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가방 없는 날’ 부활시켜야 하나?

‘책가방 없는 날’ 부활시켜야 하나?

기사승인 2012-03-22 08:13:00

‘백팩’에서 ‘캐리어’ 책가방까지… 기능만 다를 뿐 어깨·허리통증은 그대로, 척추건강 위협



[쿠키 건강] 책가방 무게가 몸무게의 약 10%를 넘게 되면 신체균형이 틀어지거나 구부정한 허리에 배만 앞으로 나오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바로 가방의 무게를 감당해내지 못해서다. 키 성장에 방해될 뿐만 아니라 ‘척추측만증’ 등 다양한 근·골격계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무거운 책가방은 과거 주입식 교육의 상징이었다. 당시에는 금방 터질 것처럼 위태롭게 보이던 책가방을 양쪽 어깨에 짊어져야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으로 여겨지던 시대였다. 이에 1990년대부터 학생들의 무거운 가방 무게를 놓고 사회각계각층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실제 지난 1996년 대전시교육청이 제출한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대전시 학생들의 책가방 평균무게는 초등학생 4.18㎏, 중학생 6.1㎏, 고교생 7.57㎏로 당시 초등학생 가방무게가 군인의 단독군장무게와 비슷하다고 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와 관련, 교육계에서는 이를 주입식교육의 병폐이자 학생들의 성장발육을 막는 주원인으로 보고 ‘책가방 없는 날’을 실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등에 매는 ‘백팩(backpack)’과 더불어 유행을 했던 ‘크로스백’은 오히려 척추의 부담을 더 가중시켰다. 무거운 가방을 한쪽으로만 맬 경우 잘못된 자세를 유도하고 한쪽 부위만 발달하면서 ‘부정렬증후군’이 생길 수 있다. ‘부정렬증후군’은 척추·골반·사지 등에 비대칭 정렬이 생기면서 근·골격계의 통증이나 감각이상을 야기시키는 것을 말한다. 부족한 부분을 다른 부위에서 대체하려는 신체의 보상작용에서 비롯된다.

김인철 하이병원 원장은 “부정렬증후군은 척추나 골반의 변형뿐만 아니라 신체불균형으로 인해 중추신경에도 영향을 미쳐 내부 장기나 다른 신체 각 기관에 이상을 초래할 수 있다”며 “특히 이를 방치하게 되면 척추가 좌우균형이 무너진 ‘척추측만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또 “척추측만증은 골격성장이 끝날 때까지 지속되기 때문에 성장기간이 많이 남을수록 만곡도 더 심해지게 되고 20세가 넘게 되면 치료도 어렵다”며 “자녀가 요통을 자주 호소한다면 검사를 통해 측만여부를 확인하고 교정기나 도수치료 등을 통해 더 이상 증상이 악화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처럼 척추에 부담을 주는, 메는 가방대신 70년대는 서류가방 형태의 손가방이 유행했다. 수납공간이 넓어 교과서와 참고서 등을 많이 넣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이것 또한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여학생의 손가락이나 손목에 통증을 일으켰다. 특히 손가락 통증은 손가락뼈의 전방에 있는 힘줄막(굴곡건)이 두꺼워져 발병하는 것으로 손가락을 움직일 때 통증이 느껴지는 현상이다. 심할 경우 손가락을 구부리기 힘들고 구부렸다가도 다시 펴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물론 책가방 무게를 줄이려는 노력은 다각적으로 계속돼 왔다. 소재의 발달로 책가방 자체의 무게도 줄었고 책을 많이 가지고 다녀야 하는 교육환경도 개선됐다. 예를 들어 과거 고교 1~2학년 교과목이 12개였다면 지난 2009년부터는 10과목, 지금은 8과목으로 축소됐다. 또 90년대 후반에는 학교마다 사물함이 설치됐고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급식까지 시행되면서 도시락 무게로부터도 해방됐다.

그러나 여전히 책가방은 무겁다. 줄어든 교과서 대신 IT기기들이 대중화되면서 MP3, 태블릿PC, 노트북 등도 책가방에 함께 수납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사교육의 열풍으로 학원교재가 교과서를 대신한 것도 이유다. 급기야 최근 학원가에는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초등학생들까지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자기 몸무게의 3분의 1 혹은 절반에 가까운 학원교재 무게로 도저히 책가방을 맬 수 없는 형편 때문이다. 캐리어 역시 한쪽으로만 끌고 다니다보면 어깨통증과 신체불균형을 유발할 수 있다.

과거만큼은 아니지만 책가방은 여전히 성장기 아동과 청소년들의 척추관절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지난해 11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최근 5년간(2006~2010년) 심사결정 자료에 따르면 ‘척추측만증’ 진단을 받은 환자 가운데 10대가 46.5%로 가장 많았다.

1995년 그때 그랬던 것처럼 ‘책가방 없는 날’을 또 다시 부활시켜야 되는 것은 아닐까. 이게 아니라면, 책보(책가방을 싸는 보자기)를 가지고 학교에 다녔던 50~60년대처럼 가방 무게를 최대한 줄일 수는 없는 것일까. 물론 어렵던 시절이라 가지고 다닐 책이 없었겠지만, 당시 학생들은 적어도 부모세대나 겪었을 법한 어깨와 허리통증은 모르고 살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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