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지구촌] “우리 회사에는 AV(Adult Video·성인 영화) 여배우가 있다.”
최근 인터넷에서 무분별하게 공개된 고발 영상이 ‘신상털기’로 이어져 홍역을 앓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인터넷 사생활 침해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일본의 경우 AV 여배우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계기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16일 일본 인터넷 매체 ‘슈에이샤뉴스’에 따르면 최근 현지 인터넷에서는 ‘확인했다’라는 제목으로 AV 여배우의 개인정보를 대량으로 정리한 게시물이 확산되고 있다. 게시물에는 배우의 실명은 물론, 회사나 학교가 모두 공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다수의 배우들이 홍보 활동을 중단했고 일부는 은퇴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실제로 한 배우의 경우 교토대 재학생 신분이 노출돼 AV 데뷔작을 발매 직전 중단하기도 했다.
세계 최고의 포르노 시장을 갖춘 일본에서는 회사원이나 학생 신분으로 AV에 출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배우의 회사 동료나 학교 친구가 자신만의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내 주변에는 AV 배우가 있다”며 다른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어 모은 뒤 배우의 사진이나 개인정보를 인터넷에 몰래 공개하고 삭제하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배우들 역시 연예인 부럽지 않은 유명세에 심취해 블로그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로 일부 마니아들과 소통하며 자신의 개인정보를 쉽게 노출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렇게 축적된 배우들의 개인정보는 결국 대량 유출 사태를 불러왔다고 현지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일본의 IT 저널리스트 이노우에 도시유키는 “인터넷에서 AV는 가장 관심을 끄는 콘텐츠 중 하나로 무분별하게 악용되고 있다”며 “배우 자신과 지인들이 이에 대한 위기의식은커녕 허술한 개인정보 관리로 이번 사태를 촉발했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 트위터@kco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