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40대 남성 H씨, 그는 최근 밤만 되면 어깨가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주위에서는 오십견이 아니냐며 진료를 권했지만 아직 젊은 나이에 오십견이 오지는 않았을 거란 생각과 밤에만 통증이 심하고, 낮엔 일상생활에 별 무리가 없어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밤에만 있던 통증이 낮에도 생기기 시작했고, 결국 어깨 통증 때문에 불면증까지 오는 상황에 이르러서야 병원을 찾았다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편안히 휴식을 취해야 할 밤 시간이 도리어 두려워지는 사람들이 있다. 자려고 눕기만 하면 몰려오는 통증을 겪는 이들이다. 밤에는 잠을 들기 힘들 정도로 아프다가도 활동을 하는 낮이 되면 그 통증이 가라앉아 병원을 찾지 않고 무심히 넘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러한 통증은 몸이 보내는 위험 신호다. 특히 밤에 심해지는 통증과 관련된 질환은 무엇이고, 왜 밤에 더욱 우리를 괴롭히는 것인지 등에 대해 알아보자.
◇밤 되면 더 굳는 오십견, 잠자리 움직임 없어 근육 강직으로 통증 더 심해져= 야심한 시각 찾아오는 통증은 주로 관절이나 근육과 관련된 질환인 경우가 많다. 그 중에서 가장 흔하고 또 심한 것이 바로 오십견이다. 오십견은 50대에 발생하는 어깨 통증이라 해서 붙여진 명칭. 정확한 진단명은 동결견 혹은 유착성 견관절낭염으로 나이가 들면서 어깨 관절을 둘러싸고 있는 주머니인 관절낭에 염증이 생겨 붓고 아프다가 섬유화돼 어깨가 굳어버리는 질환을 말한다. 가장 큰 특징은 어떤 방향으로 팔을 올리거나 돌렸을 때 어깨 전체에 통증이 느껴지는 것이다. 또한 심해지면 어깨 근육이 굳어 팔을 올리려 해도 올라가지 않게 된다. 오십견은 근육의 강직으로 나타나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따라서 우리가 수면을 취하면 움직임이 없기 때문에 이러한 자세가 장시간 유지될 경우 근육이 굳어져 통증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수면 시 어깨 운동을 해 주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 때문에 잠을 자기 전에 전기담요 등으로 어깨를 따뜻하게 해 주거나 취침 전 수건으로 통증 부위를 찜질을 해 주는 등 미리 예방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십견의 경우 1~2년만 지나면 자연적으로 치료가 되는 경우가 있지만 그동안의 통증이 참을 수가 없을 정도라면 물리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김창우 정동병원 원장은 “초기에는 운동 및 물리치료만으로 호전이 되지만 후에도 통증이 계속된다면 수면 상태에서 관절을 운동시켜 굳은 관절을 푸는 수면운동요법으로 짧은 기간에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예방. 지속적으로 가벼운 체조를 통해 근육이 뭉치고 뻣뻣해 지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또한 너무 높거나 낮은 베개를 사용할 경우 목 근육과 어깨 근육에 무리가 와 오십견을 유발시킬 수 있으니 피하는 것이 좋다.
◇회전근개파열, 눕는 자세에 뼈와 근육 부딪쳐 통증 극심= 흔히 오십견과 혼동되는 회전근개질환 또한 밤에 우리를 괴롭히는 통증 중 하나다. 회전근개질환은 어깨의 운동에 가장 큰 관여를 하는 4개의 근육에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근육 사용이 많을수록 파열로 진행된다. 이는 마치 털실을 마찰시키면 보풀이 일어나면서 점점 실이 닳아 끊어지는 것과 비슷하다. 보풀만 일어난 경우에는 염증 치료만으로 호전이 가능하지만, 근육이 끊어졌다면 수술이 불가피하다. 염증이 발생하면 힘줄이 약해져 어깨 위에 있는 뼈와 아래에 있는 근육이 서로 부딪치게 된다. 이 부딪침이 반복되면서 결국 근육이 끊어지는 것이다. 어깨 근육이 약해지면 힘줄에 손상이 발생되기 쉽다. 또한 서 있을 때에는 팔이 아래로 처짐으로 인해 어깨뼈와 근육 사이에 공간이 생겨 떨어져 있지만, 눕게 되면 어깨 위의 뼈와 어깨 근육이 공간이 좁아져 부딪치게 된다. 따라서 이로 인해 통증이 유발되고 결국 숙면에 방해가 되는 것이다. 회전근개질환의 경우 운동으로 어깨주변의 근육을 강화시켜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거나 염증이 일어난 부위에 진통제와 소염제를 주사해 염증을 감소시키면 상태를 호전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비수술적 치료로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면 어깨 위의 뼈와 아래의 근육의 충돌로 거칠고 날카로워진 견봉을 다듬어 주는 견봉성형술과 파열된 회전근개를 봉합시켜주는 회전근개봉합술의 수술이 필요하다. 회전근개질환은 어깨를 과도하게 사용해 발병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어깨에 무리가 가는 운동은 자제하고,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는 반드시 스트레칭으로 몸의 근육을 풀어주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
◇관절 활동량 많은 낮, 밤 되면 통증 몰려오는 관절염= 관절은 뼈와 뼈 사이를 연결해주고 움직임에 따른 마찰과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이 관절이 닳아서 뼈끼리 부딪치게 되면 관절염이 되는데, 노화로 인한 퇴행성관절염이 대표적이다. 퇴행성관절염이 시작되면 발병 부위에 심한 통증이 나타난다. 처음에는 관절을 사용할 때만 통증이 나타나지만 중증이 되면 약간만 움직여도 통증이 발생하고 관절을 사용하지 않을 때도 통증이 나타난다. 김창우 원장은 “관절염의 경우 활동하는 낮에는 괜찮다가 저녁 시간이나 잠자리에 들기 전에 통증이 더욱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며 “이는 낮 시간에 잦은 활동을 하다가 활동을 멈추게 되는 잠자리에 들 때, 그간 활동했던 관절의 피로가 몰려올 뿐만 아니라 수면 시 움직임이 거의 없어 관절이 굳는 것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관절염이 진행돼 연골이 소실되면 움직일 때마다 마찰음이 생기고 관절운동에 제한을 받게 된다. 초기에는 뻣뻣한 느낌이 잠깐 드는 정도지만 증상이 심해지면 무언가에 묶인 것처럼 뻣뻣한 상태가 지속되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게 된다. 뿐만 아니라 염증이 심해지면 관절이 붓는 것은 물론 변형이 발생하기도 한다.
퇴행성관절염은 관절 연골의 퇴행성 변화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완치되는 것은 어렵다. 따라서 연골의 변성이 더 진행되지 않도록 원인적 요인을 최대한 억제시켜 통증을 완화시키고 기능을 회복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만일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약물요법을 시행해 통증을 완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관절의 손상이 심하고 변형이 많이 진행된 상태라면 관절과 비슷하게 만든 인공 관절을 사용해 손상된 관절면을 바꿔 주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다만 수술은 한 두 개의 관절에 제한적으로 시행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약물치료, 운동치료 등을 꾸준히 병행하고, 질환이 시작되기 전에 관절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흔히 이처럼 밤이 되면 더 심해지는 통증은 낮에는 비교적 괜찮은 듯한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간과하기 쉽다. 하지만 이는 질환이 발전될 뿐만 아니라 통증이 수면을 방해해 불면증 및 수면장애를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밤에 심해지는 정확한 질환의 원인을 파악하고 사전에 이를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