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상반기 결산] 비수기도 잠식시킨 한국영화…하반기도 기대작 ‘풍성’

[영화 상반기 결산] 비수기도 잠식시킨 한국영화…하반기도 기대작 ‘풍성’

기사승인 2012-06-30 13:09:00

[쿠키 영화] 대작이 아닌 중소규모의 영화들의 성적이 풍성한 상반기였다. ‘부러진 화살’은 순제작비 5억 원에 총 제작비 15억 원이 든 저예산 영화임에도 346만 관객을 동원하며 250억 원의 수익을 거둬냈고 총 제작비 58억 원이 투입된 ‘댄싱퀸’은 4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이외에도 37억 원이 투자된 ‘러브픽션’은 170만 관객을, 36원이 든 ‘화차’는 230만 관객을, 40억 원의 ‘건축학개론’은 400만이 넘는 관객을 모으며 ‘영화의 규모보다는 작품이 좋아야 흥행에 성공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특히 이들의 성과는 지난해 ‘고지전’ ‘7광구’ ‘마이웨이’ 등 100억 원이 훌쩍 넘는 거대자본을 투입한 영화들이 잇따라 쓴맛을 보며 영화계가 급속히 위축된 상황이라 더욱 의미가 크다.

장르의 확대도 상반기 한국영화의 성과다. 특히 노출과 섹시코드를 담은 19금 영화들이 연이어 개봉해 눈길을 모았다. ‘간기남’을 시작으로 ‘은교’ ‘돈의 맛’ ‘후궁: 제왕의 첩’까지 코믹 스릴러, 사극, 드라마 등 장르도 다양했다.

청소년관람불가라는 제한 조건에도 이 영화들은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단순히 벗기기 위한 영화가 아닌 탄탄한 스토리로 각 영화의 주제의식을 잘 살려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배우들의 활약 역시 눈여겨볼 부분이다. 흥행작들을 이끈 주역들이 여배우들은 ‘쌍년’ ‘겨털녀’ ‘독설가’ 등 각양각색의 개성 강한 캐릭터로 관객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댄싱퀸’의 엄정화는 과하지 않은 코믹연기와 화려한 춤 솜씨를 선보이며 진가를 발휘했고, 공효진은 ‘러브픽션’에서 ‘겨털녀’로 변신해 큰 웃음을 선사했다. 김민희는 ‘화차’에서 광기 어린 눈빛 연기를 펼치며 ‘재발견’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호평을 받았다. ‘건축학개론’의 수지와 한가인 역시 첫사랑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고, 청순한 이미지의 대명사로 통하던 임수정은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독설가로 분해 파격적인 변신을 선보였다.

이러한 요인들로 흔히 2~3월에 발생하는 한국영화 극장 비수기도 없었다. 이 시기는 한국영화보다는 아카데미 후보작 등 외화들이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였지만 이를 깬 것이다.

1월 개봉작인 ‘댄싱퀸’과 ‘부러진 화살’이 2월에도 흥행을 이어갔고, 2월에 개봉한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와 ‘러브픽션’, 3월 개봉작인 ‘화차’와 ‘건축학개론’까지 ‘비수기’라는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파이를 키웠다.

1000만 관객이 넘는 ‘초대박’은 없었지만 ‘범죄와의 전쟁’ ‘내 아내의 모든 것’ ‘건축학개론’ ‘댄싱퀸’등 무려 4편의 영화가 400만 관객을 돌파하는 좋은 성적을 냈고 바통 터치하듯 한국영화가 연이어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하며 저력을 발휘했다.

상대적으로 할리우드 영화는 맥을 추지 못했다. 물론 ‘어벤져스’는 7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상반기 최다관객 동원 영화에 이름을 올렸지만 이를 제외한 ‘존 카터: 바숨 전쟁의 서막’(83만), ‘헝거게임: 판엠의 불꽃’(60만) 등은 기대에 못 미치는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상반기 선전에도 불구하고 한국영화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동시에 드러내면서 하반기 흥행에 변수를 남기게 됐다. 대기업의 수직계열화로 인한 독과점 문제와 음악저작권협회와 영화계 간의 저작권료 갈등, 파일 불법유출 등이다.

영화 배급사 NEW의 영화사업부 장경익 이사는 “여름방학 같은 성수기 시장에서, 매주 자사영화를 개봉시키며 타 배급사의 영화는 개봉조차 힘들게 만드는 구조하에서는 경쟁을 통한 발전을 도모하기 힘들다. 자사영화에 대한 일정 정도 이상의 상영제한 규정이라도 만들어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것이 변화하는 관객의 요구에 부응하는 길이며 장기적으로 한국영화의 발전을 도모하는 대안이다. 극장을 가진 대기업의 영화가 실패하면 성수기 영화 시장 전체가 흔들리는 문제에도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뜨거운 감자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음저협)와 영화계 간의 ‘저작권료 갈등’ 역시 시급히 해결돼야 한다.

이들의 갈등은 음악 저작관이 강화되는 추세 속에, 음악이 쓰인 영화의 상영관 측도 음악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소송이 제기되며 시작됐다. 영화계는 강력히 반발하며 “음악이 없는 영화를 만들겠다”는 극단적인 입장도 내세웠다.

음저협은 그동안 영화산업 발전을 위해 행사하지 않았던 권리를 이제야 정당하게 요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영화계는 영화 제작 때 사용료가 이미 지불 됐는데도 상영관에서 사용료를 내는 것은 이중부담이라고 반발하는 상황이다.

금전적으로 큰 손실을 안기는 영화 파일의 불법유출 역시 골칫덩어리다. ‘건축학개론’은 극장수익과 부가판권, 해외 판권 등을 포함해 75억 원의 피해를 본 대표적인 사례다.

올 하반기에도 다양한 영화들이 관객과 만날 준비에 한창이다. 이 중에는 100억 대 블록버스터들도 포진해 있어 눈길을 끈다. 초호화 캐스팅으로 주목받고 있는 영화 ‘도둑들’을 비롯해 ‘R2B: 리턴 투 베이스’ ‘지아이조2’ ‘타워’ 등을 만날 수 있다.

영화 제작사 문와쳐의 윤창업 대표는 “지난해에 이어 중소규모의 영화들은 제 몫을 해내고 있다. 그럼에도 정체기를 걷고 있는 현 영화산업의 벽을 뚫고 나가기 위해서는 블록버스터 영화의 성공이 필요하다. 한국영화 산업의 성장 측면에서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가지는 실질적 의미와 상징적 의미는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R2B: 리턴 투 베이스’ ‘도둑들’과 같은 블록버스터 영화가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내느냐가 영화산업 전반의 분위기를 좌우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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