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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찾은 서울 남산창작센터에선 오페라 ‘리골레토’ 연습이 한창이었다. 상처받은 마음을 숨기고 나타난 리골레토와 그의 딸 질다의 연기였다. 공작에게 납치당했던 질다가 리골레토의 애인이 아니라 딸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는 2막 장면이다. 주세페 알토마레, 라우라 조르다노, 강형규 등 출연진은 이날 연습 이틀째였다. 산전수전 다 겪은 프로들이 모여 있었지만 연습은 자주 끊겼다. 가수들의 동선을 세세히 살피던 연출가 비비엔 휴잇은 “감정 처리가 중요하다”며 노래를 중간에 끊길 서슴지 않았다.
지휘자 로베르토 쟈놀라도 연습실 한켠에 앉아서 가수들의 연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오케스트라와의 합동 연습이 29일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가수들의 템포를 미리 보는 것이다. 쟈놀라는 “출연진의 연기를 보는 것도 연습”이라며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오케스트라와) 맞춰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월에도 서울에서 ‘라 트라비아타’의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적이 있는 그는 “‘라 트라비아타’ 때 보니 예술의전당 음향이 너무 좋아 몇몇 성악가들의 음색이 (오케스트라 소리에) 묻히더라”는 경험담도 말했다.
연출가 휴잇은 “최대한 원작에 충실한 오페라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그는 “유럽에선 지난 30년간 고전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변형된 오페라를 선보여 왔지만 지금은 원작으로 다시 돌아가고 있는 추세다. 나는 훌륭한 원작을 멋대로 변형하는 것을 혐오한다"면서 “이번에 발탁된 젊은 성악가들이 인상적인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칭찬했다.
리골레토 역을 맡은 바리톤 알토마레는 이번이 세 번째 방한이다. 연출을 비롯한 스태프들은 그더러 “최고의 연기”라며 추켜세우기도 했다. 알토마레는 “‘리골레토’를 셀 수 없이 많이 해왔지만 할 때마다 어렵고 새롭다”며 “언제나 리골레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만토바 공작 역의 테너 스테판 포프는 아직 한국에 도착하지 않아 이날 연습에는 참가하지 못했다. 다음 달 2∼4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공연, 수지오페라단 제작. 티켓 가격은 1만5000∼35만원.
양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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