눈에 들어왔다. 감자탕 사업을 하던 김 대표에게 커피전문점은 메뉴가 단순해 운영하기 수월하고, 고객들이 셀프서비스를 하는데도 만족도는 높은 ‘신기한’ 아이템이었다. 김 대표는 본격적으로 커피전문점의 매장 구성과 직원 서비스 등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회장은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커피 바에서 영감을 얻어 미국 시애틀에서 처음 커피 사업을 시작했다고 하더라고요. 그 과정을 보면서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 대표가 커피전문점을 연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은 냉담했다. 이미 해외 브랜드와 국내 대기업 계열 전문점이 시장을 선점한 상태라 후발 주자인 카페베네는 6개월 안에 망한다는 게 중론이었다.
김 대표는 매장 인테리어와 디자인에 공을 들이고 벨기에 와플과 이탈리안 젤라토 등 메뉴를 차별화했다. 여기에 배우 한예슬을 내세운 스타 마케팅과 드라마 간접광고(PPL)로 집중 홍보를 벌였다. 그 결과 2009년 223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1000억원을 넘어서며 348% 성장했다.
특히 그는 직원 및 고객 대상 공모전을 수시로 열어 젊은층의 생각을 반영하려고 노력했다. 해외에서 봉사활동을 펼치는 ‘청년봉사단’과 과거 디스크자키(disc jockey)가 있는 음악다방을 연상시키는 서비스 ‘온에어 뮤직’ 등이 모두 공모전을 통해 나온 아이디어들이다.
카페베네가 단기간에 급성장하다 보니 매각설 등 갖가지 추측도 난무했다. 김 대표는 “여러 업체에서 인수·합병(M&A) 제안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매각할 생각은 없다”며 “카페베네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잘라 말했다.
김 대표는 책을 읽다 마음에 드는 구절을 발견하면 녹음해뒀다 다시 듣는다고 했다. 20대 때 처음 창업을 시작할 때의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지갑에는 가슴에 새길 만한 문구를 출력해 넣고 다닌다. 이날 지갑에는 ‘인간은 자신의 의지로 모든 것을 변화시킨다’ ‘끝도 없이 겸손해야 하는 게 내 운명이다’ ‘사업가가 정도를 잃어버리면 모든 걸 잃는다’라고 적힌 쪽지 한 장이 들어 있었다. 삼형제의 아버지이자 9남매 중 일곱째인 김 대표는 사회생활 역시 가족관계의 확장으로 보고 주변 사람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이달 17일 이탈리안 레스토랑 ‘블랙스미스’ 론칭을 앞두고 있다. 카페베네는 양적 성장을 자제하고 내실을 추구할 방침이다.
김 대표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미래 비전인데 커피전문점은 성장세가 안정기에 접어들어 그에 대한 확신을 주기 힘들다”며 “로드숍 매장은 현재 규모에서 20∼30% 늘리고 쇼핑몰, 병원 등 특수상권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선권 대표는
△1968년 전남 장성 출생 △세종대 경영대학원 △1997년 한국세가 대표 △2004년 행복추풍령 대표 △2008년 카페베네 대표 △2011년 대한민국 글로벌 CEO 대상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