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게이트 플라워즈 “음악의 변화? 나이 들면서 자연스럽게…”

[쿠키人터뷰] 게이트 플라워즈 “음악의 변화? 나이 들면서 자연스럽게…”

기사승인 2012-07-16 09:46:01

[인터뷰] 현재 KBS 2TV에서 방영되는 ‘톱밴드’ 시즌2는 시청자들 뿐 아니라, 밴드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도 적잖은 비판을 받고 있다. 밴드 음악을 이해하지 못한 채, 밴드 음악을 단순히 프로그램을 위한 콘텐츠로 활용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밴드 그 자체를 알리는데는 분명 ‘톱밴드’가 일조한 부분이 있다. 특히 뛰어난 음악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낮은 인지도 때문에 설 수 있는 무대를 찾지 못했거나, 자신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릴 기회를 찾지 못한 밴드들에게는 ‘톱밴드’는 고마운 프로그램이다.

지난 해 시즌1에서 4강까지 진출하며 평범한 밴드에서 순식간에 ‘톱’밴드로 인정받은 게이트 플라워즈(염승식, 양종은, 박근홍, 유재인)가 그렇다. 데뷔 후 6년 간, 수 명 혹은 수십 명 앞에서만 음악을 했던 이들은 수백만 시청자들 앞에서 그동안 응축했던 내공을 폭발시켰고, 심사위원들과 시청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이들은 현재의 ‘톱밴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사실 응원하는 마음이 간절하죠. 여러 비판이 있긴 하지만, 저희는 일단 덕을 봤던 밴드이기도 하고, 지상파의 힘을 절실하게 체감했던 팀이니까요. ‘톱밴드’가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하지만 따뜻하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박근홍)

“밴드를 망친다고 생각은 안해요. 시청률이 안 나온다고 해도 지상파이고, 거기서 노출만 된다는 것도 도움이 되니까요. 물론 밴드로서 다들 음악적 자존심이 있고, 많이 준비해 갔는데, 짧게 나온다면 기분이 나쁠 수도 있죠. 그러나 밴드 시장 전체를 보면 이런 노출이 있다는 것 자체가, 안하는 것보다 낫죠.”(염승식)

사실 이들이 지상파의 힘을 체감했다고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게이트 플라워즈라는 밴드 자체가 여느 신생 밴드들처럼 아예 무명의 길을 걷지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2009년 EBS ‘스페이스 공감-10월의 헬로루키’로 선정됐고, 2011년에는 제8회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신인’ ‘최우수 록노래’ 2관왕을 수상했다. 하지만 이런 전력이 게이트 플라워즈를 대중적인 밴드로 끌어올리지는 못했다.

“수상을 하고 홍대에서 공연을 했는데, 한 20여명 정도 왔을 거예요. 그것도 거의 지인들이었죠.(웃음) 뭐 클럽 주중 공연의 경우에는 2명 앞에서 하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톱밴드’에 나오고 나서부터는 달라지더라고요. 게다가 팬클럽도 5000명 가까이 되고요.(염승식)

이들은 팀 결성 7년 만에 정규 1집 ‘타임’(TIMES)를 내고 14일 열린 서울 홍대 상상마당 공연을 시작으로 전국 투어에 나선다. 전국 6개 도시에 열리는 클럽 공연에는 피아, 마그나폴, 장미여관, 엑시즈 등 화려한 게스트들이 함께 할 예정이다. 이들이 게이트 플라워즈와 어떤 인연으로 무대에 오르냐는 질문을 던지자, 답변은 너무 솔직해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피아는 대기실에서 한번 봤었고, 장미여관은 부산 팀이라 부산 클럽 공연때 같이 무대에 서요. 사적인 친분은 그다지 깊지는 않아요. 현 소속사의 힘이 이 정도인줄 몰랐어요. (웃음) 하지만 모두 밴드 음악하시는 분들이잖아요. 그게 친분인 것 같아요.”(박근홍)

게이트 플라워즈의 이번 앨범이 유독 눈길을 끌었던 것은 ‘톱밴드’에서 이들을 이끌었던 신대철의 참여다. ‘톱밴드’ 때의 인연을 끝까지 버리지 않고 후배들을 이끌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게이트 플라워즈의 음악이 신대철로 인해 확연히 바뀌었다고는 보기 어렵다.

“대철이 형이 저희를 오디션을 통해 뽑은 것이 아니라, 저희 음악이 좋아서 픽업을 한 상황인데, 사실 음악에 대해 손을 대지는 않으셨어요. 노래의 길이나, 간결하게 다듬는 작업, 보컬적인 부분 등 디테일한 부분에 살짝 손은 댔지만, 음악적인 부분은 저희에게 맡기셨죠. 따로 어떤 곡 작업을 하셨다기 보다는 저희가 만든 음악들을 들으시고, 이게 좋다 정도로 조언을 해주셨죠.”(박근홍)

총 12곡이 수록된 이번 앨범은 탄탄한 짜임새는 게이트 플라워즈의 이전과 비슷하지만, 분명 느낌은 부드러워졌고, 좀더 ‘프로’다운 분위기를 풍겼다. 또 전형성을 탈피해, 무대 위 자유로운 느낌을 고스란히 가져갔다. 이 부분은 ‘톱밴드’에서의 경험도, 신대철의 도움 때문도 아니다. 전적으로 게이트 플라워즈의 변화다.

“질적인 차이보다는 음악을 보여주는 차이가 생긴 거죠. 전에는 저희가 녹음할 때 기계 설치부터 엔지니어 역할까지 다해서 자가 녹음을 했다고 치면, 지금은 뭔가 다 준비된 상황에서 음악만을 하니까요. 음악적인 마인드는 똑같지만, 외적인 부분이 변한 거죠.”(염승식)

‘시간의 변화 때문이죠. EP 때 노래가 2005년 때 만들어졌는데, 저희가 20대 중후분때였어요. 이번 앨범의 노래들은 30대가 넘어서 만든 노래들이고요. 분명히 경험하고 느낀 것이 다르겠고, 그 차이가 있는 것이에요. 또 기술적으로도, 편곡적으로도 세련돼 졌죠.“(박근홍)

인터뷰가 끝날 즈음 어느 순간 멤버들 간의 폭로전이 이어졌다. 모 멤버의 사생활부터 또다른 멤버의 습관까지. 기자가 “이거 써도 되나”라고 질문하자, 이들의 대답은 “안된다. 모 멤버의 팬이 떨어질 수 있다”며 적극(?) 만류했다. 순간 음악적 진지함과 더불어 이 같은 친근하고 털털한 모습이 ‘진짜’ 게이트 플라워즈가 아닐까 생각됐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2kukimedia.co.kr / 트위터 @neocross96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