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잠수, 과도하게 녹아 있던 질소가 혈액 흐름 방해…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 유발
[쿠키 건강] #때이른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스쿠버다이빙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희소식이 되고 있다. 매주 스쿠버다이빙을 즐기고 있는 직장인 이한울(35)씨는 얼마 전부터 엉덩이 부분이 조금씩 쑤시는 증상이 나타나 병원을 찾았다가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다. 스쿠버다이빙을 통해 꾸준히 운동도 하고, 특별히 몸에 해로운 담배나 술을 즐기는 편이어서 건강만큼은 자신이 있었는데 병원에서는 스쿠버다이빙이 그 원인일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스쿠버다이빙을 즐기는 동호인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스쿠버다이빙 동호인들의 증가와 더불어 스쿠버다이빙으로 인해 발생하는 잠수병이나 그로 인한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 등의 질병에 노출되는 환자도 급증하는 추세다.
◇기압차로 생기는 ‘잠수병’, 주의하지 않으면 각종 질환 유발= ‘잠수병’은 물의 깊이에 따라 나타나는 기압차 때문에 발생한다. 우리 몸에는 일반적으로 약 80%의 질소가 녹아 있다. 그런데 수심이 깊은 물 속에 들어가면 높은 수압 때문에 80%보다 높은 양의 질소가 몸 속에 녹게 된다. 녹는 비율은 수심이 깊어질수록 올라간다.
‘잠수병’은 이렇게 깊은 수심에 있다가 갑자기 수압이 낮은 물 표면으로 이동할 때 발생한다. 깊은 수심에 있다가 갑자기 기압이 낮은 물 표면으로 올라오면 몸 속에 과잉상태로 녹아 있던 질소가 폐를 통해 빠져나가는데 이 시간이 충분하지 않으면 질소가 기포로 변하면서 다양한 질환을 유발하게 된다. 특히 ‘잠수병’은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심한 경우 사지마비나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체내 쌓인 질소 기포, 혈액 흐름 방해…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로 발전= ‘잠수병’의 초기 증상으로는 구토, 관절통이 나타나고 후에 지각, 운동장애를 일으킨다. 대혈관의 전색에 의해 심한 중추신경장애를 남기기도 하고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대개 혈관폐색이나 난청, 두통, 관절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관절에 기포가 누적되는 경우 다양한 관절 통증을 일으킬 수 있다. 이는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엉덩이뼈와 허벅지뼈가 이어지는 대퇴골두 부위에 피가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아 뼈가 괴사하는 병이다. 일반적으로 혈액이 순환할 때 뼈에 산소와 영양소를 충분히 공급해야 건강한 뼈를 유지할 수 있지만 질소 기포가 혈액에 남아 있는 경우 혈액 공급을 방해해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가 나타날 수 있다.
송상호 웰튼병원 원장은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로 병원을 찾는 환자 중 종종 ‘잠수병’이 원인인 경우가 있다”며 “무턱대고 여름 스포츠를 즐기다가는 관절 건강까지 망칠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흔히 과도한 알코올이나 스테로이드제 복용, 외상 등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 스쿠버다이빙 인구가 증가하면서 ‘잠수병’도 주요한 발병 원인 중 하나로 논의되고 있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인 경우에는 초기에는 ‘감압술’을 통해 치료가 가능하지만 괴사가 많이 진행된 경우에는 인공관절수술을 시행하게 된다. 인공관절수술이란 괴사한 고관절 부위를 제거하고 그 부위에 인체 친화적인 인공관절을 대체해 삽입하는 것으로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에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통증으로부터도 해방될 수 있어 환자들의 만족도도 높다.
◇충분한 휴식 통해 ‘잠수병’ 예방… 스쿠버다이빙 시작 전 전문의 상담 필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잠수병’을 예방하는 일이다. 스쿠버다이빙 즐길 때는 충분한 휴식을 통해 ‘잠수병’을 예방해야 한다. 보통 60m 수심에서 30분간 작업한 후 수면으로 복귀할 때 적절한 감압시간은 70여분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짧지 않은 시간이기 때문에 이런 규칙을 준수하는 데는 사실상 어려움이 따른다.
그러나 ‘잠수병’이 나타난 경우에는 우선 전문 병원을 찾아 고압산소치료기(일명 쳄버시설)를 통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치료는 가압실에서 재가압한 후 기포를 혈중에 다시 용해시켜 서서히 감압시켜 가는 고기압요법을 사용한다.
만약 관절 질환이나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를 앓았던 사람이라면 스쿠버 다이빙 전에 충분히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송상호 원장은 “높은 수압 하에서 약해진 골질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관절 질환이 있는 사람이라면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 후 시작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