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리뷰 굿&배드] 연극 ‘흑인 창녀를 위한 고백’

[Ki-Z 리뷰 굿&배드] 연극 ‘흑인 창녀를 위한 고백’

기사승인 2011-11-26 13:04:01

[쿠키 문화] “무겁지만 곱씹어야 할 내용으로 가득찼다”

[줄거리] 상류사회의 일원이 된 백인여성 템플은 과거 유괴당해 사창가에 몸담았었다. 지금은 비록 명문의 자손 고완과 결혼해 두 아이의 어머니가 되지만, 자신의 오점을 눈감아준 남편에 대한 끊임없는 감사를 전제로 한 결혼생활은 그다지 행복하지 않다. 그리고 템플과 함께 사창가 생활을 했던 흑인여성인 낸시는 템플의 하녀로 지낸다. 낸시는 템플이 옛 남자의 동생을 만나기 시작해, 그 남자와 집을 나갈 기밀르 보이자, 가정의 파국을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아기를 죽인다. 낸시는 살인 동기를 말하지 않으며, 템플도 그때의 상황에 대해 입을 열지 않는다. 변호사이자, 고완의 삼촌인 스티븐스는 낸시가 아이를 죽이게 된 데에는 숨은 사연이 있음을 눈치 채고, 템플을 설득해 사건이 일어났을 당시의 상황을 고백하도록 한다.


[Good]미국 소설가 월리엄 포크너(1897~1962)의 원작을 프랑스 소설가 알베르 카뮈(1913~1960)가 연극으로 각색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두 작가의 공동작업으로 탄생한 이 연극은 1956년 카뮈의 연출로 프랑스에서 초연했다. 이번 공연은 국내 대표적인 연극연출가 김정옥 연출의 50주년 기념작이자, 100번째 연출작으로 올려진 것으로, 원제는 ‘한 수녀를 위한 진혼곡’이었다. 이를 김 연출이 1969년 초연 당시 ‘흑인 창녀를 위한 고백’을 바꾼 것이다. 김 연출은 연극에 대해 “연극이 다루고 있는 인간의 고통과 욕망에 대한 본질적 문제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퇴색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시대가 유독 검증이 많은 시기인데 그보다 고백이 필요한 것 같다. 이 작품으로 그런 의미도 되새겨 봤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연극의 가장 큰 매력은 무게감 있는 배우들의 열연이다. 템플 역의 김성녀, 스티븐스 역의 오영수를 비롯해 뚜브 역의 권병길, 고완 역의 이호성, 낸시 역의 전국향 등 연극판에서 굵직한 선을 그어온 배우들이 한 자리에 오르기 때문이다. 너무 무겁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동안 가벼운 연극에 쉽게 잊혀지는 웃음만을 찾았다면, 전통 연극의 맛을 다시한번 느껴보는 기회일 수도 있다.

[Bad] 연극의 깊이를 느끼게 할 수 있는 무게감이 자칫 젊은 세대에게는 지루함으로 비춰질 수 있다. 물론 이는 어느 측면으로 보냐에 따라 다르다. 한편으로 연극 내용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과 스토리를 알고 가야하는 면도 있다. 그렇지 않으면 점점 더 지루함만 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는 12월 11일까지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사진=신시컴퍼니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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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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