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영화] 영화 ‘빅 미라클’은 추운 겨울, 마음을 따뜻이 녹여줄 잔잔한 감동이 있는 착한 영화다.
‘빅 미라클’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빙벽에 고립된 회색 고래 가족을 구하기 위해 전 세계가 힘을 합쳐 기적을 만드는 이야기를 담는다. 1988년 실제 있었던 사건을 영화화한 것으로, 더욱 진한 감동을 느끼게 한다.
미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전 세계가 차갑게 얼어붙어 있던 냉전 시대. 멸종위기의 회색 고래 가족이 먹이를 찾아 알래스카에 왔다가 빙벽에 갇힌다. 두꺼운 빙벽에 뚫린 작은 구멍 사이로 간신히 숨을 쉬는 회색 고래들. 이 안타까운 모습은 방송을 통해 대중에게 알려지고 급기야 국제적 이슈로 떠오른다.
회색 고래 가족을 구출하기 위해 미국 군대와 석유회사, 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 등이 앞장선다. 러시아는 거대한 쇄빙선으로 빙벽을 부수며 고래를 구출하는 데 힘을 보탠다.
이는 정치적 이해관계로 대립했던 미국과 러시아, 동물 보호구역 개발을 두고 대립한 석유회사와 그린피스 사이의 갈등을 귀결시키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또한 평소 고래를 먹잇감로만 여기던 에스키모인들이 역으로 그들을 구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은 코끝을 찡하게 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영화들은 픽션을 가미해 재미를 끌어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빅 미라클’은 철저히 팩트에 근거해 제작, 98%의 리얼리티를 자랑한다. 이로 인해 허구적 인물의 등장이 없고 극적 요소가 적어 관객에 따라서는 다소 지루하게 느낄 수 있다. 특히 고래를 구하기 위해 겪는 힘든 과정들은 너무나도 뻔해 긴장감이 떨어진다.
‘뱀뱀’이라 불리는 아기고래를 지키기 위한 고래 가족들의 사투와, 고래와 인간의 교감을
풀어내는 과정이 너무 밋밋하게 다뤄져 아쉬움을 남긴다. 하지만 기대치도 않게 등장한 두 남자가 만든 기계가 얼음을 녹여 회색 고래를 위기에서 구해낼 때, 쇄빙선이 등장해 빙하에 갇힌 회색 고래들을 탈출시킬 때는 예상을 뛰어 넘는 짜릿함과 통쾌함을 안긴다.
영화는 진실성 있게 다가가고자 알래스카 현지에서 촬영됐다. 또 영화 속에 실제 고래잡이 선원이 등장하는 등 사건이 일어났던 당시 그 지역에 있던 사람들을 캐스팅해 사실성을 더했다. 엔딩 크레디트에서는 실제 인물들의 사진과 영상을 만날 수 있다.
켄 콰피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드류 베리모어가 사명감 투철한 그린피스 자원봉사자로, 존 크라신스키가 드류 베리모어의 전 남자친구이자 특종을 잡은 기자로 등장한다. 국내 개봉은 오는 2월 23일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