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지난해 11월 개봉한 영화 ‘특수본’에서 지독한 형사 연기를 펼친 엄태웅. 그가 2달여 만에 달콤한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으로 돌아왔다. 정려원과 호흡을 맞춘 영화 ‘네버엔딩 스토리’를 통해서다.
‘네버엔딩 스토리’(감독 정용주, 제작 화앤담이엔티)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남녀를 두고 ‘둘 중 한 명만 죽는다면 슬프지만, 둘이 함께라면 그나마 덜 외롭지 않을까’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하는 영화다. 엄태웅은 인생 한방을 꿈꾸는 허당 반백수 강동주로, 정려원은 계획성 철저한 은행원 오송경으로 등장해 운명적 연인이 된다.
영화 홍보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엄태웅을 지난 17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수많은 인터뷰를 진행해온 탓인지 그는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반쯤 눈이 감긴 상태였지만 포근한 미소를 지으며 “영화가 정말 잘 돼야 한다”고 주문을 걸듯 말했다. 영화 찍는 것보다 인터뷰하는 것이 더 힘들다고 할 정도로 인터뷰를 좋아하지 않지만 영화 홍보를 위해 기자들을 만나고 있다. 그만큼 이번 영화에 거는 기대와 욕심은 상당하다.
지난 언론시사회 때는 “영화가 250만 관객을 돌파하면, 정려원과 결혼하겠다”는 폭탄발언을 해 눈길을 모았다. 정려원도 “지금껏 했던 영화 중 1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가 없었다. 이 영화가 잘 되면 (엄태웅과의 결혼을) 심각하게 고려해보겠다”고 답해 영화에 대한 두 사람의 애정이 얼마나 큰지 가늠케 했다.
이런 발언 이후 “두 사람이 정말 사귀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난무했다. 어떻게 된 사연인지 들어봤다.
“영화 홍보를 결혼식 콘셉트로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스갯소리로 영화가 250만 명을 돌파하면 결혼하겠다고 한 것인데 생각보다 일이 커진 겁니다. 그 자리에서 수습해야 했는데 정려원 씨도 재밌어하고 해서 계속 밀고 나갔습니다. 영화를 홍보하는 데는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재미도 있고요.”
농담 삼아 던진 말이었지만 정말 영화가 250만 관객을 넘는다면 어떻게 수습하려고 그런 공약을 내세웠을까. 그는 “그때 가서 재밌게 해결하도록 하겠다”며 웃었다.
결혼까지는 아니어도 두 사람의 연기 호흡은 부부 못지않은 찰떡궁합을 자랑한다. 엄태웅은 전작 ‘내 사랑’ ‘시라노 연애 조작단’ 등의 작품을 통해 멜로 연기를 펼친 바 있지만 알콩달콩한 사랑에 빠지는 역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다 보니 더욱 상대 배우와의 호흡은 더욱 중요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다른 영화 파트너들 보다 할 것이 많고 나눌 것이 많이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정려원 씨가 처음부터 마음을 열고 잘 받아줘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예전부터 정려원 씨와 연기 해보고 싶었는데 이번 기회에 하게 돼 정말 좋았고요. 정려원 씨는 연기도 잘하고 밝고 좋은 사람입니다.”
엄태웅은 1974년생으로 만 37세다. 결혼에 대한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나이. 그동안 이민정, 정려원 등 많은 여배우에게 “결혼하자”는 말을 자주 해왔다. 친해지기 위해 장난삼아 건넨 말이었지만 “이제는 그런 장난을 안치겠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재미로 ‘결혼하자’고 한 것인데 말들이 점점 커지는 것 같습니다. 괜히 이상한 사람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이제는 그만 하려고 합니다. 그런 장난이 유행일 때가 있는데 이제는 유행이 지난 것 같고 사실 조금 힘듭니다. 제가 그런다고 해서 이뤄지는 것도 아니고요(웃음). 안 되는 것을 알았으니 이제는 접어야죠.”
엄태웅은 누나 엄정화와 스크린을 통해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네버엔딩 스토리’와 ‘댄싱퀸’이 공교롭게도 같은 날(18일) 개봉했기 때문이다.
“누나가 출연한 ‘댄싱퀸’이 재미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제 영화도 잘 돼야 하지만 누나 영화도 잘돼야죠. 저희 남매가 출연한 영화가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으면 좋겠습니다.”
엄태웅은 KBS 예능프로그램 ‘1박2일’과 영화 ‘특수본’ ‘네버엔딩 스토리’ 또 개봉을 앞둔 영화 ‘건축학 개론’까지 쉬지 않고 작품 활동을 해오고 있다. 이런 그를 지켜본 엄정화는 “시간을 두더라도 매 작품 더 집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조언을 했다.
이 말을 전하자 엄태웅은 “캐릭터에 빠져 못 나오는 집중력 있는 배우가 아니라 괜찮다. 조언은 고맙지만 이렇게 일하는 게 더 좋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지난해와 올해는 일복이 있는 해인 것 같습니다. 일이 많이 들어왔고 놓치고 싶지 않은 것들이었습니다. 한 작품이 끝나고 오래 쉰다고 해서 더 집중하게 되는 것 같지도 않고요. 지금처럼 이렇게 일하는 게 더 좋습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 사진=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