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직장 내 괴롭힘 ‘자문’에도 아무 징계 못했다

[단독]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직장 내 괴롭힘 ‘자문’에도 아무 징계 못했다

박물관 측, 취업규칙 위반 해당 ‘직장내 괴롭힘’ 무징계 결론
임오경 의원 “조직 작을수록 공정한 기준과 원칙 만들어야”

기사승인 2024-09-30 17:18:01

쿠키뉴스 자료사진.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하 박물관)이 취업규칙 위반에 해당하는 직장 내 괴롭힘 문제에 대해 아무 징계 없이 결론을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30일 국회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지난 3월27일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제출된 노무법인 가온의 ‘직장내 괴롭힘 신고사건 의견서’를 분석한 결과, 박물관 직원 두 명은 같은 직원인 A씨에 대해 직장 내 괴롭힘 행위와 부적절한 발언 등의 행위로 신고했다. 이에 대해 박물관 측은 ‘가온’에 두 사람이 신고한 내용들이 △직장 내 괴롭힘 행위에 해당하는지 △징계 사유로 삼을 수 있는지에 대해 질의했다.

‘가온’ 측은 피신고인 A씨의 행위 중 상당수가 취업규칙 위반에 해당된다고 명시했다. 직장 내 괴롭힘 행위에 대한 면밀한 조사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적시된 내용에 따르면, A씨는 타 직원의 개인사에 대한 험담과 거짓소문들을 퍼뜨렸다. 본인과 상의하지 않은 업무는 수행하지 않겠다며 정당한 업무지시를 거부했다. 연차, 조퇴, 공가 병가 등을 보고 없이 사용해 업무에 지장을 주는 경우도 있었다. 

직원들에게 폭언도 일삼았다. A씨는 박물관의 업무지시를 수행하려는 직원에게 “박물관의 끄나풀”, “간첩”, “스파이냐” 등의 발언을 했다. 투석으로 인해 조퇴하는 직원에게는 “저놈 또 조퇴하네”, “집에 일찍 가서 좋겠네”, “장애인이 뭐 대단하다고 조퇴를 밥 먹듯 하냐” 등의 폭언을 했다. 규정에 따른 병가사용임에도 사측에서 특혜를 주고 있는 것처럼 유언비어를 퍼뜨리기도 했다. 

이외에도 타 직원이 컴퓨터 사용할 때 뒤로 다가가 “컴퓨터를 왜 만지냐”며 감시하거나, 퇴근시간 이후 퇴근하지 않으면 “퇴근을 안 하고 무슨 짓을 하냐”며 죄인 취급을 했다는 신고사항들이 적시됐다.

노무법인 가온의 ‘직장내 괴롭힘 신고사건 의견서’. 임오경 의원실 제공

노무법인 가온은 주요 신고 사실들에 대해 ‘일부 징계의 대상으로 삼아야 할 비위행위가 존재하므로 이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노무법인의 공식 자문 답변에도 불구하고, 박물관 측은 현재까지 피신고인 A씨에 대해 별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임 의원실이 확인한 결과, 박물관 징계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A씨는 본 업무를 현재까지 수행하고 있었다.

임오경 의원은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매년 예산을 들여 법무·노무법인 등에 각종 법률 자문을 의뢰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작은 조직일수록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은폐되지 않도록 하지 말고 투명하고 공정한 업무 기준과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보도 이후 박물관 측은 징계를 위해 다른 노무법인에 징계 조사를 의뢰·실시했고, 그 과정에서는 징계할 명확한 기준과 지적이 대부분 없어 징계까지 이어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지난 5월 10일 제출된 노무법인 최종보고서에 의하면, A씨의 비위사실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하면서도 대부분의 사안에 대해 징계가 어렵다고 적고 있다. 당직근무시 무단 조기 퇴근은 박물관 측에서 근무교대시간을 명확히 정하지 않아 비위행위 입증이 되지 않았고, 당직 근무 중 타부서 업무 비협조에 대해서는 박물관의 명시적 지시가 없었다는 이유를 들었다.

또 근무 태도 불량에 대해서도 박물관이 허용하는 휴식 행위가 명확히 규정되어 있지 않고 시간별 순찰코스도 명확하지 않아 A씨의 행위를 징계할 수 없다고 했다. 

한편 피신고인 A씨는 4일 쿠키뉴스 측에 연락해 “기사에 언급된 폭언 등을 한 일이 없다. 근로기준법상 직장내 괴롭힘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하는 것인데 그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에 있지 않다”며 “과거 관리자가 평대원인 저를 괴롭힘 신고한 사항”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직장내 괴롭힘으로 판단되면 그때 징계를 할지, 다른 조치를 할지 결정하는 것”이라며 “올해 3월에 박물관 측에 괴롭힘 신고가 들어왔는데 (박물관 측에서) 저를 불러 사실관계를 조사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부연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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