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talk] 극장도 퓨전시대

[Ki-Z talk] 극장도 퓨전시대

기사승인 2011-11-26 13:02:02
용가리의 문화적 노가리




[쿠키 문화] 용가리가 지금 도쿄에 있다. 이틀 사이에 일본을 대표하는 ‘신국립극장’과 올해 새로 문을 연 ‘가나가와예술극장’을 막 돌아 본 참이다.

6개의 일본 국립극장 가운데 유일하게 서양예술 장르를 공연하는 신국립극장엔 오페라전용, 연극전용 극장이 있고, 또 하나 작은 규모의 가변형 소극장이 있다. 3년 전에 왔을 때는 공연 중이라서 이 극장을 둘러볼 기회를 놓쳤다가 이번에 상세히 볼 수 있었다. 무대의 위치가 자유로이 바뀌고 모양도 변형이 가능하다. 여기서는 전통적인 연극이나 무용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실험적이거나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공연뿐만 아니라 컨퍼런스 등 이벤트도 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가나가와 예술극장은 1,300석짜리 대극장과 3개의 크고 작은 스튜디오로 이루어졌는데, 경제적인 어려움 등으로 당초보다 좀 늦게 개관이 되었다. 그런데 이곳은 한술 더 떠서 대극장까지 모두가 가변형이다. 규모가 큰 무대는 옮겨 다닐 수가 없지만 객석은 자유자재로 오르내림과 변형, 축소가 가능하다. 이곳에선 그동안의 전형적인 공연예술을 보다 새로운 방식으로 보여주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그렇지만 재원 마련, 모객에 대한 부담 때문에 그렇게 다양한 변형을 가하는 것이 아직은 쉽지 않다는 극장 운영자의 고백이 있었다. 해서 대극장에서는 뮤지컬 등을 제작하고 스튜디오에서나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는 식으로 절충식(?) 공연제작을 하고 있단다.

지난 노가리에선 전문식당 같은 공연장을 이야기 했지만 이런 공연장을 식당으로 치면 아마도 퓨전요리점 정도로 해야 할까? 여러 가지 재료를 이리 저리 섞어서 맛있는 음식은 음식이되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과 취향을 보여 주는 것이다. 연극 같은 무용, 무용 같은 마임, 디지털 영상과 신체의 결합, 그런가 하면 온갖 공연재료의 혼합까지 신선한 요리들이 만들어질 수 있는 곳이다. 가나자와 예술극장은 현립(우리식으로는 도립) 공연장인데, 말하자면 지방공무원과 예술인들이 작당(?)하여 이런 시설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 신기하다.



우리네로 치면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정도가 이런 시설이다. 고양(새라새극장)이나 안산(별맏이극장)에도 이런 식의 작은 공연장이 있다. 아, 앞으로 3년 정도 지나면 광주에도 2000석 가까운 대규모 공연장(아시아예술극장)이 이런 식으로 오픈된다.

대학로의 극장들 이를테면 아르코예술극장, 대학로예술극장 같은 곳에서도 이런 퓨전 공연들이 가끔 무대에 오른다. 대학로나 홍대앞 같은 또 다른 예술의 집성촌이라면 기존 극장들에서도 이런 방식이 자주 시도 된다. 그런 요리들이 먹힐 만 한 곳이니까.

바랄 것은 이런 퓨전 요리점은 그럴듯하게 지어 놨는데 투자가 부족하거나 손님이 없어 다시 예전 음식을 백화점식으로 요리하거나(다목적극장) 더 심할 경우 장삿속 때문에 패스트푸드(뮤지컬 등) 전문점으로 돌아가지 않는 일이다. 그런 곳은 이미 충분히 있으니까.

이용관(한국예술경영연구소장/경희사이버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겸임교수)

Ki-Z는 쿠키뉴스에서 한 주간 연예/문화 이슈를 정리하는 주말 웹진으로 Kuki-Zoom의 약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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