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체험 장애학생 죽어 갈 때 인솔교사는 태연히…

섬 체험 장애학생 죽어 갈 때 인솔교사는 태연히…

기사승인 2012-07-30 22:47:01
[쿠키 사회] 무인도 체험에 나선 대안학교 중고생들 중 장애인 학생을 포함한 2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 사이 인솔해야 할 교사들은 학생들을 여행사에 맡긴 채 육지에서 한가롭게 선진학교 견학을 하고 있었다.

전남 목포해경은 30일 “신안 증도 해섬에서 지난 25일 무인도 체험을 하다가 실종된 경남 김해 대안학교 신양중·고교의 김모(14·중2)군과 박모(18·검정고시반)군이 28일 오전과 오후 각각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김군의 시신은 해섬 남서쪽 1.4㎞ 해상에서, 박군의 시신은 해섬 북동쪽 1.6㎞ 해상 김 양식장 김발에서 소형선박을 빌려 수색에 나선 교사와 학부모들에 의해 인양됐다.

김군(발달장애 3급)과 박군은 같은 학교 학생 64명과 함께 24일 무안 운남면 한 선착장에서 체험학습 담당 여행사 측의 교관들에게 인계됐다. 장애학생 3명이 포함된 이들 학생들은 1인당 12만원을 내고 3박4일 일정의 섬 생활 체험을 하는 것이었다.

김군 등의 불행은 체험학습 이틀째인 25일 오후 땡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시작됐다. 로프 만들기 체험을 마친 학생들은 35도를 넘는 더위에 교관들을 졸라 바닷가 물놀이를 했다. 무릎 높이의 수심이 낮은 곳에서 놀아야 한다는 교관의 주의를 지키는 학생들은 많지 않았다.

10여분쯤 지나 김군은 “살려 달라”고 허우적거렸다. 친구들과 물장난을 하며 놀다가 허리 높이에서 넘실대던 물살이 갑자기 얼굴까지 차는 곳에 빠진 것이다. 박군이 김군을 구하려고 물속에 뛰어들었지만 역부족이었다.

교관들은 숲에서 쉬고 있었고 그나마 헤엄을 못 치는 교관 1명이 달려왔지만 두 학생은 파도에 휩쓸린 뒤였다. 김군 등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교장과 교사, 사회복지사 등 11명은 당시 목포지역 대안학교 3곳을 차례로 둘러보고 있다가 뒤늦게 사고 소식을 들었다.

대안학교 김태중 교장은 “체험학습 여행사가 유명 업체였고 안전장비를 갖춘 안전요원들이 항상 현장에 대기한다고 설명해서 아이들만 보냈다”며 “학생들을 지키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이 대안학교에는 현재 기존 학교를 자퇴한 중학생 100여명과 고교생 60여명이 제과·제빵, 컴퓨터, 미용 등을 배우고 있다.

신안=국민일보 쿠키뉴스 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김철오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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