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작은 영화] 쓰고 버려지는…불법 이민자의 삶 그린 ‘이민자’

[Ki-Z 작은 영화] 쓰고 버려지는…불법 이민자의 삶 그린 ‘이민자’

기사승인 2012-03-31 12:59:02

[쿠키 영화] “가난하면서 널 왜 낳았냐고 했지? 넌 내가 살아가는 이유야”

과연 미국이 여전히 ‘기회의 땅’이며 ‘아메리칸 드림’을 꿈꿀 수 있는 나라일까. 영화 ‘이민자’는 미국에서 차별당하는 이민자의 삶을 통해 부자간의 사랑을 담아낸다. 그들에게도 꿈과 사랑하는 가족이 있지만, 자국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노동력만 제공받을 뿐 그에 따른 권한은 부여하지 않는다.

2008년 미국인구조사에 따르면 LA 거주자 중 라티노(히스패닉과 동일한 개념으로, 미국에 거주하는 소수민족 중 다른 소수민족과 다르게 영어를 배우지 않고 스페인어를 사용하면서 독자적인 문화권을 형성하고 있는 미국의 시민)는 전체 인구에서 총 47%를 차지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물론 불법이민자는 포함되지 않는 수치다. 대부분의 라티노들은 정원사, 주차요원, 주방 보조 등의 일을 하며 적은 돈을 받고 살아간다.

영화에 등장하는 불법 이민자 카를로스도 정원사로 일하며 힘든 나날을 보낸다. 그에게 있는 유일한 희망은 자신은 고생을 하며 살아도 아들 루이스에게는 보다 나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하지만 가난과 이민자라는 사실이 늘 불만이었던 루이스는 미국에서 태어나 자라며 자국인 멕시코 문화와 스페인어의 사용을 거부하려 한다. 이런 상처는 아버지에 대한 반항으로 표출되고 “돈도 없는 사람이 애를 왜 낳아”라며 카를로스의 마음에 대못을 박는다.

이민자로서의 삶은 만만치 않다. 여동생은 몰래 모아둔 비상금을 카를로스에게 건네주고 그는 이 돈으로 트럭을 산다. 하지만 함께 일하던 비슷한 처지의 노동자는 카를로스의 전 재산과 다름없는 트럭을 타고 줄행랑을 치고 그는 루이스와 함께 트럭을 찾아 나선다. 먼 이국땅에서 같은 처지의 사람들끼리 의지하고 살면 좋으련만, 나 하나 살기에도 힘겨운 삶을 살다보니 오히려 같은 이민자들끼리 서로 속고 속이며 뒤통수를 친다.

우여곡절 끝에 카를로스와 루이스는 트럭을 훔친 범인을 잡고 루이스는 범인을 실컷 두들겨 패준다. 하지만 카를로스는 범인이 트럭을 팔아 집에 돈을 부친 사실을 알고 마음이 약해진다. 오히려 범인을 때리는 아들을 때려 말린다. 이 사건으로 아들에게 조금이라도 피해가 갈까 노심초사다. 이들은 트럭을 되찾았지만 행복의 순간은 너무나도 짧다. 불법체류자인 카를로스는 경찰에 붙잡히고 강제 추방위기에 처한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두고 추방당하는 카를로스의 마음은 찢어진다. 그리고 아들에게 말한다.

“왜 널 낳았냐고 했지? 미국에 오기 전에는 아빠도 남들처럼 살았어. 그런데 여기서의 생활은 너무 달랐어. 그땐 우리가 그들과 다르다는 것을 몰랐으니까. 하지만 그런 삶을 견딜 수 있게 해준 건 바로 너야.”

영화는 아버지와 아들의 진한 사랑을 담아내지만 그 배경에 이민자의 삶을 둠으로써 현재 미국의 이민정책을 날카롭게 꼬집는다. 이는 단순히 미국 내 라티노들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닌, 미국으로 이주해 살면서 다양한 차별을 경험하고 있는 수많은 이민자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다. 미국은 이민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곳이지만 그들에게 결코 관대하지 않은 불편한 진실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크리스 웨이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데미안 비쉬어가 카를로스를, 호세 줄리안이 루이스를 연기했다. 12세 이상 관람가로 오는 4월 12일 개봉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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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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