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영화]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면, 결혼식장에서 자주 사용되는 ‘복수 아이템’은 아이의 손을 잡고 등장한 젊은 여인이 신랑을 ‘아이 아빠’라고 우기는 것이다. 그렇다면 장례식장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복수는 무엇일까. 영화 ‘시체가 돌아왔다’는 시체를 훔친다.
독특한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시체가 돌아왔다’는 아버지를 혼수상태에 빠지게 한 회장 일행에게 돈을 뜯어내기 위해 복수를 준비하는 동화(김옥빈)를 중심에 둔다. 동화는 아버지의 후배 현철(이범수)과 손을 잡고 회장의 시체를 훔치기로 한다.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동화는 “시체를 훔치는 것이 납치하는 것보다 훨씬 쉽다”며 무모하게 달려들지만 매사 이성적이고 치밀한 연구원 현철(이범수)은 체계적인 계획을 세워 일을 돕는다.
일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갑작스레 등장한 진오(류승범)로 인해 두 사람은 위기를 맞게 되고 회장 일행, 국정원 등 여러 목적으로 시체를 찾는 사람들과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벌어진다.
시체 도둑이라는 엉뚱한 소재와 세 주인공의 신선한 캐릭터는 극의 재미를 더한다. 다소 억지스러울 수 있는 스토리의 전개도 예상할 수 없는 돌발 상황들과 충돌하며 웃음을 유발시키며, 개성 강한 캐릭터들의 적절한 강약 조절은 극이 흐름을 잃지 않고 한줄기로 흘러갈 수 있게 한다.
먼저 이범수는 탄탄한 연기력으로 다소 산만할 수 있는 영화에 중심을 잡았다. 분홍빛 머리가 눈에 띄는 김옥빈은 시크한 카리스마를 뽐내며 영화 ‘박쥐’ 이상의 매력을 발산한다. 두 사람의 연기에 류승범의 ‘똘끼’ 충만 연기가 더해져 영화의 재미를 한껏 끌어올린다.
극중 진오라는 이름보다 ‘시체’로 더 많이 불리는 류승범은 등장부터 예사롭지 않다. 노란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특이한 손동작에 오묘한 표정을 짓는데, 입만 열면 거짓말이 술술 나오는 천부적 사기꾼이다. ‘류승범 외에 누가 이 역할을 소화할 수 있었을까’라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극중 캐릭터를 완벽히 ‘류승범화’ 시켰다. 마취제에 취해 몸부림치는 모습은 보는 이를 포복절도하는, 놓쳐서는 안 될 명연기다.
세 배우 외에도 정만식, 신정근, 고창석, 오정세, 유다인 등 화려한 조연들이 힘을 보태 극을 풍성하게 이끈다. 특히 오정세는 진오의 친구 명관으로 등장해 어눌한 연기를 선보이는데, 교활한 진오의 캐릭터와 상반돼 존재감을 각인시킨다.
‘시체가 사라졌다’는 어설픈 반전으로 관객의 뒤통수를 치지 않는다. 속고 속이는 관계를 통해 순간 순간을 웃고 즐길 수 있게 하며, 독특한 색깔과 개성이 빛을 발한다.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강하게 갈릴 수 있겠지만 유쾌한 팝콘영화로 안성맞춤이다. 물론 출연 배우들을 사랑하고 개성 강한 색깔의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만족도는 훨씬 높아질 것이다. 15세 이상 관람가로 오는 29일 개봉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