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통증없는 신경치료 ‘치과명의’의 비밀…발암물질 49% ‘디펄핀’ 남용

[단독] 통증없는 신경치료 ‘치과명의’의 비밀…발암물질 49% ‘디펄핀’ 남용

기사승인 2012-05-05 21:42:00


[쿠키 건강] 환자에게 공포감마저 주는 치아 근관(신경)치료는 의사에게도 만만한 시술이 아니다. 치아 내부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 신경과 혈관인 치수를 찾아내 제거하기란, 그것도 통증 없이 치료하기란 쉽지 않다. 환자에게는 통증을 줄여 주고 의사에게는 시술을 용이하게 해 주는 ‘효자’가 있다. 근관치료 과정에서 임시충전재로 쓰이는 약제인데, 문제는 우리 몸에 해로운 성분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쿠키건강TV의 고발 프로그램 ‘건강레이더 THIS’는 강한 독성을 가진 근관치료용 약제가 사용되는 이유부터 남용되고 있는 현실, 약제의 구체적 성분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파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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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치과에서 이뤄지는 근관치료는 치아 내부의 신경과 혈관, 즉 치수를 처치하는 게 아니라 제거하는 시술이다. 염증이 생긴 치수조직은 회복이 힘들어 제거를 통해 통증 등을 해소한다. 근관치료에서 치수를 제거할 때 사용하는 것이 송곳처럼 생긴 ‘파일’이라는 기구인데, 의사는 이 파일을 갖고 치아 속 염증부위를 일일이 모두 긁어내야 한다.

대학치과병원에서 8년째 환자 진료를 맡고 있는 홍성태 아주대학교 교수는 근관치료를 수없이 해 왔다. 하지만 여전히 부담스럽다. 홍 교수는 “근관치료가 힘든 이유는 치수를 제거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라며 “복잡하게 얽혀 있는 모든 신경조직을 찾아낸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근관치료가 워낙 까다롭다보니 치료를 용이하게 하는 임시충전용 약제들도 출시됐다. ‘건강레이더 THIS’는 취재 과정에서 대학교수 등 전문가들이 가장 강한 독성을 가졌다고 평가한 디펄핀에 주목했다. 지난 1998년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허가를 받아 독일에서 수입되는 디펄핀의 경우 신경조직을 고정시켜 의사가 신경을 찾거나 제거하는 데 도움을 준다. 더불어 살균과 통증억제 효과까지 있어 2차, 3차로 이어지는 근관치료에서 의사는 별도의 마취를 하지 않아도 된다. 치아를 걷어내고 드러난 치수조직 위에 약제를 얹어놓기만 하면, 의사는 치료가 간편해지고 환자는 지독한 통증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 ‘신통한’ 디펄핀은 시간이 충분치 못한 경우 등에 한해 응급용으로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취재진은 통증을 덜 수 있다며 디펄핀을 권하거나 신경치료 첫날에는 대개 편의를 위해 약제를 쓴다는 치과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심지어 근관치료 첫날에 이어 2차 내원 시에도 환자에게 디펄핀을 사용한 사례도 있다.

사용된 약제는 2~3일 안에 반드시 제거돼야 한다. 시간 내에 제거하지 않고 방치해 약제가 치아 뿌리를 따라 방출될 경우 주변 뼈가 모두 녹아내리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심각한 부작용의 원인은 약제가 갖고 있는 독성이다.

디펄핀의 성분을 분석해 보면 파라포름알데히드가 무려 49%를 차지하는데, 파라포름알데히드는 다름 아닌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된 포름알데히드의 고체 형태이다. 약제에 따른 치수조직 반응 시험을 진행한 오원만 전남대학교 치과병원장은 “디펄핀이 직접 닿은 치수조직은 괴사 양상을 보였다”며 “대학병원이나 치과보존과 쪽에서는 사용을 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역시 안전성 논란을 빚은 다른 제품들과의 비교연구에서도 디펄핀은 가장 심한 염증 반응과 조직 괴사 양상을 보였다. 지대윤 서강대학교 화학과 교수 역시 “파라포름알데히드가 함유된 물질이 우리 몸에 직접 닿는 일은 피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디펄핀 수입사 관계자는 “제품의 부작용에 대한 보고는 지금껏 접해본 적이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디펄핀 사용 시엔 약제가 새나가지 않도록 확실히 밀봉하는 등 의사의 확신 있는 판단이 전제돼야 한다”며 “부작용의 책임은 의사에게 있다”고 전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치과의사 K씨가 밝힌 디펄핀 관련 이야기는 가히 충격적이다. 통증 없는 신경치료로 ‘치과 명의’의 칭송을 들을 수 있는 비법, 디펄핀을 사용하는 진짜 이유를 가늠케 한다.

K씨는 “디펄핀은 까다로운 근관치료로 인한 스트레스로부터 의사를 해방시켜 준다”고 털어놨다. 자신도 개원의가 된 뒤 약제를 썼다고 밝힌 K씨는 “환자의 통증 정도나 염증 산물의 분비 등을 살펴 근관치료가 잘 마무리됐는가를 판단해야 하는데 디펄핀이 통증이나 염증 분비 등의 정황을 가려버려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없게 만든다”고 우려했다.

또 “1차 치료에서 통증이 사라지면 병원을 다시 찾아 약제를 제거하지 않는 환자가 많다”며 “제거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는 의사들도 있다”고 전했다. 이럴 경우 환자는 주변 뼈를 녹아내리게 할 수 있는 맹독성의 약품을 치아 안에 넣고 지내게 되는 것이라며 위험성을 경고했다. K씨는 이어 “만약 의사가 시간에 쫓기는 등의 이유로 치료를 대충 끝내고 싶은 생각이 들면 약제에 절어 있는 치수를 제대로 다 제거하지 않고 덮어버릴 수도 있다”며 “일단은 통증이 사라졌으니 환자는 치료가 완료된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상에서 살펴본 디펄핀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환자가 불편함을 느끼게 되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수 있는데다, 통증이나 괴사 등의 부작용이 발생한 환자들조차 독성 약제 사용 등으로 인한 손상을 의심하기보다는 치료의 수명이 다한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세심한 작업이 요구되는 근관치료에 쏟아 붓는 시간과 정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하게 느껴지는 의료수가 역시 의사들의 제품 사용을 부추기고 있다. 디펄핀을 통해 통증을 없앤 의사가 환자들로부터 ‘실력 있다’는 평가를 얻고, 되레 진정성을 가지고 제대로 치료하려는 의사에게 돌아가는 것은 환자의 불신뿐인 현실도 큰 몫을 한다. 디펄핀은 허가 이후 14년만인 지난해 처음으로 식약청 재평가 항목에 포함됐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건강·웰빙 전문 쿠키건강TV ‘건강레이더 THIS 다시보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쿠키건강TV ‘건강레이더 THIS’ 다시보기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성일 기자 ivemic@kukimedia.co.kr

김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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