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폭력의 원인을 왜 웹툰으로 돌리시나요?”

“학교 폭력의 원인을 왜 웹툰으로 돌리시나요?”

기사승인 2012-02-28 08:10:00

‘창작의 자유’ 외치는 만화가들

[쿠키 문화] 국내 만화작가들이 뿔났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가 웹툰 23편을 청소년유해매체로 지정한 것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며 움직임을 시작했다.

‘방심위 심의 반대를 위한 범 만화인 비상 대책 위원회’(이하 비대위)는 27일 오전 8시 서울 목동 방심위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데 이어 오후 3시에는 경기도 부천에 위치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방심위 유해매체 지정에 대한 공청회’를 열어 강경한 입장을 전했다.

방심위는 7일 포털 사이트 다음(DAUM)에서 연재 중인 5개 작품과 네이버 연재작 13개 작품, 파란 연재 중인 2개 작품, 야후 연재작 3개 작품을 합쳐 모두 23개 작품에 대해 청소년유해매체물 결정을 내렸다. 이 가운데에는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주관 및 수여하는 2011 대한민국 콘텐츠 어워드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수상작인 ‘더 파이브’와 ‘2011 오늘의 우리만화’ 수상작 ‘살인자ㅇ난감’ 등 대내외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작품들이 포함돼 있다.

만화칼럼니스트 서찬휘는 “처음에는 만화가 아니었다. 지난해 12월 20일 대구에서 학교 폭력으로 인해 한 학생이 자살했다. 가해 학생의 문제가 대두되면서, ‘메이플 스토리’라는 게임 머니를 갈취하기 위해 폭력을 취한 사실이 알려졌고 이는 만화로 불통이 튀었다”라며 “만화작가 윤서인이 자살한 학생의 문제는 부모의 책임이라는 논리를 펼쳐 비난을 들었는데, 개인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만화계 전체의 문제로 몰아갔고 결국 유해매체 지정이라는 행정조치까지 내렸다”고 입장을 밝혔다.

비대위는 지난해 말과 올해 초부터 학교폭력의 원인을 만화로 몰아세우는 기조 속에 급기야 방심위가 나서 유해매체 지정이라는 행정조치까지 내리자 1997년 만화계를 궤멸상태로 몰아넣었던 청소년보호법 사태와 맞먹는 심의 조치로 규정하고 적극적인 반대 움직임을 예고했다.

지난 1997년 한국 만화는 청소년보호법의 제정과 함께 음란과 폭력의 원인으로 몰려 대거 탄압, 오프라인 시장의 궤멸을 겪은 바 있다. 이후 인터넷 발달과 더불어 새로운 형식으로 등장해 10년간 웹툰으로 발전했고, 영화화라는 2차 저작물로까지 이어지며 대중적인 인기와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유해매체 지정으로 인해 다시금 표현의 자유를 억압받게 돼 또다시 위기를 맞게 된 것.

비대위에 따르면 웹툰은 이미 오래 전부터 혹시 모를 청소년을 향한 부정적 영향을 고려해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19세 미만은 볼 수 없는 성인 인증 절차를 거치는 시스템을 마련해 오고 있다. 하지만 방심위는 사회적 인식과 이미 마련돼 있는 시스템 그리고 작품의 내용과 맥락적인 면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정을 내렸다는 주장이다.

이날 공청회는 만화가들을 중심으로 사안의 심각성을 공유하고 진행 방향을 논의했다.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큐레이터인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학 콘텐츠스쿨 만화창작과 교수는 “학교 폭력의 원인을 만화로 돌리는 것은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조치”라며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문제다. 만화가들이 똘똘 뭉쳐서 꼭 입장을 피력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비대위는 지난 20일부터 웹툰 심의 사태에 반대하는 공식 블로그(http://nocut_toon.blog.me)를 개설해 만화가들의 항의 만화 게재와 항의 배너 배포, 문제점과 대안에 관한 분석 등을 연이어 게재하고 있다. 만화 독자들 또한 다시금 불거진 심의사태를 알리는 데 적극 나서며 지지 카페 개설, 다음 아고라 서명운동 등을 벌이며 방심위에 결정 취소 및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두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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