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적으로 생각하기> (서울경제경영, 2011)
지그문트 바우만, 팀 메이 지음
박창호 옮김
인간행동은 얼마나 변화무쌍한가? 인간행동을 둘러싼 변수들이 얼마나 많은가? 다양한 인간 행동을 판에 박힌 행동유형으로 보려고 범주화할 때 사회학은 실패할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반지를 선물하고 그 사랑을 확인하는 것을 사회학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가능할까? 파란 색깔이 빨간 색깔 보다 더 좋은 이유를 사회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할까? 이성적인 인간의 역사를 만들고자 했던 근대성의 사회에서 인종청소라는 대학살의 잔혹함에도 동요되지 않는 가해자들과 저항하지 않는 피해자들을 사회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수많은 개별적 경험에서 나온 것을 과학의 이름으로 해석하고 범주화하고 이론을 세워 그것을 학문이라고 한다면 너무 자의적이지 않을까?
이 책은 바로 이러한 것들에 대한 궁극적인 질문을 잔잔하게 풀어가는 책이다. 그래서 다른 사회학 책과 다르다. 학문하는 학자적 논리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의 논리에 따라 구성된 책이다. 어떤 면에서는 전문적인 사회학자들의 주제를 아예 생략하거나 간단히 언급한 면도 없잖아 있다. 그렇지만 이 책은 우리가 갖고 있는 지식을 수정하는 것이 아니라 무비판적으로 가졌던 신념에 대해 비판적 관찰을 갖게끔 도와주는 책이다. 그런 점에서 일상 경험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이전에 경험 그 자체를 기술한 것이다.
사회학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주변에 대해 우리를 더욱 예민하게 만드는 것일 수 있다. 감각을 날카롭게 해서 지금까지 보지 못한 것을 탐색하고, 지금까지 생각지 못한 것을 파고들어 이해하는 것이다. ‘사회학적으로 생각하기’란 제목에서 암시하듯이 고정된 생각을 버리고 세계를 유동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사회구조와 사회체계에 의해 고정된 환경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저항하게 만들어 우리의 자유 범위를 확대하고 대담하게 만드는 실천효과를 갖게 한다. 고정된 것에 대해 다르게 보려는 자세가 이 책의 중요한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