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후’ 백윤식 아름다운 퇴장…웃음기 뺀 정통연기 ‘호평’

‘불후’ 백윤식 아름다운 퇴장…웃음기 뺀 정통연기 ‘호평’

기사승인 2012-04-15 09:59:01

[쿠키 연예] 배우 백윤식이 ‘아름답게’ 퇴장했다.

종합편성채널 채널A의 주말드라마 ‘불후의 명작’에 여주인공 금희(박선영)의 아빠 영철로 출연 중이던 그가 14일 방송된 9회에서 악성 뇌종양으로 숨을 거두면서 시청자와 작별했다.

9회가 방송되는 동안 백윤식은 아내 산해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 임예진과 함께 선보인 정통연기로 시청자들의 호평 받아 왔다. 특히 시청자들은 백윤식에 대해 드라마 초반에는 왜 코믹연기를 잘하는 배우를 활용하지 않느냐고 볼멘소리를 했지만 이내 웃음기를 뺀 정극연기에 “역시 백윤식” “최고”라고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젊은 시청자들은 백윤식의 정통연기가 “새롭다”며 반겼지만, 사실 과거 ‘TV문학관’ ‘제3공화국’ ‘장녹수’ ‘형제의 강’ 등의 드라마 속 백윤식의 연기에는 웃음기가 없었다.

그러다 지난 2003 영화 ‘범죄의 재구성’에서 최창혁(박신양)과 두뇌게임을 펼치는 독특한 냉혈한 김 선생의 연기를 유쾌하게 본 관객들은 이후 ‘싸움의 기술’ ‘천하장사 마돈나’ ‘브라보 마이 라이프’ ‘마을금고 연쇄 습격사건’ 등의 영화를 보며 크게 웃었다. 영화마다 웃음 코드가 다르고 강도도 달랐음에도 백윤식만 보면 웃을 준비가 돼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례로 ‘타짜’에서의 평경장이 결코 코믹 캐릭터가 아니었음에도 관객들은 그가 스크린에 등장할 때 반가운 미소를 입가에 머금었다. 그런 코믹캐릭터에 힘입어 드라마 ‘풍년빌라 위기일발’은 케이블에서 방송됐음에도 대중적 인기와 마니아들의 사랑을 동시에 받았다.

그렇다고 백윤식이 인기를 가져다 준 코믹연기만 편식해 온 것도 아니다. 영화 ‘전우치’에서 전우치의 스승 역, ‘헤드’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연쇄살인마,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에서 태종 이방원 등을 소화하며 꾸준히 정극연기를 해 왔다. 그럼에도 누구도 흉내 낼 수 없고 따라하기 힘든 코미디, 배우 자신은 망가지지 않으면서 보는 이에게는 큰 웃음을 주는 코믹연기가 남긴 인상이 너무나 강해 ‘백윤식=코미디 연기의 대가’라는 등식이 성립돼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연출을 맡은 장형일 PD와의 오랜 우정과 의리를 지키기 위해 출연한 ‘불후의 명작’에 백윤식이 캐스팅 됐을 때, 게다가 아내로 임예진을 맞는다는 소식이 함께 전해을 때 많은 시청자들은 코미디 연기를 예상했다. 앞서 말했듯 범접하기 힘든 백윤식의 코믹연기, 각종 예능프로그램에서 푼수 역할을 자청해 온 임예진이었기에 가능했던 추측이었다. 그러나 두 배우는 보기 좋게 예상을 빗나가는 연기를 선보였다. 똑똑하고 예쁘면서도 서른이 넘도록 결혼하지 않는 딸 금희를 걱정하고 서른다섯의 나이에도 어린 딸만큼도 철이 없는 아들 금호(신승환) 때문에 마음 고생하는 보통의 부모, 남다른 음식 제조와 손님 접대 철학으로 ‘삼대째설렁탕’을 운영하는 양심 있는 음식점 주인 부부로 드라마의 기반을 튼튼히 해 왔다.

그렇게 백윤식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캐릭터 황영철이 9회에서 세상을 등졌다. 기본적으로 ‘불후의 명작’이 남녀 주인공에만 기대 굴러가는 드라마가 아니라 모두가 주인공인 대작인 영향도 있지만, 9회 동안 보여 준 백윤식의 호연에 답하듯 그저 여주인공의 아버지 사망으로 간단히 처리되지 않고 격에 맞게 최후를 맞이했다. 악성 뇌종양 사실을 안 황영철은 평생을 변함없이 사랑해 온 아내와의 마지막 여행으로 인생을 정리했다. 화를 내거나 슬퍼하거나 연연해하는 모습 대신, 가장 아끼는 아내와의 소중한 시간으로 마지막을 채운 것이다.

그동안 보여 준 정극연기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듯 백윤식, 임예진 부부는 마치 노년 로맨스 소설의 아름다운 한 페이지 같은 장면을 시청자들에게 선사했다. 드라마는 순간 어느 청춘영화 부럽지 않은 멜로영화의 분위기를 내뿜었다. 시청자들 역시 노을과 바다, 잔잔한 기타 소리가 함께한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두 사람의 이별에 공감의 박수를 보내고 있다. 시청자들이 궁금해 한, 노부부의 마지막을 더욱 빛낸 노래는 음악인 김목경이 노랫말을 짓고 곡을 붙이고 고인이 된 김광석이 부른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이다.

“곱고 희던 그 손으로 넥타이를 매어주던 때 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막내아들 대학시험 뜬눈으로 지내던 밤들 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중략)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다시 못 올 그 먼 길을 어찌 혼자 가려하오, 여기 날 홀로 두고. 여보, 왜 한마디 말이 없소.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살인 누명을 쓰고 쫓겨난 산해와 그런 소녀를 감싸 안고 집안의 반대에도 인생의 길을 함께 걸어온 영철. 우여곡절 많았지만 그 고생에 비례해 행복도 컸던 노부부의 사랑이야기와 딱 맞아 떨어진 노래가사, 곡조에 시청자들의 공감 폭이 한층 커진 것이다. 그동안 살아있는 캐릭터와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칭찬하면서도 다소 미흡한 편집과 음악사용에는 아쉬움을 표했던 시청자들의 불만을 달래는 역할을 김광석, 김목경의 명곡 한 곡이 톡톡히 해냈다.

비록 명배우 백윤식은 퇴장했지만 더욱 친밀함을 더해 가는 성준(한재석)과 금희의 러브스토리, 반격을 준비하는 영주(이하늬)와 캐릭터 변신이 예고되는 건우(고윤후)의 활약이 펼쳐질 10회는 15일 오후 7시 30분에 채널A를 통해 방송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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